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아트코리아방송 논설고문칭찬합시다 운동본부 총재
지난해 12월 마지막 임시국회가 반환점을 돌아 여전히 개점휴업 했다. 전반부는 각당 지도부와 의원들이 마치 경쟁이나 하듯 해외로 떠나는 바람에 국회가 텅텅 비었다.

 

개의 정족수가 모자라 뒤에도 국회 상황은 발반 달라지지 않았다. 임시국회가 13개 상임위 중 정상적으로 법안소위 일정이 잡힌 곳은 정부위·보건복지위·국토해양위 세 곳에 불과하다. 정기국회에서 미처 못 다룬 민생·개혁 법안을 처리하겠다며 부리나케 임시국회를 소집한 취지가 무색하다.

 

20대 국회 상임위에 계류된 법안은 무려 7285건에 달한다.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법죄수사처(공수처) 실설법과 국가정보원 개혁법 통과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한국당은 규제프리존특별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파견근로자보호법 등을 꼭 처리하겠다고 한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정책연대협의체를 가동하면서 방송법 등의 통과에 주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토론해서 이견이 있는 것은 미뤄두고, 의견이 일치되는 것부터라도 처리하면 될 일이다.

 

상대적으로 접점을 찾기 수월한 공통공약 법안을 먼저 추진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국회 공전은 여당의 정치력 부재와 함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몽니’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

 

한국당은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예상안을 날치기 통과시켰다며 국회의사일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바람에 한국당 권선동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법사위는 멈춰 섰다. 법사위에는 다른 상임위에서 여야가 함의한 비쟁점 법은 110여 건이 계류돼 있는 상태다.

 

한국당의 ‘법사위 보이콧’이 계속 될 경우 예정된 본 회의에 법안 한 건 상경하지 못한 채 ‘빈손 국회’로 끝날 수도 있다. 국회를 공전시키는 고질병은 ‘일하는 국회’를 표방한 20대 국회에서도 어김없이 되풀이 되고 있다. 이대로 문 닫을 경우 검찰 수사대상에 오른 최경환, 이우현, 원유철 의원 등 비리의원 체포를 지연시키는 ‘방탄 국회’만 열어 줬을 뿐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국회는 본회의에서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연장을 둘러싼 이견을 끝내 좁히지 못했다. 자유한국당은 여당이 정치적 의도로 밀어붙이는 개헌 시도를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한 반면, 더불어 민주당은 시기를 못 박지 않고 개헌특위만 연장하는 것은 개헌할 생각이 없는 것이라며 팽팽하게 맞섰다.

 

집권당과 제1야당 간 개헌 논의를 둘러싼 상보불신의 끝은 깊고 가파르다. 6·13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주장하는 여당은 권력구조와 선거구제 개편에서 개헌특위가 평행선을 달리자 ‘청와대 주도 개헌’까지 내비친다.

 

여당 원내대표가 ‘별도 방안’ 운운한 것이 그 뜻이다. 여소야대 구도를 회면한 청와대발 개헌 추진은 무리이고 성사 가능성도 낮다. 그렇다고 한국당이 여당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곤란하다. 한국당은 지방선거 때 ‘정권 심판론’을 승부수로 띄울 생각인데 여권이 개헌 정국으로 맞불 놓기를 할 것이라고 의심한다.

 

6월 항쟁의 산물인 ‘’87 헌법의 피로 현상은 심각하다. 30년 동안 전직 대통령이 집권 중반 이후 레임덕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퇴임 후 하나같이 불행한 길을 걸었다.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그중 한 명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직을 내려놓은 비극마저 겪었다.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담아낸 촛불집회로 태어난 현 정부 역시 제왕적 대통령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시대적 소명을 다한 87년 헌법을 수술하지 않고선 분권과 협치는 공허하다.

 

최고법에 이런 정신을 구체화하는 조문을 넣을 필요도 있다. 가령 국무총리 국회 추천이다. 국무회의 의결기구화 등을 헌법에 담는 방안이다. 여야는 즉각 개헌특위를 연장해 생산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

 

당리당략에 빠진 여야의 직무유기로 청와대가 불쑥 개헌안을 내놓는 사태는 필경 소모적인 정쟁과 국론 분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2018년 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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