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온라인 갤러리 브랭크에서는 2018년 9월 13일(목)부터 10월 31일(수)까지 『사적(私的) : Personal』을 테마로 한 첫 번째 기획전시 <The Island · 섬>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강청해 작가의 ‘집으로 가는 길’시리즈의 사진작품 13점과 작품의 이해를 도울 전시서문, 작업노트, 인터뷰, 에피소드 등이 공개된다. 전시기간 중에는 ‘다른 작업소개‘ 및 ’작가의 작업실’ 그리고 강청해의 작품에서 영감 받아 블랭크가 제작하는 ‘인스피레이션’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강청해 개인전 '섬'

자신의 사적인 부분을 드러내는 것은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가 아닐까. 강청해는 자신의 민낯과도 같은 가족들의 삶을 담아낸 사진을 이번 첫 개인전을 통해 공개한다. 가족을 소재로 다룬다는 것은 자신의 가장 깊숙한 곳, 혹은 드러내고 싶지 않는 부분을 작품화해야 하는 쉽지 않은 작업이다. 작가는 현재까지 가족에 대한 세 가지의 시리즈를 작업했으며, 블랭크를 통해 ‘집으로 가는 길’과 ‘대상없는 용서’ 두 가지 시리즈를 이어서 공개한다. 먼저 전시되는 ‘집으로 가는 길’은 강청해의 가족 시리즈 중 첫 번째 작업으로 도시에서 떨어진 정읍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그들의 특수한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강청해 개인전 '섬'

갓 스무 살이 되었을 때 그의 부모님은 식품공장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가족들의 모든 생활은 오직 공장 스케줄에 맞춰지게 되었다. 사업으로 가족구성원은 많은 것을 그곳에 소진하였고, 소소한 일상은 사라져버렸다. 강청해는 '현재의 일상을 놓쳐버린 노동이 무슨 가치가 있는가'란 질문을 수없이 되뇌다가 직접 노동 현장에 들어가게 되면서 관찰자의 시점으로 그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분주하게 돌아가던 공장기계들이 하나둘 멈추는 시간이 되어야 가족들을 가까이 마주할 수 있었기에 주로 야간촬영이 많은 작품 속에는 늦은 밤까지 공장을 돌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고단한 가족의 일상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강청해 개인전 '섬'

공장 건물이 자리 잡고 있는 한적한 위치와 달리 바쁘게 돌아가는 그들의 삶은 외부에서 보기에 그저 고요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섬과 같다. 내부적으로는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며 결속할 수 있는 조건이 되기도 하지만 어둑한 밤 풍경과 그 안에서 새어나오는 인공 빛들은 마치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다. 큰 공장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상당량의 노동으로 소진된 에너지와 시간은 서로에 대해 소홀해지고 예민한 감정을 양산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 어머니, 언니 각 인물은 함께 촬영되지 않은 채 개별로 놓였으며, 클로즈업 된 얼굴과 몸짓이 피로한 일상을 여실히 전해준다. 깨끗한 식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착용한 하얀 위생복과 마스크, 장화 등 함께 등장하는 소품들은 그들의 고립과 결핍, 삭막한 삶의 무게를 배가시킨다.

강청해 개인전 '섬'

중형카메라 중 가장 기동력이 좋은 마미야7를 이용해 다큐멘터리와 같이 꾸미지 않은 순간을 포착하는 데에 집중한 작가는 조명 또한 포충등이나 간판, 가로등, 어디선가 새어나오는 빛을 최대한 활용하여 자연스러운 장면을 담아내었다. 초점을 잃은 눈동자, 발뒤꿈치에 깊이 박인 굳은살, 잠깐이나마 휴게공간에서 쓰러져 잠든 가족들의 모습은 자신을 돌볼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는 바쁜 현대인의 모습과 오버랩 되는 풍경이기도 하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저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큰 맥락에서는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혈연의 가족은 어떤 관계와도 비교할 수 없는 끈끈함이 있지만 서로에 대한 약점과 상처의 깊이도 클 수밖에 없다. 그러한 관계의 문제를 넘어선 현실과 투쟁하며 언제 올지 모를 안정을 위해 감내하는 일상의 장면들은 감상자에게 공감과 위로를 선사할 것이다. 

강청해 개인전 '섬'
강청해 개인전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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