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샘골에 있는 시인의 작업실 겸 농장에 오랜만에 놀러갔다. 녹음이 우거진 그곳에 처음 갔을때 길 앞을 가로 지르는 계곡물들이 큰 소리를 내며 나오는 것이 유년 시절의 추억 속의 개울물이 생각이 날 정도로 여전히 정겹고 이뻐보였다.

작업실 앞에는 시인이 얼마 전 '자코메티' 조각전을 보고난 후 영감을 받고 만들었다는 키 큰 나무 설치물이 인상적으로 서있었다. 자코메티의 브런즈로 뜬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의 조각상보다 나무로 자연스럽게 만들고 노란색을 칠한 이 작품이 더 자연스럽고 예술적인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는 고추. 대파. 쌈채소. 열무 등을 심었는데 올해의 농사를 위해 심어놓은 농작물들 중에 특별한 것은 마와 고구마를 심었다는 것이었다.

.시인이 직접 쌓은 정겨운 돌탑에도 시간의 흔적이 쌓이기 시작했다. 산중 생활 중 고맙고 중요한 일은 산 속에서 모든 먹거리를 장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억세진 다래의 연한 순을 따며 아주 오랜만에 자연인이 되어보았다.

도시의 주택에서 지내던 팔개월둥이 '마리'는 제 세상을 만날듯 뛰어다니며 농장을 단단히 지키면서 자연과 동화가 되고 있었다.

계곡 옆 바위에서 졸졸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너럭 바위에서 식사를 하면 아주 맛깔날 것 같고 또한 시간의 흐름을 잊을 수 있어서 좋을듯하다.

시인의 작업실 앞에는 도시의 시간을 잊고 수행의 시간으로 쌓은 돌탑이 보이며 그것은 마치 시인이 다양한 예술을 다시 시작한 자연 설치 예술가 같다는 생각을 하게했다.

작업실 위 가파른 산을 산책하는데 언덕배기 옆에 특별한 인상을 주는 나무가 보였다. 전에는 보지 못했던 매혹적인 붉은 꽃의 나무인데 가까이 보니 우리집 옥상 정원에 얼마 전에 심은 홍도화였다. 나무를 누가 심지도 않았는데 씨가 날아와서 저절로 자랐다면 자연의 위대한 힘을 경험한 것이 될 것이다.

돌담으로 쌓아 만들고 파라솔로 천정을 만든 자연 친화적인 해우소는 언제나 설치 작품처럼 멋지고 미소를 짓게 만든다. 돌의 미학을 느끼게하는 편안함이 입가를 은은하게 퍼지게 하는 미소를 짓게 만든다.

시인과 함께 근처에 있는 소요산 자재암에 모처럼 갔는데 초팔일을 위해 준비한 연등들의 행렬이 마치 색면 미술처럼 눈에 꽉차게 들어왔다. 40분간의 산책을 마친 후 자가용대신 소요산역에서 등산객으로 꽉찬 전철에 다행히도 앉아서 창동까지 왔다. 그리고 버스로 갈아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느렸지만 참으로 자유롭고 평안한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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