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인형극 <손 없는 색시>(작 경민선, 연출 조현산/예술무대산 공동제작)가 오는 26일(목)부터 5월 7일(월)까지 무대에 오른다.

 

연극 '손 없는 색시'

창작 초연 중심 제작극장을 표방하고 있는 남산예술센터는 장르적 경계가 사라지는 현대예술의 동시대적 특성을 반영하는 낯선 작품들을 매년 소개하고 있다. 2016년에 연극과 미술 경계를 넘나드는 적극 연출의 <아방가르드 신파극>과 시각예술가 정은영의 <변칙 판타지>를, 지난해 서현석 작가의 단 한 명의 관객을 위한 공연 <천사-유보된 제목>과 오브제만이 출연하는 <십년만 부탁합니다>를 제작했다. 올해는 인형과 오브제가 주인공인 <손 없는 색시>가 다양화되어가는 현대연극의 변화 흐름과 동시대 연극의 형식적 실험을 반영하기 위한 남산예술센터의 시도에 동참한다.

그동안 전통연희 극작 영역에서 독보적 행보를 보여온 극작가 경민선은 국악 뮤지컬 <운현궁 로맨스>, 단막극 <조신미인별전>, 광대놀음극 <아비 찾아 뱅뱅 돌아>, 별주부전을 재해석한 창작판소리 <안이호가 부르는 별주부전 이야기 아니오>, <서른 즈음에 산티아고> 등의 작업을 하며 전통과 연희뿐 아니라 음악극, 판소리, 다원분야 공연극작 작업까지 장르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글쓰기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작가는 과거에서 전해 내려오는 설화나 고전을 재해석해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개인의 삶에 비춰 되살려낸다.

연극 <손 없는 색시>는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러시아, 유럽 등 세계 전역에 퍼져있는 ‘손 없는 색시’ 설화와 민담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기존 설화는 계모의 모함으로 양손이 잘려 쫓겨나고, 우여곡절 끝에 결혼 후 갓난아이와 다시 내쫓긴 색시가 우물에 떨어지는 아이를 잡으려는 순간 양손이 되살아난다는 이야기다. 

 

연극 '손 없는 색시'

 

경민선 작가는 “이전의 삶으로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이 작품에서 상처의 회복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손 없는 색시>에서는 색시의 손이 떨어진 부위가 이미 아물어 손을 붙이려 해도 붙일 수가 없다. 대신 노인으로 태어났던 아이가 손과 합쳐지면서 다시 어린아이로 되돌아간다. 결국, 상처가 회복된다는 것은 본래의 상태로의 복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제와 상처를 기꺼이 인정하고 견뎌낸다는 것임을 이야기한다.

조현산 연출은 “인형의 표정은 단 하나뿐이라 인형극을 보는 것은 마치 은유가 장착된 시를 읽는 것과 같다.”라고 설명한다. 즉 관객들은 인형의 단 하나의 표정 속에서 그 안에 숨어 있는 숱한 감정과 상념을 스스로 상상해야 한다. 스스로와 타인의 슬픔을 쉽게 외면하곤 하는 이 시대에, <손 없는 색시> 속 숨은 표정을 상상하는 여정을 통해 지금을 살아내는데 필요한 덕목인 ‘공감하기’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무대에 등장하는 모든 배우는 이야기꾼이자 인형 연기자이다. 또한 배우들의 몸이 인형이나 오브제로 변했다가, 세트와 소품으로 기능하는 등 무대 위에서 인물과 공간을 창작해나간다. 작품의 중요한 키워드인 ‘손’은 색시를 떠나버린 물질적인 손으로, 때로는 전쟁의 상처를 껴안은 땅으로 모습을 바꾸며 등장한다. 여기에 정교한 인형술과 각종 오브제, 도르래를 활용한 무대 구조의 조화로 희곡이 담고 있는 시적이고 상징적인 부분을 환상적으로 구현해낸다. 선율이 없이 효과음으로 구성된 음향은 손 없는 색시와 아들의 여정과 계절변화의 이해를 도울 예정이다.

한편, 4월 28일(토) 공연이 끝난 후 이어지는 ‘관객과의 대화’에서 경민선 작가, 조현산 연출, 이성곤 드라마투르기, 류지연 미술감독과 함께 작품과 연극적 양식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다. 당일 공연을 관람한 관객이라면 무료로 참여 가능하다. 5월 5일(토)에는 1962년 완공된 최초의 현대식 극장인 남산예술센터의 역사와 무대 곳곳을 살펴볼 수 있는 ‘극장투어’도 준비됐다. 남산예술센터 누리집에서 사전 예약해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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