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총련 위원장 및 아트코리아방송 칼럼니스트
조선의 미학은, 모란, 목단의 미소에서 시작하며, 매화의 서정에서 완성된다는, 그런 아침결과 봄볕이 그리워지는, 석파 이하응의 숨결이 일로(一老)도 아니요 이노당(二老堂)의 함의가 서릿발 같은 마당에서, 조선정원의 숨어있는 수수께끼에 대한 탐닉, 탐미의 마주침을 한다. 오히려 급조된 듯 한 돌담의 슬픔이 찾아오는, 살피고 또 살펴도, 온전하게 살피지 못하는 급조된 부유물 앞에, 가회마을 초입의 석가래, 기와 맛의 풍미를 공유하며, 오히려, 이곳의 아련함을 제시한다. 나는 이곳을 ‘조선의 미학은 모란, 목단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여 -매화의 서정에서 완성된다.’ 라고 이야기 한다.
 


1. 운현궁
석파 이하응 고택의 풍미를 시작한다는 것은, 역사이기 전에 문화이다. 운현제의 글맛을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아련한 것이지만, 우리 아이들의 먼 시간의 여행을 위하여 조선말 선비의 강개한 풍미를 글맛에서 만나게 한다. 팔각 자리받침을 두른, 느티나무의 모습, 그 자체와 조선정원의 침묵. 아이들을 주섬주섬 모아 기념촬영을 하며, 8의 숫자나 9의 숫자, 3의 숫자, 원형에 맺힌 동양사상의 황금율을 대화한다. 황제와 부의 완결고리인, 8자의 자웅은 석파 이하응 대원군의 풍미를 충분히 제시한다.
 
2. 운현궁정원, 매화 그리고 목단
천하지대본 -지하여장군 -천하대장군 -솟대 -소도의 정형은 어디서 완성되었을까. 도도하게 흐르고 있는 문화공간의 원형을 펼쳐 보일 듯한, 정원의 하나하나는, 목도해야 한다. 머리말에 매화와 아늑한 뜰 악 안짝에 자리 잡은 목란, 목단의 배열, 동-서, 남-북, 남-여, 하늘과 땅, 충분히 사유된 미학의 황금률 아닌가. 어머니의 돌과 아버지의 돌이 있는가 하면, 산, 들, 강에서 버젓하게 하늘의 별처럼 존유할 듯한 괴석의 정립들을, 석파 이하응의 잔잔한 내면을 마주하게 된다.
매우 힘든 일이지만 매화가 필 즈음, 아침결에 이곳을 찾을 수만 있다면, 목단이 영글즈음 우리 아이들의 눈빛이 마주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수사가 필요할까! 이따금 지저귀는 새소리가 더하여 진다면 붓과 이십여 미터의 산책공간에 불과하지만 이곳이 곧 조선미학의 ‘정수’를 응변한다. 二老當, 이노당 앞에서의 솔 붓 마름질 서포터즈는, 차츰 젖어드는 문화 봉사의 기초를 다지게 된다.
 
3. 목가적 한옥
뒤뜰악의 우물정형을 살피며 종묘제정 우물, 창경궁 우물 정형을 일깨울 수 있다면 하나의 줄거리가 완성된다. 탑골공원의 우물 정형 또한 우리 아이들의 생각 범주를 확장시킬 수 있다. 우리는 목가적이다. 또는 정취가 있는 전원생활의 기호를 가지고 있다. 단청과 잔재주를 삼가한 조선기와의 힘과 멋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곳이 뒤뜰악의 정경이다. 경인미술관의 항아리와 뒤 뜰 악 언덕바지에 방치된 듯 한 항아리 군을 손짓하며 우리 문화의 현주소를 안타깝게 공유한다. 아담하게 꾸려진 기념 관 끄트머리에 척화비에 대한 담론의 필요성은 매우 주요한 과제가 된다. 가장 늦게 개방한 조선의 로드맵, 마지막 분단국가의 대한민국의 초상을 암시하는 듯, 오랑캐로 명시된 문화담론의 갈레를 잡아준다.
 
4. 북촌, 한옥박물관
손길이 닿으면서 역사의 체험이 온도계가 되는 돌담이 있다. 허술하기 그지없는 복원기와를 손짓으로 보듬게 하려고 하지만 늘 침묵하고 있다. 운현궁 복원기와의 생소함이 우리아이들에게 만지게 하고 싶다가도 종종걸음으로 내닫게 되는 것을 매일 반복한다. 한식당 공간으로 사용하는 현대사옥 옆에 서서, 손짓으로 처마의 높이를 가리키며 운현궁 뒤뜰의 격과 비교한다.
물론 한눈에 가늠할 수 없겠으나 우리 아이들에게 한옥의 방향성과 보존에 대한 진정한 눈높이를 제시한다. 조금은 슬프지만 저 초라한 한옥 추임새의 밥집 모습을 진정으로 목도하여야 할까! 질문과 함께 맞이하는 한옥, 북촌박물관을 찾는다. 우리의 노력을 실증하는 현장이다. 처마와 망루 누각의 모형에 앉아, 방자형 마루를 다시 한 번 만난다. 운현궁 이노당의 마루 격을 학습시키겠다는 마음을 늘 놓치지만 창경궁, 운현궁, 북촌박물관, 방자형 체온을 공간기호 DNA에 입력시킨다. 인문학박물관 오름길에서 만나는 한옥GALLERY 기호, 경인미술관과 박영효 본가를 대입시키면서, 현대사옥 옆 한옥밥집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하여야 할 숙제를 공유한다. 소소히 영글고 있는 우리의 정체성 아닌가!
 
5. 인문학박물관
한류의 풍미를 맛볼 수 있는 일본관광객을 위한 펜시 가게가 보이는 중앙중고등학교 교정의 모습, TV드라마 무대에 오른 이곳의 교정풍경은, 우리 아이들이 만나야 하고 공간기호와 직면하여야 한다. 설레임, 서울의대, 천도교회관, 중앙고등학교의 아치 기호를 병립할 수만 있다면 하고 인문학박물관을 소개한다. 동아일보, 고려대, 중앙중고등학교, 근현대사의 한 획을 담당한 인촌 선생의 유훈으로 세워진 인문학박물관의 무게는 참으로 아련함 그 자체 아닌가! 우리 아이들의 사유놀이방이 되어야 하고, 사유의 이유식을 맘껏 하여야 할 터전이기를 소망한다. 인문학박물관의 사려 깊은 매뉴얼을 흠뻑 받아가기를-
 
6. 가회박물관, 가회동 길모퉁이
가회동 길목과 정취를 맛보게 한다. 기와, 기와의 멋, 기와 선율의 음률을 기억시키는 방법은 없을까! 오히려 일본관광객의 코스가 된 이 길목의 기호들이 퇴색되지 않고 고스란히 잠재되어 침묵이 의식으로 받아들여지기를 꼼꼼히 안내한다.


오히려 조심스러운 침묵의 안내만이 황금률이 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맞이할 가회박물관에서의 다도 시향과 민화의 만남, 툇마루 꼭지에서 마무리되는 기념사진의 정취, 가회박물관이 마련한 매뉴얼의 정보가 ,너무도 과도한 것이겠지만 분명 조선의 미학은 모란, 목단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여, 매화의 서정에서 완성된다. -라는 기제의 사실을 이해하였으면 한다. 우리 아이들이 걷고 돌아가는 이 길모퉁이가 가회동 아닌가! 눈물겹도록 아스라한 조선의 매화가 찾아오고, 시립고 시립도록, 풍요로웠던 조선의 목단, 모란의 빛깔이 창연하기를. 침묵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 아이들의 마음속에 잉태되기를 여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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