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아트코리아방송 논설고문칭찬합시다 운동본부 총재

난 잠시 눈을 붙인 줄만 알았는데 벌써 늙어 있었고, 넌 항상 어린아이일 줄만 알았는데 벌써 어른이 다 되었고, 가수 양희은의 노래 엄마가 딸에게를 배경으로 한 TV광고가 3년 전 선보여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결혼한 자식의 자식 농사까지 책임진 부모 심정에 특히 중장년층이 깊이 공명했다. 한국의 5060세대는 장성한 자녀의 뒤치다꺼리를 마다하지 않는 부모인 동시에 연로한 부모를 모시는 자식이기도 하다. 자식 교육을 위해 전력투구했지만 지금은 자칫 ‘N포 세대가 된 자식의 부양까지 책임져야 할지 모른다.

기대수명의 증가로 인해 부모의 노후지원과 병 수발에 보내는 시간도 길어졌다. 부모 봉양과 자식 부양, 두 어깨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버겁다. 엎친 데 덮친 격인가. 5060세대가 최고의 부포 세대’(부양받는 것을 포기한 세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50~6920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이 자녀에게 노후생활 지원, 간병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75%노후는 정부나 자녀에게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자식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게 공통 정서인 셈이다. 그러나 막상 노후 대비를 완벽하게 마쳤다.”고 답한 것은 6.7%에 불과했다. 1955~1963년에 출생한 국내 베이비붐 세대의 주축을 이루는 5060세대 위를 봐도 아래를 봐도 답답하다. 자식으로서는 전통적 가치관을 지닌 부모 세대의 눈높이에 못 미치니 죄스럽고, 부모로서는 다 큰자식들을 언제까지 부양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그런데도 이들은 전쟁을 겪은 부모 세대에 비해 나는 고생을 덜한 세대다. 자식들이 부모에게 심리적 물질적 빚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모와 자식을 위해 헌신하면서 정작 자기 삶을 잃고 기댈 언덕이 사라진 5060, 이제라도 스스로의 인생을 돌아보고 돌봐야 할 때다.

엄마가 딸에게의 노랫말이 어쩌면 도움이 될지 모른다. 5060세대 중에는 한 푼 두 푼 모아 융자 낀 소형 아파트를 마련했을 때를 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꼽은 이가 적지 않다. 그런 베이비부대에 젊은 세대의 모습이 다소 철없이 보일 수 있다. 해외여행 가겠다고 적금 붓고, 덜컥 고급 외제차도 렌트하니 부모 세대가 되레 조바심을 낸다.

부족함을 느껴본 적이 없는 젊은 세대는 무언가를 갖는 일에 목숨 걸지 않는다. 그 대신 경험을 사는데 지갑을 연다. 미국 팝 가수 존 레전드의 내한공연 티켓이 예매 10분 만에 매진됐다. 세계적인 톱스타 이지만 국내에서 음반은 물론 음원 판매량이 시원찮았던 터라 업계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예매자의 58%20대 이하다. 일단 콘서트에 갔다가 현장에서 음반을 사는 일도 많다. 그들에게 음악은 CD를 사서 듣는 게 아니라 콘서트나 클럽에서 즐기는 경험이 됐다. 미래학자인 제레미 리프킨은 일찌감치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재산을 소유하기보다 원하는 때 접속해 필요한 만큼 사용하는 접속의 시대를 예견했다.

소유란 모든 게 휙휙 바뀌는 풍토에 적응하기에는 느려터진 모델이라는 것이다. 실제 소유하지 않아도 누릴 수 있는 길이 너무도 많다. 넷플릭스에선 한 달에 9500원이면 무한정 영화를 볼 수 있고, 우리나라를 뺀 세계에서는 카셰어링 시장이 폭풍 성장하고 있다.

오히려 소유가 짐이 되는 시대다. 행복이란 관점에서 볼 때도 소유보다 경험이 현명한 소비다. 미국 코넬대 토머스 길로비치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물건을 살 때보다 무엇인가 체험을 할 때 더 행복하다. 소유가 배타적인 데 반해 경험은 공유되는 속성 때문이다.

공연 관람이나 여행 등은 함께한 이들과 기억을 나눌 수 있어 시간이 흐를수록 값진 자산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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