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지금의 일상: 녹색 소주병과 1664 Blanc, 그리고 빨간 립스틱"

[아트코리아방송=이다영기자] 여니갤러리는 2018년 1년 동안 무려 23번의 전시회를 진행하였다. 이제 24번째 전시이자 2019년 새해의 첫 전시가 될 오수지 작가의 ‘우리 오늘 만날까’전시를 시작한다. 

작품을 감상하고 있으면 남의 방을, 남의 테이블을 엿보는 듯한 묘한 재미가 있다. 오수지 작가 작품 속 상황설정이 무한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끄덕끄덕 공감가는 한폭 한폭의 작품속에 어느새 내 자신도 함께 동참함을 느낀다. 춥고 매서운 칼바람 속 딱 맞는 작품들이 여니갤러리에서 사람냄새 구수하게 전시됩니다. 이번 전시는 다른 전시와 다르게 전시 오프닝을 전시 작품과 걸맞게 꼬막과 소맥을 준비해놓았다고 한다. 

오수지의 이번 여니갤러리 전시 제목은 <우리 오늘 만날까?> 이다.  오수지의 이번 작품 역시 "우리 일상을 우리 답게" 그린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 여니갤러리 한 벽면을 모두 차지하는 작품 "오늘은 집에 가지마". 이 작품을 보면 "처음처럼" 과 "참이슬" 녹색병이 놓여있다. 오뎅탕과 꼬막이 먹음직스럽게 놓여있다. 정말 오늘은 집에 가지 못하겠다. 그런데 남자들의 술판이 아니다.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있는 립스틱이 아이폰 위에 올려져있다. 이 그림의 세대적 할부다.

여인들은 아무렇지 않게 묻히지만, 남자들은 자극받는... 하얀 종이컵에 입술 자욱 묻어있다. 작품 "오늘은 집에 가지마"는 기이한 작품이다. 구도와 시점을 무시했다. 탁자도, 메뉴가 붙어있는 벽도, 그리고 창밖의 하늘도 파란색으로 표현해서 보는 사람의 시선을 혼란시킨다. 그러고 보니 식탁이 어떻게 지지되어 있는지도 모르겠고, 탁자와 벽이 붙어 있는 등 도무지 모르겠다. 어쩌면 술자리에 대해 누가 몰카를 찍어 그 사진 몇개를 포개놓은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술자리 자체가 아니라 술자리가 끝나고 잠이 든 작가가 술자리를 꿈속에서 회상하는 장면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이 작품은 젊은 여인들의 일상을 그렸거나, 그들이 좋아하는 사진들을 포개서 그렸거나, 아니면 꿈을 그린 작품이다.  사실 이 작품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젊은 여인의 흔적만이 있다. 남자들은 있어도 없어도 그만이다. 요즘 젊은 여성들의 생활과 생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오늘은 집에 가지마"는 70x70cm 캔버스 세개를 이어붙인 작품이다. 작가가 각각을 판매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작품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친구 셋이 하나씩 소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같이 만날때, 이 작품을 각각 가지고 와서 한 벽면에 걸어놓고 술판을 벌이는 것이다. 그날은 집에 못간다. 이번 전시회의 Must-Have Item이다.

"오늘은 집에 가지마"에는 그 외에도 여러 스토리가 숨어있다. 그녀의 반려동물 닥수들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오수지는 우리의 내밀한 욕망들을 화면 속 반려동물을 통해, 그들의 시선과 시점으로 해학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전시된 그림을 직접 보면서 닥수 이야기를 하나 하나 꺼내보는 것도 오수지 작가의 작품을 즐기는 소소한 기쁨이 된다.

 

무서운 신진 작가는 작품을 봤을 때 신인같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신인의 치기가 없다. 이번 여니갤러리 전시에서 특별히 전시되는 2015년 작품인 "4월 17일"은 작가 오수지가 작가의 반열에 일찌기 올라와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구도는 한국보다는 런던의 보로마켓(Borough Market)이나 브릭레인(Brick Lane) 마켓의 분위기다. 그런데, 역시 참이슬인지 처음처럼인지 모를 소주병이 보인다. 한국인가? 싶은데, 더 살펴보면 육회와 간천엽이라는 문자가 보인다. 아 한국이구나. KB국민은행도 있는 것으로 보아, 그리 오래지 않은 아마도 2015년의 한국의 휴일을 담았다.

당시 20대 초반의 작가는 한국의 일상을 이렇게 그리는구나. 이 어떤 하루의 시장은 한국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이국적으로 느껴진다. 작품에 표현된 음식들도 이국적인 느낌이다. 표현된 식탁과 기둥 역시, 작품 <오늘은 집에 가지마>와 같이 심하게 뒤틀지는 않았지만, 그저 하나의 시점에서만 표현되지 않고 있다. 이 심상치않은 작품 <4월 17일>엔 백여명의 인물들이 나온다.

Mr.탐미(Tammee)는 여기서 왠지 이쾌대의 작품 <군상>을 떠올렸다. 이쾌대가 임옥상이나 강요배, 신학철과 다른 점은 이쾌대는 그저 민중화가로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예술을 추구한 결과로 민중에 다가간 이가 이쾌대다. 뜬굼없이 오수지가 이쾌대로 연결될까 싶기도 하겠지만, 오수지의 <4월 17일>이 순간 이쾌대의 <군상>을 떠올리게 한건 어쩔 수 없다. 이쾌대는 임, 강, 신보다는 오수지의 작품을 더 좋아할 것 같다.

 

 

<4월 17일>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닮아 있는데, 매우 건강하고 힘있다. 남자들의 얼굴은 마치 이쾌대의 <두루마기 입은 자화상>의 인물과 닮아 있다.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마치 이쾌대의 1938년작 <상황>의 여인들의 인상과 유사하다. 오수지의 2015년 작품 <4월 17일>의 남녀의 얼굴은 현대 한국의 남녀의 모습이 아닌 것이다. 한마디로 성형한 사람이 없다. 

많은 분들에게 이번 여니갤러리 전시에서 <4월 17일>을 꼭 보시라고 하고 싶다. <휴일>은 21세기 한국의 20대 앙팡테리블 작가가 그린 군상IV 이다. 이제 한국의 군상은, 핍박받는 민중이 아니라, 휴일에 즐겁게 식사를 즐기는 건강하고 힘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이번 여니갤러리 오수지 전의 작품들의 장르를 한마디로 한다면 일상화이다.

1664 Blanc이 그려진 정물화는 그저 정물이 아니라, 2010년대 후반의 한국의 일상을 보여준다. 2000년대에 한국에 호가든 맥주가 들어왔다면, 2010년대에는 1664 Blanc이 들어왔다. 20세기 한국의 일상을 지배한 외제 맥주는 그저 하이네켄, 버드와이저 정도였다면 이제는 블랑인것이다. 오수지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오늘의 일상을 새로운 방법으로 그려내고 있다.

동양의 구도와 서양의 구도를 결합하고, 현대의 일상에 원초적 인물을 섞는가 하면, 한국적, 젊은 세대적, 여성적 할부를 자유자재로 섞어서 오늘 여기를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전시 제목도 "우리", "오늘", "만날까?"이다.

우리의 지금을 그리고 있다.

 

Written by Mr. 탐미(Tammee)

 

 

작가 오수지는 2016년 동덕여자대학교 예술학부 회화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 한국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하였다. 오수지는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5회의 개인전과 16회의 단체전, 그리고 6회의 아트페어 참가 등 매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신진작가이다. 이번 2018년 여니갤러리의 마지막 기획전시이자 2019년 새해의 첫 전시가 될 오수지의 여섯 번째 개인전 우리 오늘 만날까에서 더욱더 성숙한 그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수상경력

2018 10회 후소회 청년작가 공모전 청년작가상 수상

2017 4회 전국대학미술공모전 특선 수상

2017 15회 서울미술대상전 입선 수상

2016 3회 전국대학미술공모전 특선 수상

2016 1회 서리풀Art for Art 공모전 특선 수상

2015 2회 전국대학미술공모전 특별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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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우리 오늘 만날까 - 오수지展

* 장소: 여니갤러리 (서울 마포구 합정동 369-20)

* 기간: 2018년 12월 18일 - 2019년 1월 17일

* 전시 오프닝 날짜 / 12월 18일 (화요일 오후 5시)

* 개관시간: 12시 - 18시 (휴관 / 12월24,25일 1월1일, 매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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