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아트코리아방송 논설고문칭찬합시다 운동본부 총재

김명수 대법원장이 양승태 대법원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 거래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연루 인사들에 대한 고발·수사의뢰 여부는 법원 안팎 의견을 종합한 뒤 최종 결정하겠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이 공식 사과한 것은 당연한 일이나,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조치 방침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것은 유감스럽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 보고서가 나온 지 이미 엿새가 지났다.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사법농단 앞에서 국민의 분노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언제까지 의견 수렴만 할 것인가! 김 대법원장은 담화문에서 참혹한 조사 결과로 심한 충격과 실망감을 느끼셨을 국민 여러분께 사법부를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들의 질책을 사법부 혁신의 새로운 계기로 삼고, 관련자들에 대한 엄정한 경계를 신속히 집행할 것이며, 조사자료 중 의혹 해소를 위해 필요한 부분의 공개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종 판단을 담당하는 대법원이 형사조치를 하는 것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사법발전위원회, 전국법원장간담회, 전국법관대표회의 및 각계 의견을 종합해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상 조치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고자 한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은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의 조직을 인적·물적으로 불리하려고 법원행정처 상근 법관들을 사법행정 전문 인력으로 대체하는 등의 제도적 쇄신 법안도 제시했다. 담화문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법원의 재판에는 누구도 부정한 방법으로 개입할 수 없다는 최소한의 믿음을 얻지 못한다면 사법부는 더 이상 존립의 근거가 없고 미래도 없다. 사법부 구성원 모두와 함께 그 믿음을 회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

지금 그 믿음을 회복하기 위해 김 대법원장이 할 일은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의혹에 연루된 전 현직 법관들을 고발하거나 수사의뢰하는 것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자신의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 재판으로 거래를 시도하려 했다는 이른바 재판 거래의혹에 대해 재임 시절 재판에 부당하게 관여한 적이 결단코 없다.”며 전면 부인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단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대법원 재판이 왜곡되고 방향이 잘못 잡혔다는 걸 기정사실화하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전혀 사실과 다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김 대법원장은 자신이 만든 특조단 조차 실행되지 않았다.”고 밝힌 재판 거래의혹을 교묘한 말로 마치 뭔가 있는 듯한 인상을 주려하고 있다. 세 차례에 걸친 조사 끝에 원래 조사 목적인 판사 블랙리스트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자 재판 거래의혹으로 전임 대법원장과 전 정부를 욕보이려는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입장을 밝혔으니 이제 김 대법원장이 생각하는 재판 거래근거를 공개할 차례다. 전국 법관회의 (판사회의)가 사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전체 문건 공개를 요구하면서 온라인 투표를 한 것도 놀라운 일이다. 김 대법원장이 만든 특조단이 전체 문서를 공개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 발췌 형식으로 공개했다.

그러면서 판사회의 소속 대표 판사들에게 열람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었다. 그러면 사실상 공개하는 것과 같다. 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감사나 수사에 관한 사항은 비공개 대상 정보로 분류된다. 그런대도 머릿수로 일반 공개를 압박해 관절하고 있다.

정치 행위 같은 느낌을 준다. 블랙리스트 찾는다고 다른 사람 컴퓨터를 조사할 때부터 위법 시비를 무릅쓰더니 블랙리스트는 있지도 않았다. 심판하던 이들이 심판받는 처지가 되었다.

 

2018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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