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아트코리아방송 논설고문칭찬합시다 운동본부 총재
찬성 2958, 반대2, 기권3, 무효 1표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장기집권의 길을 터준 개헌안이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전국인대) 제3차 회의에서 통과됐다.

 

찬성률 99.8%, 과거 북한의 100% 투표에 100% 찬성을 떠 올리게 하는 이런 황당한 찬성률이야말로 아직도 중국이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사회로 가려면 멀었다는 점을 웅변한다. 표결이 진행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는 26개국의 투표함이 설치됐다.

 

그러나 가림막이 쳐진 비밀 기표소는 없었다. 전국인대 대표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투표용지에 찬반을 표기한 뒤 순서에 따라 걸어 나가 투표함에 넣었다. A4용지 크기의 투표용지를 접지 않은 채 그대로 투표함에 넣는다.

 

사실상의 공개투표였다. 시 주석이 투표용지의 찬성에 표기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중국의 최고 권력기구인 전국인대는 지역별 조직별 계층별 소수민족별 엘리트들로 구성되어 있다. 홍콩과 마카오의 대표자들도 참석한다. 총 3.000명 이내로 하고 임기는 5년이며 1년에 한 번 전국인대에 참석한다.

 

그러다 보니 중국 공산당 정치국과 중앙위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안건을 전국인대가 거부한 사례는 없다. 올해 1월 전국인대 대표를 선출할 때 전문성이나 대표성 외에 시 주석에 대한 충성심을 주요 자격 요건으로 따졌다고 한다.

 

시 주석이 취임한 2013년 전국인대에선 사안에 따라 반대표가 적잖게 나왔다. 정부 예산안에 대해 509표, 최고인민법원 검찰원의 업무보고에 대해 각각 605표, 485표의 반대가 나왔다. 그러나 시 주석의 권력이 공고해 지자 반대표가 다시 실종됐다.

 

이번 개헌안에는 국가주석의 연임 제한규정 폐지 외에 공산당 영도 원칙도 포함되었다. 덩샤오핑 시대에 삭제했던 이 원칙을 다시 살린 것은 공산당 일당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번 개헌안이 단순히 시 주석 개인의 장기집권을 넘어 과거의 전체주의 회귀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 19차 당 대회에서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를 실현하겠다고 한 바 있다. 시 주석이 자신이 내세운 중국몽(중국의 꿈) 완성을 위해 82세가 되는 2035년까지 집권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중국은 마오쩌둥 장기 집권의 폐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국가주석 3연임 금지, 차 차기 후계자를 내정하는 격대 지정 등을 통해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해왔다. 시진핑은 이를 모두 무너뜨리며 권력을 무한대로 키워나가고 있다. 당과 정부, 군부에서 반대파벌이 대거 쫓겨나고 시 주석의 측근을 의미하는 시자쥔으로 교체됐다.

 

중국 인터넷에서는 1인 독재체제를 비판하는 글은 남김없이 삭제되고 있으며 ‘황제’등의 단어는 금기어가 됐다. 시계바늘을 어디까지 거꾸로 돌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시진핑은 과거 중국이 몰락한 수치스러운 역사를 아시아 패권확립을 통해 씻으려는 야심을 가진 사람이다.

 

그가 내세우는 중국몽은 과거 ‘중화 제국’의 재건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한반도에 미국과의 패권경쟁 무대로만 보는 사람이 견제 세력 없이 1인 독재체제를 확립했다는 것은 우리의 외교,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중국은 다른 나라의 문제를 폭력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나라이다.

 

전면 침공, 포경, 충돌을 예사로 감행한다. 그런 나라의 장기 집권 독재자가 자국에 대한 자부심, 자존심이 도가 넘을 정도로 강하다. 앞으로 한반도, 센카쿠(댜오위다오), 남중국해, 대만 등의 문제에서 시진핑이 어떤 태도로 나올지 주시해야 한다.

 

시 주석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할 경우도 예상해야 한다.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다른 나라의 내정으로만 볼 수 없다. 시 주석의 1인 치하 중국은 과거의 중국이 아니다.

 

2018년 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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