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인사동에 위치한 인사아트센터에서는 2018. 11. 21 ~ 2018. 11. 26까지 본래면목 노닐다 – 현정오展이 개최된다.
본래면목 노닐다
현정오
가시적 현상 너머 영원한 것을 추구하고 그 실체가 무엇일까 탐구하며 세월이 흘렀다. 육체적 병고와 심신의 번뇌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 근원을 헤아려 치유하며 편안함을 얻기까지 약사여래불 그리기 기도를 쉼 없이 하였다.
한 불 한 불 그리는 동안 무심과 유심을 오가며 어느덧 몸은 가볍고 편안해 지며 나날이 건강해져서 아, 내가 나의 약사여래불이었구나!
자성불께 지심귀명례, 감사한다.
몸이 편안하니 마음이 편안하고 마음이 편안하니 두두물물 삼라만상 모든 관계가 자유스럽다. 나는 당신의 약사여래불이요, 당신은 나의 약사여래불이며, 천. 지. 인이 서로 다른 둘을 품어 하나로 돌아가는 이치와 우주법계 인연도리의 신묘한 공능에 감탄하며 그 무한한 에너지를 작품에 표현하고자 노력하였다.
모든 중생들의 아픔이 치유되고 번뇌로부터 자유롭기를 염원하며 한 불 한 불 그려나갈 때, 나의 심신이 쾌활해지며 온 세상 모든 생명들이 자비의 광명으로 환희함을 본다.
천, 지, 인의 뗄레야 뗄 수 없는 다른 둘을 품고 도는 우주법계 인연도리의 신묘한 이치와 질서에 감탄하며 켜켜이 쌓인 무명의 장막을 관통하는 한 줄기 밝은 깨달음의 빛으로 본래면목 노닐다.
내 작업은 두 겹의 한지에 배어드는 특성을 이용하였다. 이것은 종이의 뒷면에서 채색하는 배채법과도 다르며 미학적 관점에서 보는 모방이 현실을 대체한다는 시뮬라크르나 시뮬라시옹과도 다르다. 윗 장에 그림을 그려서 아랫 장으로 스며들게 한 후 뒷 장의 그림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출렁이는 우리들의 삶 그 이면에 가려진 진실에 다가가는 것과 같다.
구상 이면에 내재된 무궁한 진상을 표현하려 하였고 작품 뒷면 속에는 적라라한 현상계를 대변하는 물상을 신문지로 꼴라쥬하여 작품을 완성하였다. 이것은 진실이 꼭 이면에 숨겨진 것만도 아니요, 현상이 타파해야 될 부정의 대상만도 아니라는 메시지로서 현상과 본질이 둘이 아니요 나와 부처가 둘이 아님을 표현하였다.
숨어있고 분명하지 않은 모호성은 자율적 해석을 가능하게 하고 감상자의 시각을 환원시켜 오히려 더 깊은 의미로 각자 본성에 다가가기를 기대한다.
나는 그리고 오리고 붙이는 작업으로 진상과 허상을 수없이 창조하고 파괴하면서 그 행위를 하고 있는 나 자신이 현상과 둘이 아닌 본래면목에서 노는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