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용인시 처이구에 위치한 안젤리 미술관 전관에서는 2018. 8. 21(화) ~ 2018. 10. 31(수)까지 권숙자 40년 '회화세계 산책'이 전시되고 있다.

권숙자 40년 회화세계 산책

권숙자 그림 인생 이야기
그림을 그리는 일은 구원이었다.

참으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하며 세상의 시간을 산책하고 있는 것일까? <회상의 정원>을 거닐며 지나온 날들을 그려본다.

한 인간이 태어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좋은 부모님과 필연이 되고, 형제들과 운명이 되고 벗들과 인연이 되며 자신의 내면과 속삭일 수 있는 형상과 색을 표현할 수 있는 재능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은 「나만의 자산」이기도 하다. 그런 기회를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고, 그런 일상을 지내며 평생을 살아갈 수 있게 한 부모님과 형제, 나를 사랑해 주는 벗들에게  다시 한 번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한 순간! 어느 곳으로도 곁눈질 하지 않고 외길만을 향하여 살아온 나에게 그 지루함을 어떻게 견디었냐고 혹자는 물을 것이다. 그러나 그림을 그리는 일은 구원이었고 화폭 앞에 있을 때, 나는 살고 있다. 세상에 태어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긴 세월을 살아온 나에게는 그 누구도 겪지 않았을 시련과 고통도 많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말했다 “당신은 이 세상에 한 번도 겪지 말아야 할 것을 자주 겪고 있다고...

권숙자 40년 회화세계 산책

교육자와 화가라는 두 개의 양산을 드리우며 산책하던 길

그림은 내 인생에서 겪지 않을 것을 겪게도, 또 겪어야 할 것을 피해 가게도 했다. 교육자로서의 삶을 37년 누린 나에게는 항상 두 개의 양산이 있었다. 교육자의 양산과 화가의 양산이었다. 사람과의 관계에 최선을 다하여도 마음에 부는 바람이 많아지면 나만의 성城이 자리한 「화가의 양산」을  드리우며 「내 심연의 섬」을 산책하곤 한다. 그러나 그 섬의 일상이 지루하고 허무하고 의미가 없을 듯 하면 나는 「교육자의 양산」을 드리우고 사람들의 목소리와 몸짓이 있는 넓은 세상 속으로 걸어 가곤했다. 그렇게 37년간, 두 개의 양산을 번갈아 드리우며 내 생애의 시간을 산책한 것이다 .

권숙자 40년 회화세계 산책

 「문화 확산」의 사명감을 지니며 뒤돌아 가는 길

 이 시점에서 나는 교육자의 양산을 접으며 걸어왔던 길을 회상하고 또 다른 나에게 열려있는 나만의 새로운 길을 찾아 걸어가려고 한다.

“길이 없으면 길을 찾으라”는 말이 있듯이 정해진 길이 없다고 할지라도 숨을 쉬고 있는 한, 내가 즐기고 숨 쉬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설 것이다.

그 길을 찾으며 가장 자유로운 영혼으로 춤추며 세상의 빛과 어둠과 찬란함과 비애 마저 사랑할 것이다.

이제 교육자로써 지켜왔던  공식적인 자리를 떠나며  화가로써 「내 꿈의 절정」이었던 안젤리 미술관의 출입문을 활짝 열고 「문화 확산」이라는 사명을 지니며 그림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나눔으로 승화시키며 나의 예술 혼은 다채로운 모양으로 태워질 것이다. 이 안젤리 성에서  보다 원숙한 화가의 혼을 사르며, 보람이나 가치의 산山을 등정하기도 때로는 갈등과 고뇌의 강江을 건너며 색다른 장르의 등정을 하게 될 것이다. 그 길이 비록 생애生涯에서 겪지 않아도 될 비탈진 등정일지라도 내가 원한 길이라면 주저 없이 행진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 2018년  8월에

권숙자 40년 회화세계 산책

문학과 시성이 은은하게 흐르는 독특한 회화의 세계

장준석(미술평론가, 한국미술비평연구소 소장)

화가 권숙자는 자연과 인간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조형적으로 다루고자 부단히 노력해왔다. 그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잘 보이려고 포장하지도, 예술가로서의 명예나 성취를 위해 애쓰지도, 세태의 흐름에 편승하지도 않았다. 순수한 조형성으로써 자신의 내면세계를 오롯이 표현해내면서 소박한 예술 세계를 묵묵하게 추구해 왔다. 그는 또한 교육자로서 대학 강단에서 미술교육을 통하여 인재를 양성해왔다. 화가이자 교육자로서 40여 년 외길을 걷고 있는 권숙자의 삶은 자유와 열정의 예술가로서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권숙자는 그의 숙원대로 용인 지역의 문화발전과 지역민들을 위하여 2015년에 사비로 미술관을 건립하였다. 자신의 예술가적인 혼과 땀을 섞어 수년에 걸쳐 건축하게 된 안젤리미술관은 마치 하나의 작품을 창조하듯이 자신의 내면에서 표출된 회화성과 더불어 문학성이 농후한 독특한 조형성을 지닌 미술관이다. 마치 미켈란젤로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러했듯이 미술에 대한 그의 열정은 자신의 작품들과 동일한 분위기를 지닌 아름다운 미술관을 탄생시킨 것이다. 

권숙자 40년 회화세계 산책

미술관과 마찬가지로 권숙자의 예술적인 조형성은 미술을 전공한 이후 부단하게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어려서부터 예술적 재능을 인정받은 작가는 대학 시절부터 자연, 사람, 동물 등의 대상을 진지하게 사색하고 묘사하였다. 소통과 교감이 가능한, 문학 같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는데, 당시의 그림들은 대단히 밀도가 있으면서도 독특한 회화성을 내포하게 되었다. 이처럼 남다른 예술가적인 기질을 지닌 작가의 서정성을 지닌 표현력은 어떤 미술사적인 아류에도 편승하지 않는 독창적인 회화로 귀결되었다. 이후 40여 년 동안 작가의 작품에는 삶과 자연에서 비롯된 여러 소재들을 담아내는 순수한 서정시 같은 독특한 조형미가 변함없이 잔잔하게 흐르게 되었다. 서정성과 시성을 내포한 화가의 순수미적 상상력은 목이 긴 새나 사슴, 물고기, 해와 별, 산과 들의 모습 등 다양한 자연의 생명체와 하나가 되기도 하고, 사람, 특히 여인을 통해 사랑과 절망, 애환, 희로애락 등이 함축된 내면의 일루전(Illusion)을 표출시키는 형태를 구축하기도 하였다. 

권숙자 40년 회화세계 산책

그가 모교에서 조교를 하던 시절의 첫 전시회 때 스승 김창락 교수는 그의 작품에 문학성이 돋보임을 강조하였는데, 이는 매우 예리하면서도 정확한 평가였다고 생각된다. 이후 1990년대에 전개되었던 자연을 테마로 한 조형성은 끊임없는 사색과 자신의 삶의 바탕에서 비롯된 문학적 상상력에서 비롯되었다. 더 나아가 마치 종교에 귀의한 것처럼 진지하게 내면과 자연의 본 모습을 성찰하면서 이루어지는, 산과 물고기, 해, 달 등이 사람과 조화를 이루는 것은 작가의 커다란 관심사로 부각되었다. 작품 <이 세상의 산책-자연과 부부>는 왕성하게 자란 들풀 속을 헤집고 달리는 목이 기다란 사슴을 탄 벌거벗은 남녀의 모습을 심플하게 그린 것이다. 이 그림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를 상상하게 하는데, 보는 사람의 심경에 따라 상상하는 게 다를 것이다. 사슴을 붙잡고 날아가듯 붙어있는 한 쌍의 남녀를 보며 에덴동산의 아담과 이브를 상상할 수도 있고, 연인과의 일탈을 꿈꿀 수도 있다. 작품에 나타나는 신비스럽기까지 한 형태와 구도 그리고 타고난 문학성과 회화성은 여느 작가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표현의 자유와 여유 그리고 순수성을 느끼게 하는데, 이는 곧 자연의 안식처와 같은 넉넉함, 편안함, 여유로움을 지닌 우리의 감각과 정서가 깃든 조형미라 여겨진다. 이런 성향들을 자신의 내면에 담아 하나의 그림으로 함축할 수 있었던 작가의 조형적인 역량은 매우 감각적이면서도 감성적이고 시적임이 분명하다.

권숙자 40년 회화세계 산책

자연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우리 시대의 사람의 모습을, 2000년 이후 엄청난 변화 위에 서있는 갈등과 슬픔, 절망과 갈망 그리고 구원으로 점철된 것으로 규정하면서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회화적으로 표현해 온 작가는 이런 성향들을 표현하는 것이 참다운 창조라고 생각하였다. 특히 여인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통해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감흥을 회화적으로 드러내고자 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곧 진실을 좇는 진정한 창조로서 자연물이나 심상에서 비롯된 생명력을 동일한 선상에서 상상력으로 펼쳐낼 수 있는 것이다. 인간과 자연의 생명의 카테고리를 넘나들며 형성된 상상력을 문학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조형으로 표출하고자 함은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작가는 오늘을 사는 사람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권숙자 40년 회화세계 산책

사람들은 늘 색다른 희망을 향하여 자신의 몸에 자유와 희망과 꿈이라는 문신을 새기며 살아가고 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 틈에서 생명의 신비와 숭고함을 공유하게 된다. 작업을 하는 동안 철저히 혼자이면서도 작업 속에서 많은 사람을 안을 수 있게 되고, 그 사람들 무리에서 나는 유희하고 자유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작가노트)

이처럼 사람들 사이의 현실에서 비롯된 자유함의 선상에 있는 작가의 회화성은 내면의 심성과 상상력 그리고 문학성의 개입을 통해 더욱 아름답게 조형화되었다. 이는 상징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경험적 반성의 대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새로운 미적 경험이 된다. 사람들에 의해 얻어진 회화성은 단지 사유의 과정에 종속되어 사유의 과정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사 자체와 동등한 속성을 가질 수 있는 예술적인 것으로 변모된 것이다. 회화적 감각을, 단지 묘사적인 행위의 차원이 아닌, 문학적 의식과 내용이 흐르는 개념의 작용 안에서 타자적(他者的)으로 형상화한 것이 작품의 독창적 성향인 것이다.

이처럼 권숙자의 작품 세계는 대상과 작가의 관계로 이루어진 미적 현상을 넘어, 사람과 자연이라는 대상과 문학성 그리고 생명과 작가의 상상력이라는 복합적인 관계로 독특하게 함축되어 있다. 여기에 기존의 평면 작업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부조식의 기법과 주방에서 사용하는 도마 등이 하나의 오브제로서 조형적인 매개체로 새롭게 설정되어 새로운 관계 설정에서 비롯된 회화적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다시 말해 작가가 자연이나 어떤 대상에 대하여 보고 느꼈던 내면의 감흥과 문학적 감흥이라는 매개를 통해 새롭게 조형화한 것이다. 특히 해, 달, 사슴, 별, 시냇가, 물고기, 여성과 남성 등 대상의 외적 형태(figure)를 통해 자신이 보았던 현상을 미적 상상력에 의해 가상적이면서도 새로운 이미지와 형태로 표현해 내려는 작가의 시도는 매우 적극적이며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그의 일련의 작품들은 기존의 추상적 작품이나 자연주의적 작품들과는 심도가 다른 상징성과 은유성 및 문학성을 내재하고 있다. 이처럼 작품이 상징적이면서도 은유적이고 문학적인 것은 대상의 형태를 자신의 문학적 감성에 의해 내면에서 종합하여 새로운 이미지와 의미로 재창조하는 방향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며, 기존의 예술표현의 관점과는 다른 시각에서 전개된 독창성과 예술성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단순한 텍스트적 사유가 아니라, 총체적인 삶에서 비롯된 사람과 자연의 상황이 다차원적으로 포용되어 새롭게 상상될 수 있는 은유적·상징적·문학적 이미지들이 하나의 화면 안에서 조화를 이루면서 예술성과 심미성이 자연스럽게 표출된 경우이다. 이는 자기 성찰을 바탕으로 사유되는 관조적(觀照的) 영역으로서, 조형적인 감각 예술보다 한 차원 더 우월한 예술 작품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권숙자는 40여 년을 자연과 사람에서 비롯된 생명에 대하여 조형적인 면에서 다각도로 사색해 왔으며,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도 일관된 조형성을 견지해오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작가이다. 그는 자연과 사람의 본질과 본성을 진지하게 사색하고 본질에 접근하면서 흔들림 없이 예술성 높은 작품을 전개시켜 왔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될 만하며, 성실성, 열정, 작가적 자신감, 작품성 등에서 기대되는, 한국미술계를 대표하는 중진 작가이다.

 

권숙자 40년 회화세계 산책

권숙자의 작가노트

1970 - 1999년대

평화나누기

 

나의 그림은 이 세상의 산책을 통한 「평화 나누기」로 일관된다. 실존에 대한 허상과 실상이 교차할 때, 이 우주 안에 안겨있는 인간의 희구 또한 영원한 무엇인가를 찾아다니는 목마름이었다. 숭고한 생을 위한 기원이나 꿈, 이상을 향한 열망이 신비로운 환상으로 다가올 때, 나는 캔버스 속으로 뛰어들게 된다.

있는 것이나 보이는 것만의 설명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 속에 살아있는 그 어떤 세계!

즉 자연이나 인간에게 내재된 보이지 않는 가치나 의미를 상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가고 싶은 곳이나 찾고 싶은 세계로 붓을 옮기게 된다.

자연은 보이는 것을 볼 수 있게도 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 또한 느낄 수 있게 한다. 자연과 더불어 하나가 될 때,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고고孤苦 와 평안!

그것은 순리나 질서를 통해 가장 본질적인 것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화폭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비애라는 늪으로부터 떠날 수 있는 그 어떤 곳! 평화의 들판을 찾아다니는 기나긴 여정이다.

권숙자 40년 회화세계 산책

1990 - 2018년대

이 세상의 산책

나의 작업은 언제나 「이 세상의 산책」으로 일관된다. 그 의미는 태어나 지금껏 살아오면서 느끼게 되는 희비애락과의 모든 만남을 나는 이 세상의 산책이라고 부르고 있다.

내 작업은 캔버스만을 고수하지도 않는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도마Chapping Board 나 부채fan 또는 화판을 오려 사용하므로 캔버스 사용에 한계를 두지 않는다.

기법 또한 오일물감에서부터 주변에서 사용되는 모든 것을(쌀, 보리, 조, 조개껍질, 헝겊. 금박지 톱밥, 호일, 반짝이, 골판지, 책받침, 알루미늄, 동판, 구리, 포장지. 비쥬, 철사, 매니큐어 등)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버려져 사용할 수 없는 것조차 내 작품 어느 구석에 숨 쉬게 하려고 한다.

이러한 나의 작업은 예술과 일상이 분리될 수 없는 것이며, 그림과 내 삶의 관계에 일체를 이루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한 이 모든 표현은 미술의 생활화와 결부된다.

권숙자는 28회 개인전과 많은 단체전을 치렀으며 현재 | 안젤리 미술관 설립자 및 관장 | 강남대학교 회화전공 교수 | 경기여류화가회 고문 (회장역임) | 사단법인 국가 보훈 문화예술협회 부회장 | 사단법인 한국여류화가협회 이사 | 경기도 박물관협회 회원 | 사단법인 사립미술관 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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