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아트코리아방송 논설고문칭찬합시다 운동본부 총재

일부 경제학자의 소수설인 이른바 소득주도형 성장론실현이 한국에서 시작된 지 일 년이 됐다. 이 실험의 핵심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다. 그런데 경제부총리가 이로 인해 고용 감소가 일어나는 역효과를 사실상 인정했다.

일자리 상황 악화를 입증하는 통계가 잇따르자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식당, 편의점처럼 최저임금에 민감한 도소매와 음식, 숙박업 일자리가 급감하고 있다. 고용 현장에선 인건비 부담을 못 견뎌 직원을 내보내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속출한다.

모든 통계와 현장 상황이 일관되게 최저임금 인상의 역설을 말해준다. 최저임금뿐 아니다. 근로시간 단축과 비정규직의 강제 정규직화로 비용 부담이 커진 고용주들이 채용을 꺼리고 있다. 정부가 노동 계획을 철회하자 기업들의 신규 고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고용을 창출하고 노동 소득을 늘리겠다며 강행한 급진적 친노동 정책들이 거꾸로 일자리를 줄이고 고용 여건을 악화시키고 있다. 그렇게 문제를 자초해놓고 부작용이 나타날 때마다 국민 세금으로 땜질한다. 최저임금 인상 보완책에 3조원, 근로시간 단축대책에는 5년간 4.500억원을 쓰겠다고 한다.

어렵게 모아놓은 고용기금도 다 없어질 판이다. 어이가 없다. ‘소득주도성장실험의 부작용이 제조업과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3월 제조업 가동률이 9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고 산업 생산은 5년 새 최대 감소를 기록했다.

설비투자가 마이너스로 돌아가고 재고가 쌓이고 있다. OECD의 경기 선행지수 조사에서는 대부분 회원국이 상승세를 보인 가운데 한국만 9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총재는 앞으로 경제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 특히 고용이 걱정된다.’고 했다.

전 세계가 호황을 누리는데 우리만 침체를 걱정하는 신세가 됐다. 이 모든 것이 소득주도 성장론 때문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살얼음판 위에 던져진 바위 덩어리의 역할을 했다. 소득주도 성장이란 가계, 근로자 소득을 늘려 소비를 촉진하고 이것이 기업 실적을 호전시켜 성장의 선순환을 일으킨다는 개념이다.

그럴듯하게 들리나 경제학계에서는 현실성 없다는 판정을 받아 폐기된 모델이다. 문제는 이것이 대중의 인기를 끌 수 있다는 사실이다. 포퓰리즘 정권의 입맛에 맞는다는 뜻이다.

1년 전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론을 요란하게 내세울 때부터 실패가 예정된 실험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현대 경제사에서 소득주도 성장에 성공한 예는 없다. 일본은 장기불황 때 전 국민에게 상품권을 나눠주며 소비를 살리려 했으나 재정만 축내고 실패로 끝났다.

그리스나 베네수엘라처럼 정부가 국민 지갑을 채워주겠다던 나라는 국가 부도로 결말났다. 땀 흘려 일하지 않고도 얻을 수 있는 과실이 있다고 선전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기만이다. 경제가 성장하는 세계 모든 나라가 투자와 혁신, 생산성 주도의 성장 전략을 취한다. 그 주체는 기업일 수밖에 없다. 기업이 생산성 혁신을 이루고 왕성하게 투자해야 양질의 일자리도 생기도 지속 가능한 성장도 이룰 수 있다. 이런 성장 공식에서 벗어난 나라는 지금 지구상에 한 곳도 없다.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폭이 둔화된 것은 교육서비스업과 제조업의 고용 부진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교육서비스 업에서는 학생 수 감소와 대학 구조조정 여파로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10만 명이나 줄었다.

정부는 근무시간을 줄이면 기업들이 부족해진 인력을 신규 채용해 전체 일자리가 늘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정부 지원과 상관없이 회사가 어려워 생산량이나 업무가 줄어도 인력을 조정하기 힘든 국내 노동시장에서 추가 고용을 꺼린다.

이러다 보니 기업들은 신규채용 대신 자동화로 인력을 줄이거나 아예 인건비가 낮은 해외로 사업장을 옮기려고 하고 있다. 정부는 직면한 근로시간 단축의 부작용을 돈으로 손쉽게 해결하려는 발상부터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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