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아트코리아방송 논설고문칭찬합시다 운동본부 총재

정의가 이뤄졌다.” 26일 현지 시간 미국 메어저리그의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네베스트 클먼을 구장 관리인으로 다시 고용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렇게 밝혔다. 콜먼은 1994년 살던 건물 지하에서 강간·살인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갇혔다가 진법이 잡혀 지난해 11월 풀려났다.

23년 반이었다. 석방 당시 햄버거 먹는 것야구장으로 돌아가는 것이 소원이라던 그의 바람이 이루어진 것이다. 하루 뒤인 27일 우리 대법원은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의 진범에게 징역 15년을 확정했다.

2000810일 오전 2, 택시가 전북 익산 약촌 오거리에 멈추자 뒷 자석 손님은 택시 기사의 목에 칼을 들이 밀었다. 살인범은 12차례나 기사를 찌른 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오토바이를 몰고 지나가다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택시기사를 발견하고 신고한 사람은 다방에서 배달 일을 하던 열여섯 살 최모군, 그러나 경찰은 오히려 그를 범인으로 몰았다. 경찰 발표와 달리 범인의 옷과 신발에서 어떤 혈흔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검사는 경찰 기록 그대로 기소했다.

사건발생 210개월 뒤 진짜 범인 김모씨가 경찰에 붙잡혀 범행을 자백했지만 이번엔 검찰이 경찰의 재수사 요청을 묵살했다. ‘잘못된 수사가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결국 최씨는 징역 10년 만기를 다 채우고 2010년에야 출소했다.

재심을 통해 무죄가 규명된 것은 201611, 영화 재심은 이 사건을 재구성한 것이다. 영화 ‘7번방의 선물도 실화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1972년 강원 춘천의 만화방 주인 정원섭씨는 파출소장 딸이 살해되자 범인으로 지목된다. 피해자가 만화방에 자주 드나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가혹행위 허위자백은 무기징역 선고로 이어졌고 특사(1987)로 가석방 될 때까지 15년을 복역해야 했다.

2011년 재심으로 누명을 벗었을 때는 이미 70대 노인이었다. 잘못된 수사와 재판으로 청춘을 감옥에서 보낸 최모씨의 인생은 누가 보상할 것인가! 이 사건의 수사와 재판 과정은 납득이 가지 않는 것들 투성이었다.

1심 재판부는 징역 15, 2심은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최씨가 복역 중이던 2003년 경찰이 진범 김씨를 붙잡았지만 검찰은 구속 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한 진술을 범복하고 면죄부를 받았다.

꼬박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최씨는 출소 후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2016년 경찰의 강압수사를 인정해 무죄를 선고했다. 진범 김씨는 이후 구속 기소됐다. 영국 법학자 블랙스톤은 열 명의 범인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죄인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법언을 남겼다.

이는 국가의 형벌권을 실현하는 형사사법의 기본원칙이 되었다. 그러나 약촌오거리 사건에서는 이런 원칙이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 수사를 맡은 경찰, 기소를 담당한 검찰, 재판을 한 법 모두 합리적 의심을 배제했다.

피의자, 피고인의 인권을 완전히 내팽개쳤다. 인권침해나 검찰권 남용의혹 사건을 재조사하는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이 사건을 1차 사전조사 대상 중 하나로 선정했다. 검찰은 2003년 부실수사로 김씨를 풀어준 과정을 명확히 밝히고 관련자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최씨 수사와 유죄 판결에 관여한 경찰과 법원도 진상을 규명하고 진심어린 사과를 하기 바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불행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형사사법 절차에 관여하는 모든 공직자들은 약촌오거리 사건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법원의 사법개혁이든 검경의 수사권 조정이든 국민의 인권보호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둬야함은 물론이다.

2, 3의 최씨가 나와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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