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인사동 라메르갤러리에서는 418~424일까지 홍복례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홍복례 개인전

경마장의 질주하는 말들은 말의 공포심을 없애기 위해 사용하는 눈가면, 이른바 차안대를 착용하고 있다. 말의 눈은 크고 둥글며 얼굴의 양 가장자리에 위치하고 있어 고개를 움직이지 않고도 볼 수 있는 범위가 약 350도 정도로 아주 넓다고 한다. 따라서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뒤에서 접근하는 물체를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홍복례 개인전

그러나 말은 큰 체구에 걸맞지 않게 겁이 많은 동물이다. 그러니 여러 말이 같이 달려야 하는 경주에서 다른 말이 뒤나 옆에서 따라붙으면 공포심과 불안감에 정상적으로 달리지 못하거나 한쪽으로 피하려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고 아울러 물체를 모자이크상과 같이 어른거리는 형태로만 알 수 있을 정도로 사물 식별 능력이 저조해서 더욱 공포심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서 불안감 없이 앞만 보고 달리게 하는 효과를 노린 눈 가면이 필요한 것이다.

홍복례 개인전

홍복례는 차안대를 착용한 채 앞을 향해서 미친 듯이 질주하는 말의 모습에서 무한경쟁 사회에서 오로지 목표와 성취만을 향해 줄달음 질 치는 동시대 현대인의 삶과 욕망을 연상했다고 한다. 그래서 작가의 그림에는 말의 두상, 혹은 말의 전신이 등장한다. 따라서 말은 현대사회와 현대인에 대한 상징적 도상으로 채택된 셈이다. 그림에서는 차안대는 사라지고 순하디순한 말의 눈동자와 멋지고 긴 두상, 탄력적인 말의 몸체가 사실적으로 재현되었다.

홍복례 개인전

부분적으로 잘려 등장하거나 주로 두상이 강조된 형상과 함께 여백처럼 자리한 측면의 공간에는 선()으로만 그려진 꽃과 나비가 등장한다. 민화에서 접하는 바로 그 도상적 이미지들을 닮았다. 알다시피 민화 속 이미지들은 이른바 주술적 이미지들이다. 기복과 희망, 영생과 불멸, 무병장수와 부귀영화, 입신양명과 부부금슬이 좋기를 희구하는 차원에서 그려진, 지극히 인간적인 소망을 간절히 기원하는 의도에서 시술된 이미지들이다.

홍복례 개인전

작가는 앞만 보고 질주하는 현대인의 욕망을 상징하는 말의 옆자리에 여백처럼 환하게 비추어진 밝은 공간을 마련하고 그 안에 낭만적인 꽃과 나비를 그려넣어 이를 통해 보는 이에게 휴식과 명상, 성찰의 공간, 여유로운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그 안에서 다소 가쁜 숨을 고르면서 진정한 행복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권유하는 차원에서 이 같은 구성, 도상 배치를 시도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한편으로는 현대와 과거, 현대미술과 전통시대의 이미지, 정교한 묘사와 간략하게 그려지거나 추상적인 패턴으로 마감된 것, 구상과 추상, 색채와 점· 선 등 상반된 것들이 한 화면에 공존하면서 상호 간의 갈등 및 조화를 추구하고자 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홍복례 개인전

사실 나로서는 대상을 재현하는 작가의 방법론이 무척 흥미로운데 그것은 물감을 칠하고 발라 올리는 것이 아니라 작은 점들을 하나씩 일일이 찍고 얹히는 반복적인 시도를 오랜 시간 누적시키는 것이다. 그와 같은 방법론을 통해 화면에 탄탄한 질감과 견고한 구축감, 그리고 기존의 구상화와는 조금 색다른 재현술을 보여주고 있다. 이른바 외형적으로 점묘법과 유사해 보이지는 그것과는 달리 이 점으로만 이루어진 그림은 보다 치밀하고 섬세한, 대상의 살을 실감나게 질료화 하는 쪽으로 기운다.

홍복례 개인전

아득하고 하염없는 시간의 궤적을 그대로 방증하는 점들은 대상을 그리는 점이자 매우 밀도 있는 표면을 도포하고 그래서 그림이 무척 단단하다는 느낌을 준다. 이 단단함은 일반적인 그림이 주는 표피성의 가벼움을 가로지른다. 그래서 회화의 표면이 촉각성과 함께 여러 감각을 발생시키는 편이다. 그만큼 완성도가 높고 평면인 화면이 색다른 감수성을 전이하는 편이다. 이처럼 작가가 말을 묘사하는 점들의 핍진한 구사가 무척 매력적이다.

홍복례 개인전

반면 그 주변에 포진한 꽃과 나비의 배치와 묘사는 진득한 점으로, 오래 매만진 깊음에서 나오는 것()과는 달리 한 점의 연속으로 이어 그려나간 것들로서 상호대조적이고 대비되는 의도에 따른 것이자 구상과 대조되는 추상적이거나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현대적인 조형기법의 적용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적이라는 것이 어떤 특정한 기법을 지시하거나 정해진 방법론으로 실현되는 것은 물론 아닐 것이며 다소 간편하게 서로 다른 것들의 충돌과 결합으로 이해될 수도 없을 것이다.

홍복례 개인전

그림에 있어 주제라는 것이 조형성, 혹은 회화성에 앞서서 설정되는 것을 피하는 한편 재현으로 구현된 부분이 아닌 공간을 채우는 효과적인 방법론이 보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좋은 그림은 작위성이 지워진 자리에 지극히 편안한 자연스러움들이 식물처럼 자라는 것일 수 있다. 그 자연스러움과 인위성 안에 깃든 무위성이 두루 얽혀서 이루는 어떤 경지 말이다. 그것이 작가의 어떤 그림에서는 부분적으로 반짝이고 있다.

나는 한 편의 인생사를 보는 것처럼 그림을 그리려 늘 가슴앓이를 한다. 나의 그림에는 삶이 있고 희로애락이 있기에 사실적 묘사도 하지만 물체의 본질과 본성을 생각하고 내 나름의 미적 감성을 이입시키며 점으로 연결하는 작업여정이다. 공간을 단순처리함으로써 여백의 미를 주고 전체적인 흐름에서 음과 양의 조화를 꾀하며 감상하는 이들로 하여금 긍정의 힘과 소망을 느낄 수 있도록 연출해 공감을 이끌어 내고 고단한 삶 속에서 활력과 치유의 조화로운 관계를 얻으려고 한다.
-작가노트-

홍복례 개인전

현대인의 상징으로서의 말, 그리고 행복을 추구하는 도상들

홍복례는 차안대를 착용한 채 앞을 향해서 미친 듯이 질주하는 말의 모습에서 무한경쟁 사회에서 오로지 목표와 성취만을 향해 줄달음 질 치는 동시대 현대인의 삶과 욕망을 연상했다고 한다

: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가)

홍작가는 상해 화동사범대학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하고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양화 구상부문과 목우회 공모전 서양화부문 EJ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다수의 개인전과 190 여회의 단체전을 치렀으며 현재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 한국미술협회 회원, 신 미술대전 초대작가, 홍 갤러리 관장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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