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력 특례 뜨거운 감자
병력 특례 뜨거운 감자
  • 나경택 칼럼니스트
  • 승인 2018.10.1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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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택 아트코리아방송 논설고문칭찬합시다 운동본부 총재
나경택 아트코리아방송 논설고문칭찬합시다 운동본부 총재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축구 3-4위전에서 한국이 일본과 붙었다. 비등할 거란 예상을 깨고 우리가 20으로 이겼다. 일본 측이 뼈 있는 말을 했다. ‘군 면제 받으려고 뛰는 한국팀은 당해낼 수 없었다.’

미국 TV도 툭하면 병역 얘기를 꺼냈다. 몸싸움이 벌어지면 한국팀이 악착같이 덤빈다.”고 하고 경기 뒤엔 군대 안 가게 된 걸 축하한다.”고 비꼬았다. 얼굴 화끈거린다는 고민이 많았다. 아시안 게임도 상황이 비슷했다.

영국 BBC가 한국 축구팀 소식을 낱낱이 보도했는데 토트넘 손흥민은 군 면제를 위해 참하가호 있다.” “손이 결승전 승리로 군 문제에서 자유로워졌다.”고 했다. 프랑스 팀에서 뛰다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에서 병역 면제를 받은 박주영 이름까지 이런 기사에 오르내렸다. 영국 소셜미디어엔 소속팀 감독과 팬들 축하가 쏟아졌다.

그런데 경기 내용이 아니라 손흥민 군 면제가 관심사다. 영 개운치가 않다. 운동선수 병역 특례는 45년 전 도입됐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레슬링 금메달을 딴 양정모부터 900명 가까이 대상이 됐다.

1990년 이후로 올림픽 동메달 이상 아시안 게임 금메달이 군 면제 기준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월드베이스볼 때는 ‘4도 해당됐다. 문화예술계도 국내외 유명 콩쿠르 우승자 무형문화재 전수자 같은 예술요원이 대상이다.

국제 바둑대히를 휩쓴 이창호 9단도 그 범주에 들어갔다. 국력이 미미하던 시절 국위 선양이나 문화창달차원에서 생긴 제도지만 갈수록 논란이 커졌다. 스포츠 그 자체보다 군 면제 혜택이 더 도드라지면서다.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우리와 비슷한 병역 특례 제도를 가진 이란과 축구 16강전이 벌어지자 병역 면제 더미라는 이름이 붙었다.

과거 야구대표팀을 병역 미필 선수로 짰다가 병역 면제 원정대라고 빈축을 샀고 어떤 축구 선수는 ‘4분 뛰고 면제라는 꼬리표가 달렸다. 우리 선수끼리 개인 종목 금메달을 겨루다 이미 면제받은 선수가 이기는 바람에 멋쩍어하는 장면도 나왔다.

땀과 노력으로 국민에게 자긍심을 심어준 체육, 예술인들에게 병역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찬성론도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무회의에서 여러 측면을 고려하여 국민의 지혜를 모아 병역특례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내라.”고 병무청에 지시했다. 1973년에 도입된 병역특례법제도는 국민적 공감을 받으면 존속해왔다.

과거엔 체육 예술인들이 국제대회나 무대에서 상위 입성함으로써 국가의 명예를 높인 공로로 국방의 의무를 면제해주는 데 대해 이견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 제도가 국민개병제의 원칙을 허문 것 또한 사실이다.

국민의 의무 이행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 국위를 선양한 것은 인정하더라도 그에 대한 포상으로서 해야 할 의무를 면해주는 것은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 국가를 개인보다 상위에 두는 발상은 더 이상 동의받기 어렵다. 끊임없이 제기되는 형평성 논란을 방치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개선 방향을 놓고 특례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과 형평성을 맞춰 유지하자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운동선수나 예술인들이 사회봉사나 대체 복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여러 대회에 걸쳐 점수를 많이 쌓은 선수에게 병역 혜택을 주는 방안도 고려해 봄 직하다. 군 복무로 인한 체육, 예술인들의 기량 저하라는 현실적 문제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형평성을 맞춰 병역특례 대상자를 선정해도 한계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특례제도를 폐지하는 게 해법이다.

당장 폐지하는 것은 부작용이 틀 테니 한시적으로 운용하다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제도 개선 추진 방식에 유의해야 한다. 국방부와 대한체육회가 주도할 게 아니라 국민적 여론을 충분히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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