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아트코리아방송 논설고문칭찬합시다 운동본부 총재

헌법재판소는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군에 가지 않겠다고 하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 준 복무를 다른 의무로 대신할 수 있도록 병역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정부와 국회더러 내년까지 대체복무제를 마련하고 병역 대상자가 대체복무까지 거부할 때만 처벌하라고 명령한 것이다. 군 복무는 국민 개병제를 근간으로 하는 국민의 헌법적 의무다. 그러나 한편으로 양심의 자유 영역에 해당된다고도 볼 수 있는 종교적 병역 거부를 법으로 처벌해 매년 수백 명의 청년을 병역 기피 전과자로 만드는 것이 옳으냐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징병제를 실시하는 80여 개국 가운데 40여 개국은 병역을 대신한 대체복무를 인정하고 있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종교적 집총 거부자들에게도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줘 인권을 보다 두텁게 보장했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남북이 200만 가까운 무장 병력으로 대치하고 있는 나라다. 저 출산으로 인해 병역 지원도 줄고 있다. 종교적 병역 거부에 대한 여론이 전보다 유연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허용하면 안 된다는 쪽이 많다.

양심을 가장한 병역 기피를 가려낸다는 것도 쉽지 않다. 과거 2004년과 2011년 병역법에 대해 7:2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결정문에서도 대체 복무제의 실시를 전제로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의 필요성을 거론하기로 했다. 그러나 헌법불합치 결정의 형식으로 국회에 대체복무제 입법을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2015년부터 법원 하급심에서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판결이 급증했다. 이에 대법원은 8월 전원합의체에서 관련 공개변론을 한다고 밝혀 전향적 태도를 시사했다. 법원 판결의 흐름도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헌재는 과거 대체복무제의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남북 평화공존 관계 정착을 들어왔다.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평화공존 관계가 정착됐다고는 말하기 어렸다. 헌재 결정이 현실보다 다소 앞서가는 감이 없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 300~600명가량의 양심사유 병역거부자가 처벌을 받아왔는데 그 중 종교 신도가 아닌 사람은 5~6명에 불과하다. 과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분단을 겪고 징병제를 실시했던 독일에서도 없었던 이런 현상에 대해 우리 나름의 적절한 해법이 강구돼야 한다.

독일은 병역거부가 양심에 따른 것인지 판별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의 무력거부 설향 등을 면밀히 검토했다. 이번 헌재 결정은 병역거부자 처벌을 규정한 병역법 조항 자체가 위헌인지 여부를 가린 것뿐이다. 본질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입영 거부를 처벌하도록 한 병역법 제 881항의 정당한 사유에 양심적 병영거부를 포함시킬 것이냐의 문제다.

그 판단은 대법원에 달려있다.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온전히 인정할지 여부를 전원합의체에서 결론짓기로 하고 8월 말 공개변론 일정을 잡아 놓았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한다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병역종류조항에 대한 입법부의 개선입법 및 법원의 후속조치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부연했다. 사이비 병역 기피자들을 철저히 걸러내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국가 안보는 국민이 모든 자유를 향유할 수 있게 하는 전제 조건이다. 안보 없이는 양심의 자유도 평화도 불가능하다. 물론 현역복무와 대체복무 사이에 복무의 난이도나 복무기간의 형평성을 갖추고, 양심적 병역의무를 제대로 판정하는 일은 쉽지 않은 과제이다.

사회적 논의를 거쳐 공정한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합리적 방안을 찾기를 기대한다. 국회와 정부는 헌재의 결정에 따라 대체복무에 대한 조건과 기준을 마련하는 입법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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