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전시일정 ▶ 2018. 10. 05 ~ 2018. 10. 15 좋은 비 작가의 '아름다움 이전에 . 와'전이 열린다.
아름다움 이전에 . 와 ,
좋은 비
관계는 어렵다. 타인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나와 나의 관계조차 항상 어려웠다. 관계에 대해 제대로 파악했어, 그 관계에 익숙해.라 느껴도 어느새 새로운 사건이 난입해 관계를 재구성해버린다. 이는 나를 몹시 지치게 했고 관계를 만드는 것 자체를 두렵게 만들었다. 그래서 종종 관계로부터 도망쳐 내면세계에 숨어 지내지만 이때부터는 나와 그동안의 관계들을 곱씹고 곱씹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러면서 내 안에 변화가 생기고 평온하던 마음은 요동친다.
돌아보면 나의 작업은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나의 그림은 요란하게 변화를 맞이하는 내면을 물고기로, 사과로, 어떤 여인으로, 식충식물로, 꽃으로, 색(色)으로 표현하며 뒤죽박죽이 된 내면을 아름답게 바꿔가려는 시도이다.
작업은 서로 연관성 없는 소재들이 서로 끈끈히 엮여 그려진다. 매번 그래왔고 항상 새로운 작업세계를 찾을 때마다 이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지만, 몇 장의 종이를 버리며 한 겨울 내내 깨달음과 자학을 오가서야 또다시 모든 소재는 하나의 이야기로 향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긴 시간 답을 얻지 못해 허덕였던 일이 허무할 정도로 답은 쉽다. 단어 하나와 소재의 모임. 이것이 작업의 기점이지만 시간이 흘러 작업이 쌓일수록 첫 단어는 복잡한 사연 속에 모습을 감춘다. 그리고 나면 도로 겨울의 반복. 깨달음과 자학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사과도 물고기도, 여자도, 식충식물도, 살이 붙었지만 본디 단어 하나로 시작된 작업이었다. 그때의 단어를 명확하게 말할 순 없으나 이들은 현재의 작업과 단어 하나로 연결된다. 아름다움. 내면의 변화를 안정시키려는 나의 노력을 아름답게 표현하고자 한 작업이, 언제고 다시 꽃을 피워내려는 사람의 아름다움과 연결되어 이어지고 있음을. 나를 붙잡아둔 순간, 언제고 현재를 과거로 돌려보내는 그 지점, 아름답지 않았던 것을 아름답게 바꾸고 당신이 품고 있는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나는 노력하고 있다.
부제 : . 와 , 에 관하여
마침표 . 는 맺음이 아닌 다음 문장으로의 연결이다. 그것은 마지막 글에 쓰이기까지 앞 장면을 이어가며 읽는 이로 하여금 뒷이야기를 기대하게 한다. 더군다나 사람의 이야기는 그의 삶만큼 다채로워 삶의 한 장면, 긴 이야기, 소중한 순간에 마침표가 찍혔어도 언제든 쉼표로 바뀔 수 있고 무엇이라도 다시금 이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