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유의 "무엇 ❤️" 展

[아트코리아방송=이다영기자] 박시유 작가의 전시가 2018년 10월 5일부터 10월 18일까지 정수 화랑 갤러리에서 열린다. 박시유 작가는  “이성 간의 사랑을 좀 더 직설화법으로 표현하기 위해 하트의 형태를 차용해 수많은 사랑의 표현을 대변하고, 남녀의 사랑을 주제로 진솔하고 솔직 담백한 감정을 캔버스에 담았다”라고 말했다.  

 

I wish-4,53.45,oil on canvas. 2018
lovely-1,15.15,oil on canvas. 2018

 

longing-3,45.45,oil on canvas. 2017

 

무엇을 하거나 “사랑?”

모호한 말입니다. 사랑? 아주 구체적인 것 같으면서도 매우 추상적 개념의 것입니다. 예술가가 무엇을 그린다는 것이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보통사람의 백지와 비슷하다는 말장난이 생각납니다.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여도 잘 표현하지 못하여 입속에만 맴도는 말이 있듯이 사랑 또한 잘 알면서 잘 알지 못하는 비 구체적 영역입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사랑이 그러합니다.

 

알 듯 하지만 알지 못하는, 무엇으로 표현하고 싶어도 그것을 못내 다 수용하지 못하는 마음들, 매일 얼굴을 마주하여도 말 한마디 못하는 외 사랑이나 사회적 도덕이 허락하지 않는 사랑에 이르기까지 애절하고 절절한 사랑의 관계는 너무나 많습니다.  좋은 것으로만 보자면 사람이 살아가는 기본적인 감정으로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감정의 교류를 말합니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은 좋음만 있음이 아니라 부정과 불편, 애증과 증오까지를 포함하는 포괄적 용어입니다. 보통으로 말하는 사랑은 상대를 위한 대가성 확인이 필요합니다. 사랑한다는 해설이 필요하거나 여타의 방식을 통해 증거를 남기는 것이 보통의 일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받는 사람을 향해 자신의 사랑을 설명하면서 자신만의 특별하고 독특한 사랑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최근에 이르러서는 인터넷의 발달과 소통의 일반화로 인해 사랑받는 상대를 위한 개인감정의 유입 방법이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쯤하여 박시유는 자신의 사랑방식을 이미지로 환원시킵니다. 개인의 독자성이라 할지라도 일반화된 이미지와 평범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지시킵니다. 두툼하게 발려진 물감 덩어리의 색을 알지 못하게 다른 색으로 덮어 버립니다.

 

감상자가 알 수 있는 것은 하트 모양처럼 생긴 물감 덩어리와 덩어리를 따라 그어진 색이 전부입니다. 감성을 자극할 틈도 없이 그냥 그렇게 생겨먹은 하트모양을 따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감성이나 감정 자체가 스스로가 만들어진 창의적 영역임을 알게 합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화학적 반응이라는 차고 건조한 느낌의 일상으로 말합니다. 살아가는 동안에 만들어지는 다양한 사랑이 의무적이거나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는 자기 최면의 일상을 습득하게 합니다.      


한 개인의 사랑은 너무나 독자적이어서 사회성을 획득하기 어렵습니다. 거대한 사회구조를 사랑한다고는 하지만 사회의 사랑과 사람과 사람사이의 사랑과는 간극이 넓습니다. 박시유는 여기에 다시한번 사랑의 의미를 내려놓습니다. 사회나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지닌 감정의 영역으로서 ‘사랑’의 모습을 만들어 갑니다. 독자적으로 해석되는 사랑이 개인과 개인의 사이에서 관심을 얻게 되면 더 넓은 사회적 관점에서 좋음으로 인정받게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면서 사랑의 의의를 찾아가게 됩니다.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여 세대간의 영속성을 이어주는 것, 개인과 개인의 결합을 통해 사회를 형성하게 된다는 가족 이전의 사회성을 향상시킵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만들어지는 사회질서와 교양 등의 가치를 사랑이라는 구체화 될 수 없는 조건에서 창의적 관찰을 만들어갑니다. 누군가 만들어놓은 심장처럼 생긴 ♡를 하나의 사물로 바라보면서 그것이 풍경이 되고 그것이 건물이 되는 상황을 예견합니다.

 

좋고 나쁨의 관계가 아니라 ♡를 하나의 고유한 사물로 바라보면서 하트가 지닌 감정과 감성의 관계성을 획득해 나가려는 예술가적 입장을 견지합니다. 경험해 보지 않아도 사랑의 논점을 말할 수 있는 지극한 보통명사로서의 사랑을 사물로 바라보면서 그것이 지닌 다양한 모양과 의미를 희석시켜 오히려 모호한 상태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박시유의 하트가 지향하는 목적이기도 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무엇이 발생한다는 철학적 견해로 선택된 기호가 ♡이며 의미나 목적을 지닌 각 개인의 ♡가 각기의 고유성으로 인해 교집합이 없다는 것을 확신해 줍니다.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박시유의 하트는 다양한 이야기라기보다는 다양한 이야기를 아무것도 없음으로 전환시키는 예술적 의향입니다.

 

너무나 개인적이어서 지나칠 정도로 종류가 많은 사랑이라는 개념을 포괄할 수 없기 때문에 해체해 버리고자 하는 도덕입니다. 사회적 활동으로서 ♡는 개념이기 보다는 사과나 배와 같은 과일의 모양으로 바라봅니다. 그래서 박시유의 하트는 우리사회가 지닌 다양한 모습의 풍경화와 닮아 있습니다. 

박정수(미술평론가)

 

박시유 작가의 "무엇 ❤️" 展은 서울 종로구 삼청로 22-31에 위치한 정수화랑 갤러리에서 열리며 입장은 무료이다. 전시는 10월 5일부터 10월 18일까지 열린다.

 

저작권자 © 아트코리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