나경택 아트코리아방송 논설고문칭찬합시다 운동본부 총재

1991년 경기 지역 분당, 일산, 중동, 평촌, 산본 등 오 개 신도시 가운데 분당 시범단지에서 입주가 시작되었다.

첫 입주민은 시골에서 올라 와 부부가 함께 우유 배달로 모은 돈으로 이 년 전 분양에 당첨된 40대였다. 역사상 첫 신도시 첫 입주민이었다. “처음으로 내 집을 갖는다니 마음이 설레서 우리 둘 다 밤새 한숨도 못 자다가 말이 밝자마자 왔다.”고 대답한 그 부부의 감격 어린 표정이 감명적이다. 1기 신도시 건설은 노태우 정부의 대선공약 주택 20만 가구 공급의 산물이다. 자고 나면 웬만한 샐러리맨의 연봉 정도가 오르던 서울 강남 집값은 당시에도 큰 사회문제였다.

정부는 서울로 출퇴근할 수 있는 곳에 신도시를 만들어 주택을 대량 공급하기로 했다. 첫 사업이 5대 신도시에 지어진 30만 가구였다. 신도시 분양 직후 강남 집값은 오랫동안 안정세를 보였다. 그 대신 분당이 신도시 쾌적한 과 강남권의 접근성 등으로 전당 아래 분당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분당 시범단지 30평형대의 첫 평당 분양 가는 156만 원, 그 우유 배달 부부가 분양받은 32평은 5000만 원 정도였으나 29년 만에 20배 가량 오른 셈이다. 첫 분양 이후 10년 가까이 지나자 1기 신도시 약발이 떨어졌다. 잠자는 서울 집값이 다시 정신없이 뛰기 시작했고 노무현 정부는 다양한 수요 억제 대책도 함께 판교, 광교, 동탄 등 12개 지역에 걸친 2기 신도시 건설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국토교통부가 9·13 대책에서 내놓았던 3기 신도시 계획의 구체적인 지역 규모 등으로 김포, 고촌, 성남, 광명, 시흥, 하남 등이 거론되고 있다. 1~2기와 마찬가지로 3기 신도시 주 타깃 역시 서울 강남 집값이다. 당시와 다른 점은 서울 집값이 이미 내리막으로 꺾였고, 3기 신도시 예상 지역에는 아직 미분양이 많아 해당 지역과 인근 주민 반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3기 신도시는 20032기 신도시 건설 계획 발표 이후 15년 만에 나오는 대규모 수도권 주택공급 정책이다. 특히 파주, 동탄, 김포 등 2기 신도시 대부분이 서울과 너무 멀고 교통인 인프라도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터였다. 정부가 수도권 광역 교통망 개선 방안을 함께 발표한 것도 이런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신도시 입지를 수도권 광역철도(GTX) 망을 중심으로 성정한 것이나 선교통 후 개발원칙을 천명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문제는 실행이다. 김영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GTX를 조기 착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GTX 3개 노선 가운데 2기 노선이 일러야 2021년 착공이 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자칫 도시개발 자체가 늦어질 수도 있다.

게다가 신도시 주택공급이 2021년부터 가능하다는 정부 전망과 맞물린다면 교통지옥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자급가능 마련도 관건이다. 생산 거점과 생활 인프라가 없으면 도시는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저렴한 임대료 외에 구체적인 기업 유치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정부가 더 고민해야 한다. 신도시 개발은 서울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신호다. 대출과 세제 규제 강화로 수요를 압박한 데 이어 공급을 확대해 집값을 떨어뜨리겠다는 의도다.

당초 개발 계획이 유출돼 신도시 후보에서 빠질 것으로 예상됐던 과천이 포함된 것도 그만한 입지가 아니면 서울 강남권 수요를 분산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서라고 해도 택지 공급은 남발하기 어려운 처방이다. 신도시 후보지 대부분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라는 점은 개발의 부작용을 되짚어 봐야 할 대목이다. 수도권 평창이 가속화 하는 점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서울 도심과 강남 지역의 재개발 재건축과 꾸준히 연계되지 않는 외곽 택지 공급만으로는 실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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