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아트코리아방송 논설고문칭찬합시다 운동본부 총재

창밖의 밤비가 속살거려 육첨방은 남의나라로 시작하는 윤동주 시인의 쉽게 쓰여진 시는 시인이 25세 때 일본 릿쿄대 유학 중에 쓴 시다. 일정강점기 무기력한 삶에 대한 식민지 대학생의 고뇌와 극복 의지가 드러난 시다.

육첨방은 다다미가 여섯 장 깔린, 요즘 기준으로 말하면 9.9(3)도 안되는 작은 방이다. 지금도 많은 대학생들이 육첨 크기의 월세 방에서 고달픈 현실을 뛰어넘기 위해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새 학기마다 대학가는 방 구하기 대란이다.

서울 주요 대학 주변 원룸은 보증금 1.000만원에 50만원 안팎의 월세로도 구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지난해 서울시 통계를 보면 서울 소재 대학 재학생 가운데 지방출신이 10명 중 3명꼴이다. 그러나 대학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세운 기숙사에서 합리적 가격에 마음 편히 지내는 지방출신 대학생은 10.9%에 불과했다.

기숙사를 더 짓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교육부의 지난해 자료에 따르면 전국 186개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21%에 그쳤다. 특히 수도권 70개교(재학생 669280)에 불과했다. 대학이 기숙사를 새로 지으려 해도 주민의 반발을 의식한 주무 관청의 승인 보류와 맞닥뜨리기 일쑤다.

한양대는 20152.000명 규모의 기숙사 신축 계획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주민들의 반대에 가로막혀 있다. 임대수입 감소와 그로 인한 부동산가격 하락 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고려대와 총대, 홍익대 등 서울 시내에서만 6곳에서 기숙사 신축이 난항을 겪고 있다.

저소득 사이에서 회자되던 월세난민이라는 신조어가 어느새 대학가까지 퍼졌다. 부모가 여유가 있거나 서울에 집이 있는 학생과 그렇지 않는 학생의 삶의 질의 차이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당장 주거비를 충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시간을 늘리다 보면 학업에 충실 할 수 없고 졸업과 사회 진출에도 영향을 끼친다.

멀어져 가는듯한 현실 극복의 희망 속에서 살수록 적자라고 체념하는 청춘들의 한숨 소리를 언제까지 듣고 있어야 하나! 청년 주거 난 해결을 위해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하는 청년임대주택 사업이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차질을 빚고 있다.

주민들은 청년임대주택으로 인한 교통 혼잡, 공사소음, 지역슬럼화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민원서류를 접수시키기로 했다. 청년임대주택을 기피시설로 간주하는 주민들이 님비와 지역 이기주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청년임대주택은 도심 역세권에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해 청년(19~39) 주거 난을 해소하려는 정책이다. 서울시는 청년임대주택 사업 대상자로 17곳을 인가했다. 하지만 17곳 모두에서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접수됐다고 한다.

지역주민들이 청년임대주택 사업에 반기를 든 것은 집값 하락과 임대수입 감소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청년임대주택이 들어서면 낙후지역으로 인식돼 집값이 떨어지고, 임대업을 하는 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산동 주민들이 빈민아파트로 표현한 것처럼 임대주택 주민들과 섞여 사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한 요인이다.

지난해 9월 장애인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무릎 호소에도 불구하고 특수학교 건립을 반대한 강서구 주민들의 지역 이기주의와 다를 바 없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역주민들을 설득하여 청년임대주택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나가야 한다.

청년임대주택이 들어서는 지역에 주민편의시설을 확충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청년임대주택 대상지 주민들도 주거 난을 꺾는 청년들을 이웃으로 품으려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야 할 것이다.

주민의 자녀와 손주들이 청년임대주택을 절실하게 필요로 할 때가 올 수도 있다. 청년들은 집값 떨어뜨리는 남의 집 자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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