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인사동에 위치한 인사아트센터 제1전시관에서는 12월 13일~12월 18일까지 장현주 사진전 ‘선을 그리다’전이 전시되고 있다.

장현주 사진전 ‘선을 그리다’전

언제부터인지

난 가슴이 답답할 때면

담양을 찾았다.

그곳엔 대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어딘들

대나무야 많겠지만

그곳에 대나무들은

내게 휴식과

영감을 주기 때문이다.

장현주 사진전 ‘선을 그리다’전

나에겐 늘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다.

그것은 사진과 그림의

접점을 찾는 것이다.

지금껏 수많은 작품을 하면서

그 경계를 없애보려

부단한 노력과 실패를

거듭해 보았지만

늘 제자리였다.

장현주 사진전 ‘선을 그리다’전

그러다 문득

동양화의 사군자가

뇌리를 스칠 무렵

대나무가 새롭게 다가왔다.

늘 휴식과 평안을 주던 대나무...

한지에 사군자를 그리듯

대나무를 카메라로 담아내자.

많은 날들을

그렇게 대나무와 함께 했다.

이제 그 작업의 끝자락에서

나의 땀과

노력의 결과물을 선보인다.

 

그리고 다시 시작이다.

장현주 사진전 ‘선을 그리다’전

작가노트

동양화(東洋畵)의 수묵화 중 산수화는 고도의 정신적인 수양이나 철학적인 측면을 담고 있다. 그런 정신작용 중에서 선의 역할은 형태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

 

선의 작용은 활동적 혹은 비 활동 적일 수 있으나 긍극적인 의미에서 선은 직선이나 곡선 이상의 그 무엇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는 시각 예술작품을 감상할 때 작품의 구도에서 감각적인 지각 작용을 불어 넣는다. 직관의 세계에서는 선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직접적인 접촉에서 우러나오는 것과 유사한 ‘정서적인 쾌감’을 표현한다.

 

점과 선의 작용은 모두 자연의 형태를 암시적으로 표현하는데 그중에서 흑색의 선이 조화롭게 구성되면 작가의 사상, 감정, 생각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데 용이하다. 동양화는 이런 입장에서 그림을 판단하고 훌륭한 화가는 선의 유희를 잘하는 사람을 말한다.

 

사진작가 장현주는 이처럼 동양화에서 중요한 방법론 중의 하나인 선의 유희를 효과적으로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장현주가 사용한 선의 굵기는 대부분 일정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이런 선의 작용은 대나무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 있어서 적합해 보인다. 중국 청대(淸代)의 화가 정섭(鄭燮)은 눈 속의 대나무(眼中之竹), 가슴속의 대나무(胸中之竹), 손 안의 대나무(手中之竹)라는 세 단계로 그림 그리는 과정을 설명한 바 있다.

장현주 사진전 ‘선을 그리다’전

장현주의 사진 역시 눈으로 본 것을 가슴속에 담아두었다가 손의 미세한 작용을 통해 사진으로 기록한다.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프레임의 구상은 대상을 눈으로 관찰하고, 가슴속에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약간의 차이가 발생한다. 즉 작가가 지각한 것이 동일하게 재현되고, 프레임에 구상했던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을 벗어나 실제로 촬영하고 인화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예술적 감흥이 드러나는 ‘즉발성(One-action)’이 생기는데, 그것은 작가의 개별성으로 함축된다.

 

장현주의 사진에 드러나는 특징으로는 미니멀과 여백의 미를 들 수 있다. 예를 들면 여자의 코를 묘사할 때는 영어의 'L' 자로 묘사해서 명암과 같은 효과를 배제해서 진짜 코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동양화에서는 이런 표현으로 코의 개념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 형태를 세밀하게 모방하는 것 보다는 이런 방법으로 작가의 사상을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장현주는 형식적, 정신적인 요소에서 대상의 본질을 파악한 결과를 관객에게 보여준다. 함축된 결과는 미니멀한 풍경 속에서 여백을 생성하고 사색적인 공간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이처럼 장현주가 생각하는 본질적인 생각은 실재하는 자연풍경에 구속되지 않고 끊임없는 절제와 사색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실재하는 세계와 깊은 소통을 만들어 낸다는 데 의미가 있다.

 

장현주가 즐겨 찾는 곳은 전라남도의 담양에 있는 대나무에 매료 되는데 그는 대나무라는 대상을 통해서 휴식과 영감을 받았다고 얘기한다. 그의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작품들에서는 사진기를 둘러메고 다닌 작가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눈 속의 대나무를 가슴속의 대나무로 기록하고, 그 순간의 찰나는 지나가고, 그가 마음을 빼앗겼던 대나무는 흑색의 정서적 풍경으로 다시 탄생한다.

 

나무의 존재감은 직접적인 접촉 없이 그 대상을 바라보고 있으면 체감되는 어떤 감흥과 같은 것으로 조용히 관조하고 그 ‘대상/대나무’를 상기할 때 느껴지는 정서이다. 장현주의 사진은 편안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조용히 우리 자신들의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장현주의 사진 전시는 자연미를 통해서 ‘한국적 정서와 독창미’를 이룩한 그의 예술세계를 다시 살펴본 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글-김석원 고려대학교 역사연구소 역사교수

장현주 사진전 ‘선을 그리다’전

인터뷰

Q. 이번 사진전을 설명해 주세요.

제가 수차례 작품발표를 하는데, 그동안 늘 사진을 어떻게 하면 유화처럼 표현할 수 있을까? 그 문제를 가지고 많이 공부를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다 아, 동양화! 늘 봐 오던 사군자나 동양화를 가지고 유화로 표현하면 되지 않을까...그런 생각이 떠올랐어요. 시도해 보자, 사군자를 사진으로 표현이 가능할까...그래서 시작하게 된 작품입니다. 사군자 중에는 매,난,국,죽 네 가지 중에서 장르별로 나눠서 심도 있게 작업을 해 봐야 하겠다. 하는 마음에 대나무 작품을 첫 작품으로 하게 되었는데,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여백과 동양화에서 강조하는 한지에 먹으로 표현해 내는 선! 아름다운 선을 한 번 표현해 보자. 그래서 도전하게 되었고, 장소를 찾고 대나무를 찾고 여백의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안개가 낀 장면, 눈이 온 장면을 찾기 위해 오랜 기간을 찾아다닌 것 같습니다.

장현주 사진전 ‘선을 그리다’전

Q. 원래 어떤 사진작업을 많이 하셨나요?

대부분의 사진작가들이 한 장르를 길게 작업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저는 첫 전시부터 새로운 장르에 계속해서 도전을 해 왔습니다. 첫 번째, 두 번째는 생태사진으로 했고요. 그 이후로는 회화적인 느낌이나 파인아트 계열의 작품을 하려고 노력했고, 이 작품으로 오기까지 매 번 새로운 작품을 도전해 오고 있습니다. 이 작품 발표 후에도 사군자를 끝까지 마무리 할 생각이고요. 그 이후에는 또 다른 도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Q. 이번 작품의 노하루을 공개해 주신다면?

아까 말씀 드렸듯이 특별한 보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백을 찾거나 간결한 포인트를 찾아서 촬영하고 흑백처리를 하고, 인화를 한지에다 한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인화지에 인화를 해서는 이런 느낌의 표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화 자체를 한지에다 하기 위해 작업을 그렇게 진행 했고요. 그래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사진과는 느낌이 전혀 다르고, 그래서 수묵화 느낌이 나는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장현주 사진전 ‘선을 그리다’전

Q. 이번 작품의 공정 기간은?

정해진 기간 보다는 계절별로 시간이 날 때마다 가서 상황을 보고 촬영하지요. 사계절이 다 표현되어야 하기 때문에 주로 여백이 깔끔하게 처리되는 겨울에 작업을 많이 했고요. 안개가 많이 끼는 시간대를 찾아서 작업하고, 작품에 아쉬움은 늘 많지만 제가 생각했을 때 “이 정도면 어느 정도 표현이 가능하겠다.” 싶을 때까지 꾸준히 찾아다녀서 작업을 합니다.

 

Q. 사진에 대해 정의를 내리신다면?

사진이란 단어 자체가 사실적인 것입니다. 사실을 기록하는 장르인데 우리 생활주변에 핸드폰이나 카메라에 대한 보급률이 너무 좋아서 아마추어 사진가도 너무 사진을 잘 찍습니다. 그래서 소위 사진작가라는 사람이 일반인들이 다 찍는 그런 사진을 찍어서는 안 되겠다. 좀 더 앞서가고, 창작을 해야 되고 미술과의 간격을 좁혀 가고 싶었어요. 그냥 일반적으로 사진을 잘 찍었다. 그런 평가를 받기는 싫었고요. 좀 더 예술적으로 사진을 추가시키고 싶은 그런 욕심으로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장현주 사진전 ‘선을 그리다’전

Q. 본인을 소개해 주세요.

나이는 40대 후반이고요. 사력도 그다지 길지 않습니다. 취미생활로 몇 년을 해 오다 본격적으로 사진작업을 한 지 10여 년 됐습니다. 사진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누구에게 사사를 받지도 않았습니다. 독학으로 오로지 열심히 좆아 다니면서 공부하고, 연구하고, 복습하는 그런 과정을 거쳐서 이제 6회 전시를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공부해야 할 사람이고, 다작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를 대표할 수 있는 작품을 10점까지는 만들어야 겠다. 그런 욕심으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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