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용산구 신흥로에 위치한 예술공간 서:로에서는 2018. 06. 21 ~ 2018. 06. 26까지 천사의 몫 - 해련展이 열린다.

천사의 몫
해련

천사의 몫 - 해련展
천사의 몫 - 해련展

우리의 삶은 늘 채워지는 것이 아닌, 어떤 ‘잃음’의 순간들이 있다. 죽음, 이별, 실패와 같은 시련의 일들을 통해 슬픔과 좌절, 절망, 고통, 허무를 느끼는 상실의 시간들 말이다. 그러나 이 상실의 시간을 잘 견뎌내면 세상을 살아가는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인식의 감각을 얻게 된다.

천사의 몫 - 해련展
천사의 몫 - 해련展

본인에게 존재했던 상실의 시간에 ‘Angel’s Share’(천사의 몫) 정원을 만드는 설치작업을 하였다. 쓰러져 죽어가는 나무에 승화하는 성질이 있는 나프탈렌을 한 달 동안 심었다. 삶과 죽음이라는 세계의 정화작용 매개체로 존재 이외의 것들과 복합적인 공존을 시각적으로 가시화한 작업이다. 계절이 바뀌면서 나프탈렌이 점차 사라지는 긴 시간동안, 개인적으로는, '잃음'과 '얻음'에 대한 내면의 바라봄에 대한 시간이 컸던 프로젝트이다.

천사의 몫 - 해련展
천사의 몫 - 해련展

산책하는 어느 날, 키가 큰 나무들은 혼자 서 있지 못하고 시커멓게 엉켜 서로를 지탱하고 있었다. 그 순간에 <Angel’s Share Garden>의 지난 여정이 나에게 돌아와 진한 감동과 여운을 주었다. 그 날을 계기로 <Angel’s Share Garden>설치작업을 회화로 옮기게 되었다. 시각적 매개체였던 나프탈렌이 승화되면서 정원은 사라졌지만, 내면의 감각으로 다시 전이되었기 때문이다. 상실의 시간 속에서 얻게 된 인식의 성숙은 과거의 시간을 헛되이 흘려보내거나 현재의 시간을 단지 물화(物貨) 속에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그것은 깊은 감각의 세계와 맞닿게 하여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끝없음을 가져다준다.

천사의 몫 - 해련展
천사의 몫 - 해련展

좋은 와인이 되기 위해서 ‘Angel’s Share’(천사의 몫) 라 부르는 과정이 있다. 와인을 오크통에서 숙성시키는 동안 와인의 수분과 알코올이 증발하는데, 이 빈 공간이 아주 천천히 공기로 채워지면서 와인이 산화되는 것이다. 와인을 만드는 사람들은 공기 중으로 사라진 일정의 양을 이와 같이 아름답게 표현한다. 이 증발된 양을 잘 측정하고 관리하는 것이 좋은 와인이 되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한다. 좋은 와인이 되는 것과 같이, 아마도 우리 인생에 존재하는 상실의 시간들은 더 아름다운 삶을 위해 천사의 몫으로 내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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