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성북구 화랑로에 위치한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전통문화연수동 G209에서는 캐치를 하는 세계 The Catching sphere, '한예종 조형예술과 졸업전시'를 12. 20 ~  12. 31까지 연다.

한예종 조형예술과 졸업전시


전시작가로는 권예린, 김다정, 김도진, 김미경, 김병석, 김선, 김의연, 김이중, 김하늬, 문나린, 문채영, 박동균이 참여했으며 초대일시는  2017. 12. 20 PM 6:00에 오픈행사를 진행한다.


캐치를 하는 세계 The Catching sphere

★18회 조형예술과 졸업전시위원회

한예종 조형예술과 졸업전시


구(球), 권(圈), 층(層)을 포괄하는 총체로서의 세계(sphere) 속에서 우리는 순간의 단면만을 경험한다. 단면은 축적되며 개인이라는 세계를 구축해 나가지만, 그 역시 총체의 일부분에 그 칠 뿐이다. 작은 흐름으로는 전체를 파악할 수 없는 것처럼, 세계의 아득함은 개인이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의 바깥에 있다. 그리고 이 사실을 깨달을 때, 세계는 압도하는 거대 한 흐름으로 다가온다.

한예종 조형예술과 졸업전시


쏟아지는 물살을 마주하며 세계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허우적거리며 손을 뻗거나 눈을 힘겹게 깜빡이기에 급급하다. 손에 흘러들어온 보잘것없는 조각, 시선 속의 흐릿한 형체 와 같은 흔적만이 단서로 주어진다. 그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곱씹고 되짚어나간다. 흔적 은 들추어지고 재조합되며 새로운 형태를 지닌 시각적 볼거리로 변모한다. 감상하는 과정이 이어 진다.

한예종 조형예술과 졸업전시

총체의 거대함은 예술적 실천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려는 일련의 시도마저 삼켜버린다. 지난 한 실패가 이어지지만, 그 와중에 무언가가 누적된다. 그것을 추려 각자가 세계의 어디에 위 치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좌표로써 활용한다. 세계의 완벽한 청사진을 그리기에는 부족하지 만, 어렴풋한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가능해진다.

우리는 압도하는 세계의 총체성에 무기력함을 느끼기보다, 무언가를 재빠르게 캐치하기 위 해 기민하게 움직이려 한다. 단지 보아온 것을 재현하거나 받아쓰는 일 이상으로, 세계를 주 체적으로 대면할 가능성을 모색한다. 흔적을 발견하고, 탐구하고, 실패하는 와중에 누적된 것 을 부표 삼아 조금씩 위치를 변경하며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하며.

18회 조형예술과 졸업전시위원회

한예종 조형예술과 졸업전시


롤랑 바르트는 그의 저서 『신화론』의 한 챕터 「캐치를 하는 세계」에서 캐치경기와 고 대연극의 과장적 특성을 유비하며 “캐치가 주는 효과는 그것이 과도한 스펙터클(spectacle) 이라는 데 있다.”고 쓴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스펙터클이란, 매력적인 거짓이다. 캐치경기에 서 관중은 “어떤 열정들의 순간적인 이미지”를 기대할 뿐이기 때문에 그들은 경기가 연출되 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한예종 조형예술과 졸업전시

그렇기에 캐치선수의 자질은 승패에 있는 것이 아니라 관중이 그에게 기대하는 몸짓을 정확하게 수행하는 것에 있다. 선수의 기호화된 몸짓은 즉 각적이고 명료한 독해를 향해 수렴하고, 순간적인 감흥들, 극적 흥분의 투영, 열정과 같은 감각은 “직접적으로 홀로 솟아오른다.” 캐치경기는 조작이고 거짓이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경기에 몰입할 수 있다. 관중들은 이러한 감각을 위해 매력적인 거짓에 동참하고 사실을 기꺼이 왜곡한다.

한예종 조형예술과 졸업전시

세계는 캐치경기처럼 우리에게 매력적인 거짓을 가볍게 던져주기도 한다. 밤하늘의 별이 빛의 속도로 날아오고 있음에도 그 자리에 가만히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별이 포함된 우주 전체의 속도가 인간의 속도에 비해 알아 볼 수 없을 만큼 무한에 가깝기 때문 이다. 세계가 던져주는 현상을 포착할 때, 우리는 얼핏 세계와 캐치-볼을 주고받듯 대화가 가능해진 것처럼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이때 우리는 세계의 편린을 캐치했다고 홀로 믿는 것은 아닐지 의심해봐야 할 것이다.

한예종 조형예술과 졸업전시

캐치경기와 달리 세계가 던져주는 반짝이는 별은 우리 가 의미화 할 수 없는 영역에 잔존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계를 고정된 대상으로 놓고 명 징한 이해를 도모하지만, 세계는 스스로 운동하며 그 속에 거주하는 우리에게 매 순간 새로 운 판단을 요한다. 세계의 고유한 능동성은 불가해한 영역에서 깊숙하게 작동하고, 우리의 기호화는 세계와 동기화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오독이라는 태생적 특성을 가지고 태어났다. 하지만 그것이 무용한 것이라 비관할 수는 없다. 매력적인 거짓과 엇갈리는 독해일지라도 감각적 진실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한예종 조형예술과 졸업전시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세계가 던져주는 반짝임을 기민하게 캐치했다는 순전한 믿음으로부 터 오는 쾌감이 각자의 삶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 감흥이 세계를 온전히 이해하려는 불가능한 작업에 대한 욕망을 추동하고, 그 욕망이 또 다른 잘못된 발견 과 오독을 가능하게 한다. 그것이 진실이 아니었다고 처절하게 깨닫는 순간으로 전환되는 장소에 미술작업의 쾌가 있다.

한예종 조형예술과 졸업전시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찰나이지만 세계가 자신을 열어보였다 는 믿음은 착각일지라도 작업하는 이에게 고유한 진실일 것이다. 이를 동력삼아서, 세계가 운동하는 만큼 우리도 각자의 자리에서 능동적으로 세계를 캐치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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