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아트코리아방송 논설고문칭찬합시다 운동본부 총재
정부가 공공기관 275개 지방공공기관 659개, 공직유관단체 256개 등 1190개 기관 가운데 940개 기관 단체에서 4788건의 채용비리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가운데 83건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고 김상진 국립해양생물자원관장 등 비리에 연루된 공공기관장 8명은 즉시 해임하기로 했다. 채용비리는 암세포처럼 퍼져 있었다. 감사원 감사나 자체 감사가 있었던 공공기관을 제외하고도 79.5%가 즉 5곳 중 4곳이 채용비리에 연루됐다.

 

이정도 비율이면 되레 공정하게 신입사원을 뽑은 기관에 상을 줘야 할 판이다. 채용비리 과정에서는 외부 청탁을 받은 기관이나 전, 현직 고위 직원의 입김이 작용했다. 서류전형 합격자수를 늘려 특정 지원자를 채용한 서울대병원은 그나마 죄질이 가벼운 편이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불합격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인사위원회를 다시 열었다. 한국석유관리원은 지원자 면접 접수를, 강릉의료원은 정규직 전환대상자 순위를 조작했다. 자격 미달 지원자를 채용한 기관도 부지기수다. 특수 지원자를 채용하기 위해 다른 지원자들을 들러리로 세운 국가수리과학연구소, 가점 대상자에게 가점을 주지 않아 탈락시키고 그 자리에 지역 유력인사의 자녀를 끼워 넣은 근로복지공단의 사례는 악질적이다.

 

탈락한 지원자가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 심정이 어떨 것인가! 금융감독원이 은행권 채용비리에 대한 분노가 더하다. 공공기관과 금융사는 청년들이 선망하는 1순위, 이른바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최소 몇 년씩 취업준비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런 취업준비행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부정하게 합격한 것으로 확인된 직원만 최소 50명이다. 증거가 부족해 수사대상에서 벗어났거나 5년 이전 채용한 직원까지 포함하면 얼마나 많은 무자격자들이 월급을 축냈을지 모르는 일이다.

 

정부는 채용비리로 최종합격자가 뒤바뀐 것으로 확인되면 피해자를 구제해 준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채용 평가 기록이 온전히 보관됐다는 보장이 없어 억울한 피해자를 전부 가려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애초에 특정인 채용이 목적이었다면 나머지 지원자의 점수를 제대로 채점했을 리도 없다.

 

신뢰할 수도 없는 사회라는 것을 처절하게 절감한 청년들의 좌절감을 보상할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 가장 공정할 것으로 믿었던 공공기관이 특권층의 청탁과 부정으로 얼룩진 현실 앞에서, ‘흙 수저’ 밖에 물려주지 못한 스스로를 탓할 부모의 상실감을 달랠 방법은 더더욱 없다.

 

공정성이 생명인 공공기관이 채용비리의 온상이었다. 이런 결과는 공공기관의 채용비리가 뿌리 깊은 적폐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돈, 빽, 연줄이 있으면 공공기관 합격증을 받았다. 공공기관에서 후안무치의 작태가 버젓이 벌어진 것이다. 공공기관은 취업준비생들에게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좋은 일자리다.

 

청년들이 공공기관에 매달리는 이유는 배경이 없어도 공정한 경쟁을 통해 취업의 높은 문을 넘을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 때문이다. 그런 이들에게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는 국가의 배신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부정합격자는 퇴출하고 합격이 뒤바뀐 경우는 구제하겠다고 한다. 또 투명한 채용문화 정책을 위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의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더구나 은행들은 금감원 조사에 앞서 자체 점검 결과 부정채용이 없었다고 보고했다. 참으로 뻔뻔한 거짓말이 아닐 수 없다. 따지고 보면 금감원조차도 전직 고위간부의 부탁을 받고 합격자수를 늘리는 방법으로 부정 채용한 게 감사원 조사에서 확인된 상황이다.

 

윗물, 아랫물 가릴 것 없이 금융권 전체가 썩은 셈이다. 힘 있는 자, 가진 자끼리 ‘그들만의 리그’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채용비리까지 횡행하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

 

2018년 2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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