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위기공포
터키의 위기공포
  • 나경택 칼럼니스트
  • 승인 2018.11.05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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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택 아트코리아방송 논설고문칭찬합시다 운동본부 총재
나경택 아트코리아방송 논설고문칭찬합시다 운동본부 총재

2차 대전이 끝나자 소련이 터키에 옛 러시아 땅을 내놓으라고 협박했다. 소련군 기지도 말대로 지을 태세였다. 터키는 영국에 SOS를 쳤지만 힘에 부쳤다. 이때 트루먼 독트린이 나왔다. 1947년 트루먼 미 대통령은 공산주의 확대를 막겠다.”며 터키와 그리스에 4억 달러 군사·경제 원조를 했다.

터키는 소련의 지중해 진출을 막는 요충지였다. 터키는 2차 대전은 중립으로 냉전은 친미로 안보를 지켰다. 터키 남부 인지를리크 공군기지는 미군이 가장 중시하는 해외 교두보다. 이라크, 시리아와 가까워 걸프전, 이슬람국가(IS) 격퇴 전에서 미군 작전 허브로 기여했다.

미군 핵도 배치돼 있다. 미국·터키 동맹의 상징과도 같았지만 올 들어 터키가 미군 활동에 제동을 걸었다. IS 격퇴 전에서 미국이 터키에 적대적인 쿠르드족을 지원했다는 이유다. 터키는 쿠르드 족을 도운 혐의 등으로 한 미국인 목사를 억류했고, 미국은 이걸 문제 삼아 경제 제재를 가했다.

터키 리라화가 1년 전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 ‘큰 독불장군트럼프와 작은 독불장군에르도안이 미·터키 권자에 오른 뒤 양국관계가 요동치고 있다. 에르도안은 빈민가 출신으로 이슬람 운동을 하다 정치권에 발탁됐다. 총리를 세 번 할 때는 경제 성장에 주력했지만 2014년 대통령에 당선된 뒤 개헌을 통해 술탄이 되자 나라를 마음대로 바꾸려 했다.

여군에게 히잡을 씌우며 세속국가 터키에 이슬럼 색채를 다시 입혔다. 대외 정책도 제멋대로다. NATO 회원국인 레도 러시아 사드S400 방공 미사일을 들여와 미국 속을 뒤집어 놓았다. 에르도안은 무슨 짓을 해도 미국의 터키의 지정학적 가치를 포기 못 한다고 봤다.

그러나 상대는 트럼프였다. 최근 베이다이허에 모인 중국 최고지도자들이 미·중 무역 갈등을 놓고 우리가 트럼프를 잘못 봤다.”는 반성을 했다 한다. 중국이 미국을 곧 제압할 것처럼 떠들었던 중국 관변 학자가 내몰리고 있다는 소식에 뒤이은 보도다.

트럼프가 극단적으로 밀어 붙이다 물러설 것으로 봤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다. 트럼프 등장 전까지 세계는 기존 국제관례와 상식을 지키는 미국 대통령만 겪었다. 미국이 제 이익을 지키겠다며 일방적으로 힘을 쓸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몰랐다. 에르도안이 새 동맹을 찾겠다.”며 항미 의지를 밝혔지만, 중국마저 휘청거리게 하는 게 미국의 힘이다.

미국이 거친 야만성을 드러낼 때 세상이 어떻게 요동치는지 첫 경험을 하고 있다. 1950년 한국전쟁에 참전한 터키 병사 슐레이만에게 한국은 평생 애틋한 나라였다. 피보다 진한 정을 나눈 다섯 살짜리 한국 소녀를 만난 곳이기 때문이다.

슐레이만은 전쟁 통에 부모를 잃은 소녀에게 터키어로 달을 뜻하는 아일라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정성껏 보살폈다. 아일라도 그를 바바’(아버지)라며 따랐다. 터키인등은 한국을 형제의 나라라고 부른다. 한국전쟁에서의 인연이 크케 작용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산 알루미늄과 철강에 2배의 관세를 부과해 처키 리라화의 가치가 20%가량 폭락했다. 그럼에도 에르도안 대통령이 미국에 대한 공격적 태도를 거둬들이지 않자 터키발 경제위기 공포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터키의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총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불과해 여파가 크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있지만 1990년대 멕시코 발 위기와는 달리 미국이 위기 해결을 도우려 하지 않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1947년 냉전의 시작을 알린 트루먼 독트린은 그리스와 터키의 공산화르 막기 위해 나왔다. 독일 엘베강의 동쪽에서 한반도의 북쪽까지 유라시아가 붉게 불들 때 두 나라는 서구 쪽 자유진영의 변방에 위치한 약한 고리였다.

트럼프의 물불 안 가리는 펀치가 미국이 군사기지를 둔 터키에도 날아갔다. 동아시아 쪽 자유진영의 변방 국가이며 미군 기지가 있는 한국에도 경우에 따라선 그 펀치가 날아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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