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갤러리 브레송에서는 2018. 5. 17() ~ 2018. 5. 28()까지 윤은숙 부엌도_플라스틱 키친이 전시된다.

미술평론가 이시은
이미지는 심오한 실재의 반영이다.
이미지는 심오한 실재를 감추고 변질시킨다.
이미지는 심오한 실재의 부재를 감춘다.
이미지는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어떤 실재와도 관계를 갖지 않는다.
이미지는 자신의 순수한 시뮬라크르이다.

윤은숙 展 ‘부엌도_플라스틱 키친’

장 보드리야르 Jean Baudrillard

많은 사람들이 음식 맛이 좋으면 좋을수록 손맛을 강조하면서 자연스럽게 어머니 손맛을 떠올리곤 한다. 음식 맛의 평가는 향수와 연관된다. 맛에 대한 기억은 그리움을 품고 있고 누군가의 존재를 떠올리게 한다. 음식에 대한 향수는 누구와 어디서, 무엇을 먹었는지를 추억하게 하는데, 특히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가장 많이 공유하는 것 중 하나가 음식인 것 같다.

음식을 만드는 공간, 부엌은 일상의 대표적 아이콘이다. 주방(廚房), 키친(kitchen)으로 지칭되는 부엌은 불리불가분의 관계성을 가진 공간, 누군가와 음식을 만들어 나누어 먹으며 희로애락이 있던 공간이다. 부엌은 순우리말로 는 불[]이며, ‘-은 장소를 나타내는 접미사이다. 키친(Kitchen)은 라틴어의 ‘Coquina(불을 사용하는 곳)’에서 파생되어 영어원어인 Cycene(쿠치네)로 변해서 오늘날 키친(kitchen)으로 불려진다. 동서양의 단어에서 공통적으로 불을 다루는 장소라는 어원을 품고 있는 부엌은, 삶의 가장 기초가 되는 일상의 아이콘이다. 주방에서 매일 사용하는 물건을 비롯하여 플라스틱의 용도는 현대인에게 편리한 생활용품 그 이상이다. 현대인의 표상처럼 느껴지는 플라스틱과 일상의 아이콘인 키친의 조합으로 구성된 윤은숙 작가의 플라스틱 키친(plastic kitchen)은 플라스틱이라는인공(artificial)’, ‘가공물질과 키친 요리’, ‘생명등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윤은숙 展 ‘부엌도_플라스틱 키친’

사진작품이미지는 피사체에 집중하고 있다. 플라스틱 인공 조형물인 대상(object)과 실재 살아있는 생명이 있는 대상(object) 두 가지로 구성되었다. 불안정한 구도와 어색한 배치로 매일 우리가 접하는 식재료들과 그릇 등 익숙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눈으로 볼 수는 있지만, 먹을 수 없는 모형식재료와 과장된 물체의 배치는 작가의 의도로 만들어진 구성이다. 사진이미지는 인공물과 살아있는 물체 사이에서 익숙하면서 낮선 야릇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인공모형물, 즉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대상인 초과실재(hyperreality) 그러니까 시뮬라크르(simulacre) 대상과 살아있는 대상 사이의 관계성을 카메라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는데 집중되어 있다. 시뮬라크르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놓은 인공물을 지칭한다. 시뮬라크르는 재현의 형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재현의 형태는 대상과 기호의 관계에 대한 실재와 실재를 표현하는 시니피에(signifie, 기표)의 본질에 대한 가정에 일치한다.

사진의 본질은 대상이 재현을 허락할 때 이루어진다. 비록 사진이 편향적인 속성을 지닌 대상의 의미에 대해 거짓을 기록할 수 있어도 그 대상의 존재에 대해서는 거짓을 기록할 수 없다. 사진은 언제나 정직한 환영을 시도한다. 이처럼 작가는 모형물의 가상성과 살아있는 생명체에서 이질적이면서도 묘한 동질감을 전하고 있다. 가상과 실재가 만나 가상의 이미지로 만들어진 사진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이미지를 구현하는 시뮬라크르의 접점을 보여주고 있다. 윤은숙의 사진이미지는 실제 이미지를 압도하고 가상이 실재(實在,reality)보다 더욱 실재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 관객에게 혼미한 환영과 실제성을 부여한다.

윤은숙 展 ‘부엌도_플라스틱 키친’

윤은숙 작가는 진짜와 가짜 사이에 환영인 시뮬라크르를 통해 지금의 현실을 보고 있다. 무엇이 실재이고 무엇이 가상인지 구별이 불가능한 관계로 이미지의 이질적인 관계 미학을 형성하여 우리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부엌도- Plastic Kitchen

주부들은 살아가면서 많은 시간을 부엌에서 보낸다. 삼시세끼 가족들의 식사를 만들며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매일 무엇을 해먹을까 고민하면서 장을 보고, 장을 보아온 식재료를 다듬어 정리한다. 생선, 야채, 고기, 과일 등의 무한한 식재료들과 칼, 도마, 냄비, 국자 등의 다양한 조리 도구들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부엌이라는 공간은 그 공간의 주인인 주부들의 개인적인 취향이나 습관에 의해 형성된 공간이다. 나의 부엌도 20년 넘게 가꾸어온 나의 공간이다.

윤은숙 展 ‘부엌도_플라스틱 키친’

그런 부엌이라는 공간이 굴레처럼 느껴졌다. ‘부엌하면 떠오르는 따뜻하고 모성애 가득한 공간을 전복하여 차가우면서 신경증적인 강박이 있는 낯선 공간으로 만들어 보았다.

부엌이라는 공간은 끊임없는 반복이 일상이 되는 공간이다.

사람들은 통상 그 장소에 대한 전형적인 생각이 있는데 부엌은 엄마의 손맛, 따스함, 행복함 등이 대표적이다. 과연 그 주부들은 모두 행복한 마음이었을까? 라는 의문에서 시작하여 보았다. 나 또한 주부로 1365일 행복한 마음으로만 부엌에 있지 않은 것 같다.

은연중에 사회적 통념의 강박에 사로잡혀 행동하는 나 자신을 발견해 본다.

 

부엌이라는 익숙한 공간의 심리적인 낯설음을 이질적인 오브제를 통해 표현해 보았다. 식재료들과 조리도구들은 real(실제)fake(가짜)가 공존한다. 하얀 도마 위에 놓여진 생선, 쪽파, 감자, 피망 등등 reafake가 공존하고, 주방과 어울리지 않는 사물들로 배치된다.

라이팅도 이질적이며, 시선도 부자연스러운 왜곡으로 낯설고 불편한 부엌의 이미지로 재구성해 보았다.

윤은숙 展 ‘부엌도_플라스틱 키친’

이번 작업의 취지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곳인 부엌에서 보여지는 친근한 도구, 식재료와 그 곳에서 볼 수 없는 상이한 도구들이 서로 조합되어 보여졌을 때 블편함이다. , 익숙한 공간에서 뿜어져 나오는 낯설음과 서늘함을 통해서 주부들의 강박을 넘어서 현대인들의 스트레스를 표현해 보려한다.

작업 노트

윤은숙 展 ‘부엌도_플라스틱 키친’

윤은숙은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시청각교육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디자인대학원 상업사진전공으로 졸업했다.

5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을 치렀으며, 현재 ()한국여성사진가협회이사,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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