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인사동에 위치한 인사아트센터 1층에서는 2018. 5. 23() ~ 2018. 5. 29()까지 김습 특별숲의 하모니가 열린다.

김습 특별展 ‘숲의 하모니’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 또 하나의 자연
김습 특별전_숲의 하모니
이 재 언 (미술평론가)

한국화가 김습의 화폭에는 대자연의 빛과 생명력이 고스란히 옮겨져 있다. 치열함이라는 이름의 담백함과, 따뜻함이라는 이름의 차분함으로 채색화의 새로운 경지를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조용한 가운데 자연 본연의 치열한 생명 영위의 현장을 생생하게 담고자 하는 작가의 오랜 심미적 탐색은 예의 점(dots)들이 무수히 집적된 화면을 개척하였으며, 저돌적이다 싶을 정도로 활력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습은 자연, 특히 숲의 관조에서 얻은 감동과 희열, 행복감을 화폭에 담아 널리 이상향에 대한 환상과 향수의 극치를 전하며 또한 공유하는 것을 커다란 기쁨으로 여기는 작가이다. 유구한 세월을 이어오는 가운데 언제나 자리를 지키면서 생수 같은 영감과 치유의 기적을 베풀어주는 자연의 진면목과 실재를 화폭에 펼치고자 하는 작가의 미의식은 이런저런 방법적 탐색을 필연적으로 거쳤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김습 특별展 ‘숲의 하모니’

작가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순간적인 인상의 차원보다는 항구적인 심미적 구조의 구축을 모색해왔다. 이는 어느 정도 이상화(理想化) 양식에 근접해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분히 신고전주의나 신인상주의의 양식과도 통하는 데가 있다. 어쩌면 가장 본질적인 것, 혹은 근원적인 것으로의 미학적 환원(還元)이라는 동기가 개재되어 있을 수도 있다. 화면 속의 점들은 무수히 많은 대상들을 환원시키거나 수렴시킨 어떤 것일지도 모른다. 구조적으로 단순하고 명쾌한 미니멀리즘 양식에 가까운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이상화의 기저에는 보다 회화적 공력이 필요하다. 요는 그러한 이상화의 과제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점이 있다는 것이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자연이지만 날마다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그것의 에너지와 생명력으로부터 눈을 떼지 않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작가의 화면은 구조적인 데서는 단조롭지만, 디테일 혹은 텍스추어로 가서는 뉘앙스와 아우라가 우러나는 열기와 내공이 돋보인다. 부분으로 갈수록 도처에서 꿈틀거리는 자연의 위대한 생명력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다.

김습 특별展 ‘숲의 하모니’

이렇듯 애당초 작가가 관조하는 자연 대상은 불변의 고정적인 것이 아니다. 시간의 추이 속에 끊임없이 유전하고 생성과 소멸을 반복해가는 것이 자연의 실재인 것이다. 도처에 산재한 유기체의 치열한 생명 현상 자체가 무수한 변화와 운동을 축으로 이루어진다. 작가가 화면에 조밀하게 찍은 점들은 일견 화사함을 뽐내는 꽃망울들의 원경이기도 하지만, 바로 이러한 자연의 무수한 개체 혹은 단자(單子)임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작가가 화면에 무수히 찍어내는 점들을 유심히 보면 일률적인 것은 거의 없다. 다다익선이라던가, 많으면 많을수록 중층이 더해지면서 더욱 밀도와 심미적 효과를 높이게 되는데, 필치에서 오는 리듬감이나 강약의 변화들이 중요한 기능을 한다. 작가의 점들은 반복적으로 찍는 것이지만 좀 더 가까이서 본 결과는 강도, 농담, 크기 등의 미세한 차이 혹은 변화들이 자아내는 묘미로 나타난다. 조용하고 은밀하게, 그러면서도 감미로운 방향(芳香)과 아우라를 발산하는 주역을 하는 요소들인 것이다.

김습 특별展 ‘숲의 하모니’

작가의 점묘화면이 여타의 점묘 그림들과 차별성을 보이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일 것이다. 작가의 화면이 단조로우면서도 디테일에서 감각들이 살아 숨쉬며 빛을 내는 비결은 작가가 한국화가로서 재료적 특성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긴 호흡으로 화면을 경영해 나가는 감각에 있다. 단조로운 구조가 화면상의 생기로 승화하는 데는 재료를 활용한 작가만의 방법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화면에는 점들이 있기 이전에 효과를 내는 기초와 밑색이 있다. 삼합장지 표면에 크랙들을 내는 과정과 다시 배면에 먹을 배채(背彩)함으로써 깊이 있는 텍스추어와 밑색이 구축된다. 잘 다져진 질료적 토대 위에 석채를 감각적으로 다룬다는 것은 그야말로 화룡점정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우리 회화의 전통인 배채 효과가 회화적 성취에 중요한 열쇠가 된다.

김습 특별展 ‘숲의 하모니’

작가의 화면은 대자연이라는 동기에서 출발하고 있다. 자연에서의 감동으로 내면이 풍요로워지고 활력을 회복하는 소중한 경험을 전해주는 것을 보람으로 여긴다. 작가는 언제나 자신의 그림이 자신의 감동과 기쁨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법을 진지하게 고뇌한다. 단순히 자연의 풍광을 재현적으로 묘사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금과옥조로 여기면서 지금의 점묘화면을 일구게 된 것이다. 자신의 화면이 단순한 재현에서 벗어나 또 하나의 자연이 되도록 하는 길을 모색하면서 단순 구조의 화면으로 진화한 것이다. 점묘와 단순 구조의 조합은 절묘한 선택이었다. 그 조합으로 말미암아 작가의 그림은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 이상화의 측면에서 성취를 보여준다. 볼수록 안식과 활력을 얻을 수 있는 그림,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김습 특별展 ‘숲의 하모니’

오랜 세월 동안 숲을 주제로 점묘법으로 그림을 그려왔다.
여기저기 숲의 소리를 들으며 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놀랍고 눈부셨다.
숲을 접하고 나서 자연의 진리와 인생의 참맛을 알게 되며,
나의 발걸음은 또 다른 심오한 숲의 세계로 향했다.
그런 돌파구를 찾아 나선 세상은
무한함과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자연에 더 가깝게 만들고 싶었다.
메마른 문화현실 속에서 활력을 맛보며
생활을 좀 더 윤택할 수 있게 하고 풍요로운 삶과 휴식을
모두에게 전해주고 싶다 .
점을 하나하나씩 찍다보면 수양과 힐링이 따로 없었다.
그저 시간 속에 인내하고, 마음을 꽉 차게 채워주고,
나름대로 희열을 느끼게 하며 마침내, 깨달음 속에 성장하게 하며
작품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 김습 작가노트

김습 특별展 ‘숲의 하모니’
김습 특별展 ‘숲의 하모니’

김습은 단국대학교 디자인대학원 회화학과 전공 졸업했다. 23회 개인전과 175회 단체전을 치렀으며 한국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작권자 © 아트코리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