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서울시 성북구에 위치한 제이슨함에서는 2018. 9. 6(목) ~ 2018. 10. 30(화)까지 Mircea Suciu 展이 열리고 있다.

Mircea Suciu 展

제이슨함의 다음 전시로 Mircea Suciu의 <Touch of Evil>이 열린다. 작가의 최근 작업이 전시 공간 1,2층 전 층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작가가 참여한 2014 광주 비엔날레의 벽화같은 설치 작업에 이어, 이번 개인전은 한국에서 선보이는 Suciu의 두 번째 전시다.

Suciu는 섬세한 작업 과정을 거쳐 최종 작품에 도달한다. 작가가 여러 매체에서 발견했거나 직접 촬영한 이미지는 아크릴 필름에 옮겨지고, 다시 린넨에 프린트된다. 이처럼 능숙한 모노타입 기법의 변주를 통해 하나의 이미지에서 다양한 해석을 이끌어내며, 그 과정은 결과물만큼 중요하다. Suciu는 작품 하나의 다층적인 면모와 그 과정을 동시에 강조한다. 그 과정에서 이미지 자체가 강조되며, 다양한 관점과 해석의 가능성을 품어낸다.

작가는 인간 본성을 고찰하며 독재나 전쟁 등 절망적인 현재와 미래의 책임이 오롯이 우리 자신에게 있음을 역설한다. 절대 악이나 초월적인 힘이 있어 인간 사회가 당면한 폭력적인 문제의 원인과 해결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개인의 교육의 부족, 나아가 참여와 행동의 결핍으로부터 절망과 비극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Touch of Evil>은 Suciu의 철저한 자기 반성과 인간 탐구의 치열한 궤적을 좇는다. 인간 본성과 문명의 부정적 측면을 곱씹으며, 작가는 관람자로 하여금 스스로를 돌아보도록 권한다. 어둡고 음울한 정서로 채워진 작품 면면에는 한편 그럼에도 존재하는 한줄기 희망, 즉 인간에 대한 믿음이 스며있다.

“날것의 진실(naked reality)”과 “은폐된 진실(hidden reality)”의 사이에서, Suciu의 작업들은 은폐를 장치적으로 이용하여 병치함으로써 가리워지고 차단된 현실을 고발한다. 얼굴이, 신체의 일부가, 혹은 장막으로 전체가 가려진 작품 속 인물들은 차단된 시선 속에 머물러 있다. 이는 외부의 억압으로 신체와 시선을 상실한 것 일수도, 내면의 유약함과 두려움으로 장막 속으로 숨어버린 것일 수도 있다.

이처럼 작가는 본질적인 불안감을 야기하는 기이한 공간 속에 인물을 두고 인간 내면의 약함과 사회의 절망을 사유한다. 직접적이지만 은근한 시각적 은유로 오늘 우리 시대를 고발하고, 그동안 눈을 감았던 개인이, 시민이, 그리고 민중이 상실한 것들을 강렬하게 환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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