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재완 기자국립현대미술관은 하룬 파로키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20181027일부터 201947일까지 MMCA 서울 6, 7전시실, 미디어랩에서 개최한다.

국립현대미술관 하룬 파로키 전 개최 아트코리아방송

국립현대미술관은 2015년부터 <필립 가렐>, <요나스 메카스> 등 현대영화사의 중요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로 재구성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으며, 올해는 독일의 영화감독이자 미디어아티스트, 그리고 비평가였던 하룬 파로키(Harun Farocki, 1944~2014)를 조명한다. 노동, 전쟁, 테크놀로지의 이면과 함께 이미지의 실체를 추적해온 하룬 파로키는 이미 뉴욕 MoMA(2011), 런던 테이트모던(2009.2015), 파리 퐁피두센터(2017) 등에서 소개된 바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하룬 파로키 전 개최 아트코리아방송

하룬 파로키는 1944년 인도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인도, 인도네시아를 거쳐 서베를린으로 이주, 1966년 첫 단편영화 <두 개의 길>을 선보이고 베를린영화아카데미 1기 입학생으로 들어간다. 이후 작가는 영화를 통해 의미를 생산하는 이미지와 이렇게 생산되는 이미지의 정치·사회적 맥락을 지속적으로 분석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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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전시에서는 그의 첫 번째 전시작품 <인터페이스>와 컴퓨터 그래픽이미지의 세계를 분석한 <평행>시리즈, 그리고 2014년 타계하기 직전까지 진행됐고 사후에도 큐레이터이자 작가인 안체 에만(Antje Ehmann)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노동의 싱글 숏>프로젝트를 포함한 총 9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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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처음 전시 목적으로 제작한 작품 <인터페이스>(1995)는 그의 에세이 다큐멘터리들을 2채널 모니터로 재생시켜 두 이미지 사이에 일어나는 현상들을 분석한다. 두 대의 모니터에서 보여주는 각기 다른 노동현장의 기록은 당시의 지정학적 맥락과 함께 자본과 노동의 관계를 말해준다. <평행 I IV>시리즈(2012-14)는 컴퓨터 그래픽이미지를 분석하여 현실과 이미지의 관계를 조명한다. 작가는 게임 속 아바타를 인간과 배경 사이에 존재하는 상호매개적 존재라 부른다. <평행>시리즈에서 게임 속 아바타는 개발자가 만들어 놓은 가상세계에서 선택의 한계에 부딪치며 완벽한 존재가 되지 못하는 인간의 모습을 은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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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싱글 숏>(2011-17)은 하룬 파로키와 안체 에만이 2011년부터 시작한 워크샵 프로젝트로 제목대로 세계 곳곳의 노동현장을 단일 숏으로 촬영제작하였다. 하룬 파로키가 타계하기 전인 2014년까지 15개 도시에서 촬영됐으며, 2017년부터 안체 에만에 의해 다시 촬영하여 3개의 도시가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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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작가 생전에 제작된 15개의 영상과 더불어, 2017년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에서 추가로 제작된 영상이 전시된다. 관람객들은 생존을 위해 일하는 16개 도시 사람들의 노동을 바라보며 인간이 공통으로 직면한 현실을 직시한다. 인위적인 편집이 배제된 하룬 파로키의 노동 이미지는 픽션이나 다큐멘터리로 분류되지 않으며 정치적 선전의 도구도 아니다. 작가는 <노동의 싱글 숏>을 통해 관람객들이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노동 자체를 바라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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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년간의 공장을 나서는 노동자들(2006)은 노동의 이미지가 어떻게 다루어졌는지를 고고학적 시각으로 추적한다. 뤼미에르 형제가 1895년 필름카메라로 촬영한 최초의 기록영화 <리옹의 뤼미에르 공장 문을 나서는 노동자들>을 모티브 삼아 영화사 110년간 제작된 수많은 영화 속에서 퇴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퇴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공개되지 않은 그들의 노동현장, 시설, 근로조건을 상상하게 하는 한편, 군중의 모습으로 규합된 단체 이미지와 이내 흩어지게 되는 개인의 이미지를 동시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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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룬 파로키는 노동, 전쟁, 테크놀로지의 이면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세계를 지배하는 이미지의 작용방식과 함께 미디어와 산업기술이 인간에게 미치는 폭력성을 끊임없이 비판해왔다. 작가는 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현상들의 배후를 치밀하게 조사하고 현 세계를 지배하는 힘에 편승한 이미지의 실체를 추적하며 영화를 포함한 현대예술이 반이성의 시대에 이성을 회복하는 역할을 하길 바랐다. 또한 영화를 통해 이미지를 조합하고 해체하여 우리가 간과한 낯선 세계를 발견할 수 있으며 우리의 현재가 역사가 되는 과정을 담을 수 있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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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와 연계하여 세계적인 영화학자인 레이몽 벨루(프랑스)를 비롯해 에리카 발솜(영국), 톰 홀러트(독일), 크리스타 블륌링거(오스트리아) 등의 강연이 진행되며, 1114일부터는 하룬 파로키의 영화 48편이 MMCA 서울 필름앤비디오(MFV) 영화관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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