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훈의 All for You: 열정과 신성사이

전시 포스터

 

선종훈의 All for You: 열정과 신성사이

미술 갤러리가 매년 꾸는 꿈이 있다그것은 완판이다.

올해 어떤 전시가 완판을 기록할까? 모든 미술 갤러리는 완판을 꿈꾸며 매 전시를 기획한다. 선종훈 작가는 20165월 여니갤러리 전시 "나의 당신 My Love"에서 완판을 기록한 바 있다. 완판 작가 선종훈이 201810월 여니갤러리에서 전시 All for You를 선보인다

 

이번에도 완판할 수 있을까?

그러나, 완판은 갤러리의 꿈이고 갤러리의 몫일뿐, 선종훈 작가는 자기의 길을 구도하듯 갈 뿐이다. 갤러리는 또 한번의 완판을 꿈꾸며 그 완판의 추억을 다시 집행하려하지만, 작가에게 완판은 결과이지 목표가 결코 아닌 것이다선종훈 작품의 매력은 그 속 아름다운 여인이다. 남자 작가 선종훈의 아름다운 얼굴 선이 여인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작품 안에 있다. 이번 전시에도 열점 미만의 신비로운 여인 작품이 출품된다. 이 여인 작품들은 아마 완판 될 가능성이 크다. 빨리 와서 점찍는 콜렉터만이 그 행운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전시의 관건은 이 여인 작품들이 아니다. 선종훈 작가도 여니갤러리도 이 아름다운 여인 작품들보다는 이번에 출품되는 새로운 형식의 작품들, , 선종훈의 특기인 아름다운 여인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은 작품들이 관객들에게 어떤 반응을 받을 것인가에 있다그 작품속에는 교회가 있고 영성이 있고, 성직자가 있다. 관객들이 선종훈 작가가 여인의 아름다움에서 종교적 아름다움으로 변신하고 있는 모습에 대해서 어떠한 감정을 느낄 것인가가 이번 전시의 관건인 것이다.

 

마치 1988년 시인과 촌장의 3집 앨범에서 "내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라고 하덕규가 노래하는 순간인 듯하다. 예술가가 종교에 귀의하는 순간 그 예술가의 팬들은 아쉬움을 가진다. 팬심은 기본적으로 신앙심과 배치된다. 예술가에 대한 애호가들의 사랑은 종교적으로 보면 하나님 외의 다른 신, 즉 우상 숭배와 비슷하다. 팬들은 예술가를 우상처럼 숭배한다. 그런데, 그 예술가가 신을 숭배하게 되는 순간 팬들은 자신의 우상을 잃어버린다. 신에 굴복한 예술가는 더이상 팬들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마치 인기절정의 아이돌 스타가 결혼하면 매력을 잃는것처럼. (그래서 서태지가 이지아와의 결혼을 그렇게 오랫동안 숨기고 싶었나보다. 나쁜 서태지. 불쌍한 이지아. 선종훈 작가만큼의 용기도 없었던 서태지.)

신으로의 귀의가 전면에 등장한 市人과 村長의 1998년 3집 앨범 '숨'은 2018년 선정된 한국대중음악 명반 100 중의 54위로 선정된다. 반면 종교의 색깔이 덜하던 1986년 시인과 촌장의 2집  "푸른 돛"은 14위이다. 시인과 촌장의 경우도 신에 귀의하기 직전의 작품이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종훈은 이런 속세적 속물적 생각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아간다. "예술가가 팬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팬들이 실망할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리고, 신성으로의 귀의가 예술성을 해칠 것이라는 의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예전의 작품에선 남녀가 한 캔버스 안에서 마치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를 보는 듯한 포옹으로 엉켜있는 작품들도 있었던 반면에 이번 전시에서 두 남녀는 신부와 수녀, 성직자와 여신도의 모습으로 성스럽게 묘사된다. 

여인은 두 손에 밝게 빛나는 교회를 모시고 있다. 남성의 손은 여성을 터치하지 않고 있다. 물론 손 하나는 숨겨져 있어서, 성스럽지 못한 관객에게 다른 해석의 자유를 익살스럽게 부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익살도 때로는 그저 불경일뿐. 이 작품에게 그러한 유머는 백해무익하다. 100% 성스럽게 보는 것이 100% 이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는 것이 된다. 그냥 한 작품을 보면 그저 아름다운 여인으로만 느껴질 어떤 작품도 다른 종교적 작품과 같이 전시되면서 성스럽게 변화한다. 마치 큰 나뭇잎 두개 또는 큰 깃털 두개를 가진 여인은 하나님의 곁을 지키는 천사의 날개를 지닌 모습으로 보여진다.

 

 

그런데, 그 천사는 잠을 자는 듯, 꿈을 꾸는 듯, 아니면 무엇인가를 음미하는 듯 눈을 감고 옆으로 고개를 누이고 있다. 서있는 듯, 누워있는 듯 여인을 보고 있노라면, 관람자도 이 여인을 따라 종교에 귀의하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 무엇이 이 여인을 이토록 평안하게 하는가? 그러한 힘이라면 내게도 평안을 주소서. 

그렇게 감상을 하고 나서, 예전 방식의, 여인 홀로 있는 작품들을 살피면 좀 심심함을 느낀다. 작가의 진보에 관객이 이미 적응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 방식의 작품도 달리 보인다. 그저 이쁜 여인이 아닌 것이다. 그녀가 눈을 감고 있는 것이 그저 느끼거나 꿈을 꾸거나, 잠을 자는 것이 아닌, 기도하는 것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녀들의 홍조가 지난 밤의 사랑을 회상하거나 다가올 연인을 상상해서가 아니라 성스러운 종교적 충만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생명연습, 건, 환상수첩,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1964년 겨울 등의 어마무시한 작품을 쏟아낸 작가 김승옥.  무진기행의 작가 김승옥. 작가 장정일은 독서일기에서 무진기행을 자신의 팝콘이라고 불렀다. 최고의 작가가 늘 즐겨 먹어야 하는 팝콘 같은 작품. 우리나라 모든 문학 작가들이 극복해야 할 작품 무진기행.

"나는 그 방에서 여자의 조바심을, 마치 누군지가 자기의 손에서 칼을 빼앗아 주지 않으면 상대편을 찌르고 말 듯한 절망을 느끼는 사람으로부터 칼을 빼앗듯이, 그 여자의 조바심을 빼앗아 주었다. 그 여자는 처녀는 아니었다.”

이렇게 무시무시한 글을 썼던 천재 작가 김승옥은, 1980년 광주사태의 충격으로 절필을 하게 된다. 당시 동아일보에 연재중이던 장편 먼지의 방 집필을 중단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는 1981년 하나님을 만나는 체험을 한다. 그리고는 아직도 두번 다시 소설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시인과 촌장의 하덕규나, 무진기행의 김승옥 모두 종교로 귀의하는 대신 예술성을 잃었다.

 

 

작가 선종훈은 누구의 길을 걸을 것인가?

우리는 그가 하덕규나 김승옥이 아닌 베토벤의 길을 걷기를 기대한다. 베토벤은 평생에 걸쳐 종교에 무관심한 편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실질적 마지막 교향곡 9번(1824) 4악장의 "환희의 송가"는 종교와 신에 대한 그의 관심을 보여준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베토벤이 자신의 작품 중 최고라고 평했다는 장엄 미사(1823) 역시 신성이 예술성을 해치지 않는다는 중요한 사례이다. 그의 피아노 소나타 역시 마찬가지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비창, 월광, 전원, 템페스트, 발트슈타인, 열정은 베토벤이 종교에 관심을 가지기 전의 작품들로 보인이다. 그러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의 진정한 열광자들은 그의 후기 소나타를 더 높게 평가한다. 표제도 붙어있지 않은 28번부터 32번까지가 그것이다.

2016년 선종훈의 여니갤러리 전시 "나의 당신 My Love"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3번 열정( Appassionate)에 해당하는 작품들이라면, 2018년 선종훈의 여니갤러리 전시 "All for You"는 진정한 걸작의 시작인 베토벤 피아나 소나타 28번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과연 열정과 신성사이이다. 

열정과 냉정사이는 피렌체의 두 남녀를 소재로 하지만,

2018년 선종훈의 “열정과 신성사이”는 합정동의 여니갤러리를 무대로 펼쳐진다.

Written by Mr. 탐미(Tammee)

 

 

작가 선종훈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이번 여니갤러리에서 21번째 개인전을 개최한다. 선작가는 개인전과 함께 100여회가 넘는 단체전을 통해 아름다움을 화두로 하는 수많은 작품을 발표하였는데 특히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삶과 철학이 종교의 숭고함으로 승화되어 그 어느 전시보다 자기성찰을 통해 그려지는 작가 내면의 아름다움과 사랑이 몽환적이고 신비롭게 그려지고 있다.

 

* 제목: All for you - 선종훈展

* 장소:  여니갤러리 (서울 마포구 합정동 369-20)

* 작가:  선종훈

* 구성: oil acrylic on canvas

* 기간: 2018년 10월 17일 - 11월 5일

* 개관시간: 12시 - 18시 (휴관 / 매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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