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인사동길에 위치한 갤러리 나우에서는 2018년 08월 22일(수) ~ 09월 04일(화)까지 프랑스 판테옹-소르본 파리1대학에서 조형예술학 박사학위를 받은 작가 박소희가 22회째 개인전으로 ‘낯설게 하기(ocT paHeHNe)’를 주제로 <이것은 사과가 아니다. (Ceci n'est pas une pomme) >展을 개최한다.

박소희 개인전 [이것은 사과가 아니다. (Ceci n'est pas une pomme)]展

박소희는 “예술은 사물의 참모습을 드러냄으로써 망각된 존재를 일깨운다”고 말한다. 예술적 장치를 통해 이미 관념화된 생각들을 벗어나 익숙해진 것들로부터 발생하는 경험은 우리의 삶을 더 아름답고 새롭게 만든다는 생각이다. 20세기 초 러시아 형식주의자들은 예술로 죽은 사물을 부활시키려 하는 시도에서 어떠한 특별한 방법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였고, 1917년 빅터 쉬클로프스키에 의하여 낯설게 하기(ocT paHeHNe)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사물을 낯설게 만들 때 비로소 우리는 거기에 주목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박소희 개인전 [이것은 사과가 아니다. (Ceci n'est pas une pomme)]展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고립, 변경, 잡종화, 이상한 만남, 이미지의 중첩, 패러독스 등을 통해서 사물을 원래 있던 환경에서 떼어 내 엉뚱한 곳에 옮겨 놓음으로써 오묘하고 신비한 사물의 형태를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이야기한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일 중에 하나인 사과를 반짝이게 변형 함으로 익숙해진 것을 새롭게 지각하게 하여 아름다운 본질을 부각시키려는 시도이다. 한지로 casting된 재현된 사과 위에 장식으로 쓰이는 화려한 구슬을 장치로 사용하여 일상의 사물을 낯설게 보이게 하고자 한다.

박소희 개인전 [이것은 사과가 아니다. (Ceci n'est pas une pomme)]展

이번 <이것은 사과가 아니다>展에서는 평범하게 지나쳤던 사물이 보는 관점에 따라 어떻게 다른 존재로 인식되어가는지에 대한 과정을 살펴 볼 수 있을 것이다. 박소희의 작업은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익숙한 것에 대한 관념의 가치를 강조하면서도, 역설적으로 일반성에 대한 관념 또한 부정해 버린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찾아 볼 수 있다. 그리고 또 다시 우리는 일반성이란 무엇인가 하는 작가의 물음에 마주하게 될 것이며, 작가가 재현하고자 하는 작가 특유의 초현실적 담론에 한발 더 다가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소희 개인전 [이것은 사과가 아니다. (Ceci n'est pas une pomme)]展

[작가노트]

새로운 예술작품을 만들 때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예술을 정의하곤 한다. 예술가는 하나의 목적을, 취지를 가진다. <바로 이것이 예술이다>라는 중얼거림, 바로 그것이 예술가의 창작 작업의 목적이다. 그러
나 이것은 스쳐가는 중얼거림이 아닌, 확실하고 명확한 외침이다. 작업 속에서 예술가는 창작과정 자체를 드러내려는 욕망을 품게 되며, 시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창작이란 일상적이고 꾸준한 작업이며 고요함/ 조심스러움과 끊임없이 연관되어지는 행동에 대한 현재의 고찰이고 그리고 미묘함이다.

박소희 개인전 [이것은 사과가 아니다. (Ceci n'est pas une pomme)]展

창작 속에서 예술가는 작업재료를 느끼고 그 재료와 행동에 대해 고찰한다. 재료는 돌들을 기본으로 주조물의 형상을 이루고 그 위에 머리카락을 붙이고 또는 동물의 털 천으로 돌의 형상을 만들거나 버려진 신문지. 잡지를 이용한 종이 찰흙으로 고인돌의 형상을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형상들 위에 식물들을 심어서 자라게 한다. 그러므로 예술가의 사고와 의도는 주조물의 원형인 육체와 돌들을 관통해나간다. 사고란 물질일 수도 ,에너지일 수도 있으며 육체와 같이 인간을 증명한다. 철학적인 사고, 현명한 사고는 육체와 사상의 결합 속에서 구체화 되고 문서 속에서 존재하며, 종이, 돌 위에 조각 된다 .이런 식으로 재료는 주조물들을 통해 돌들을 드러낸 것이다.

박소희 개인전 [이것은 사과가 아니다. (Ceci n'est pas une pomme)]展

즉 보드리야르(Baudrillard)에 따르면 바라보는 시선이 있기 위해서는 그전에 감추어져 있는 사물, 드러나 있는 사물이 있어야 한다. 돌들의 형상들, 조각은 감추어지기도, 드러나기도 한다. 형상된 돌들은 “덩어리”를 감추고 장소를 드러내며 존재를 감추고 또 다른 존재를 드러내며 부재(absence)를 감추며 또 다른 부재(absence)를 드러낸다. 이러한 감춤과 드러냄은 연속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리하여 우리는 부재로 인해 생겨난 존재의 신비를 미처 깨닫지 못하며 이미 지나간 존재, 역사의 흔적이 남긴 신비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돌들은 지나간 존재의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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