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김성석의 조각이야기전이 인사동에 위치한 인사아트센터 6층에서 12월 6일~12월 11일까지 전시되고 있다.

김성석 13회 개인전 ‘조각이야기’

현대 미술에서 작가가 작업의 소재를 선택하게 되는 계기는 여러 가지 경로가 있다. 재료의 대한 흥미, 아름다운 것에 대한 심취, 삶에 대한 고찰, 시대정신 등...

김성석 13회 개인전 ‘조각이야기’

세상에 수를 헤아리기 힘들만큼 많은 작가들이 제각기 자신의 소리를 낸다. 현대 미술에서는 한계를 알 수 없는 표현 방법의 다양성과 뛰어난 감각의 작가들이 수도 없이 등장한다.

홍수처럼 쏟아지며, 정글처럼 냉혹하다.

김성석 13회 개인전 ‘조각이야기’

상황이 이렇다보니, 나 역시도 美術이라는 말 자체가 의미하듯 아름다움에 대한 일차원적 기능과 작가로서의 사명감,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의 삶의 가치가 뒤범벅되어져 평생을 수험생으로 사는듯하다.  나의 이야기들은 사색에서 또는 관찰에서 얻어지는 것들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나는 이렇게 삽니다. 당신은 어떻습니까?”와 같은 이야기들을 철이라는, 세상만큼이나 단단하고 차가운 재료에 내 체온을 나누는 마음으로 작업해간다. 적어도 내가 완성하여 내어 놓은 작품들은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보여 졌으면 하는 것이다.

김성석 13회 개인전 ‘조각이야기’

 “왜 사냐 건 그냥 웃지요...”

 

작업하다가 잠시 손을 놓을 때면 문득 중얼 거리게 되는 구절이다.

왜 사냐는 말은 이제 내게 왜 작업하느냐는 질문이 되었고, 나는 아직 ‘씩’하니 웃어 보이지 못하니 깊은 숨이 터진다. 아침 공복에 곡기보다 먼지를 먼저 들이키며 하루를 시작하여, 어수룩한 어둠에 피곤한 몸을 숨겨 돌아와 쉬다가도, 밤이 되면 미련이 남아 몇 번이고 다시 나가서 들여 다 보는 나를 만나면, 내가 제자리에 있음에 뿌듯함을 느낀다.

김성석 13회 개인전 ‘조각이야기’

왜 작업을 하느냐는 질문을 하는 이들의 의도는 두 가지 정도겠다.

작업을 하는 목표를 묻는 것과 작업이 내게 식량이 되어 주느냐는 뜻이겠다.

 

나는 이 두 질문에 어느 것 하나 시원스레 답해줄 자신이 없다. 내 작업장에서는 벼슬도 보물도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작업하는 매일을 감사하며, 행복해하고 있으니 언젠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들을 등장시켜 의인법적인 표현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굳이 속담이 아니어도 현대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의 얘기나, 가슴 한구석에 내재된 감성적 이야기들을 끄집어 낼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이것은 관객들에게 허물없이 친숙해지는데 큰 도움을 주게 되었다.

이런 표현들을 철이라는 재료로 단조, 또는 직조의 기법으로 십 수 년 동안 표현해왔다. 그 시작은 대학시절 풍요롭지 못한 주머니 사정으로 인해 선,후배들이 쓰고 남은 잡철들을 주워 모아쓰기 시작했던 것이 출발이었다. 그러던 것이 숙련이 되어져 가장 손에 익숙하고,편한 재료가 되었다. 물론 철이라는 재료를 반드시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적합한 재료라 생각되면 어떤 재료도 구애받지 않고 사용하는 편이나, 강한 철을 제련하는 희열은, 나의 생김새와는 달리 감성적이다 못해 여성스럽기까지 한 내 작업 색깔에서 강한 남성미를 지켜내는 자존심 같은 것이겠다.  

김성석 13회 개인전 ‘조각이야기’

서두에서 얘기한 바와 같이 어쩌면 전업 작가이면서도 작업으로 제 밥벌이를 제대로 못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환경조형물이나 여타의 돈벌이에 대한 유혹도 많으나, 가장 행복을 느끼는 방법을 선택해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호기 넘치던 시절, 대단한 것을 해내야 된다는 야망 같은 건 없다. 이것은 긴 호홉이며, 내 자신이 단거리 선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평생 일기를 쓰는 마음으로 전해나갈 김성석의 조각이야기가 작품을 만나게 되는 모든 이들에게 감동이 있는 한 편의 동화로 남아주길 간절히 소망하며 작업해 나갈 것이다.

작가노트

김성석 13회 개인전 ‘조각이야기’

작가 김성석은 전주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수료했다. 개인전 13회, 국내 부스페어전 및 2인전, 단체전 다수 참여하였으며, 현재 전북조각회, 전주조각회, 전주우진문화재단 청년작가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인터뷰

Q. 이번 전시의 콘셉트는?

철 작업을 시작한지 16~7년이 된 것 같습니다. 이제 오랫동안 해 온지라 숙련된 철 작업을 해 왔는데, 대학시절 어려운 환경 속에서 대학을 다니다 보니 사람들이 쓰고 버리고 간 철들을 주워서 작업을 시작하게 되다 보니까 자연스레 철 작업으로 빠져 들어온 것 같아요. 작업에서 동물들이 등장하는 것은 첫 개인전 콘셉트를 잡을 때 우리나라의 속담이 있는데 현대에서는 속담에 대한 부분을 잘 활용하지 않잖아요. 이제 우리시대에 어른들이 돌아가시고 나면 속담에 대한 부분들이 사라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나라도 작업으로 풀어서 남겨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속담을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우리나라의 속담에서 등장하는 동물들이 하나씩 제 작품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들을 이용해서 이야기 하지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제가 하고싶은 이야기를 작품으로 풀어낸 것 같습니다. 이번 전시는 2년여를 투자해서 준비했습니다.

김성석 13회 개인전 ‘조각이야기’

Q. 이 전시 전에 한 작업은?

조각을 전공하는 작가들이 다 그렇듯, 모든 재료를 다 다뤄본 것 같아요. 나무를 깎기도 하고, 돌을 깎기도 하고, 철에 손대기 시작하면서 강한 철을 불에 달궈 더 강함을 이겨내는 매력, 다뤄내는 매력, 철에 대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거기에 빠져서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Q. 일반인들이 다루기에는 어려운 작업 같은데?

위험한 요소들도 많고요. 여러 가지 장비들을 써야하고 철을 다룬 다기 보다 불을 다뤄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철을 빨갛게 달궈야 내가 원하는 형태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저처럼 숙련공이라야 다룰 수 있는 작업입니다.

김성석 13회 개인전 ‘조각이야기’

Q. 철 작업을 한 이후로 제일 좋은 점과 나쁜 점은?

이 작업은 제 삶이기 때문에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굳이 말하면 철에 대한 작품을 하고 있다는 자체가 좋고, 나쁜 점은 공정 자체도 힘들고 일에 대한 체력적인 소모와 많은 시간투자와 작품 활동에 비해 경제적인 부분에 좆기기 때문에 제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 그런 것들이 나쁘다면 나쁜 점이죠.

김성석 13회 개인전 ‘조각이야기’

Q. 철 조각의 전망은?

말 그대로 저는 전업 작가입니다. 제 아내는 한국화를 전공한 작가이고요. 저는 조각가로 조각하는 직업을 가졌는데, 경제적으로 얘기한다면 너무 힘들죠. 그래서 욕심을 많이 내려 놓고 살아야 겠지요.

김성석 13회 개인전 ‘조각이야기’

Q. 철 조각을 하는 전업 작가들의 경제적인 해결 방법은?

일반인들이 철 조각 작품을 선뜻 구입하기가 쉽지 않아요. 여기에 있는 작품들이 비싼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컬렉하시는 분들이 작품을 한 점 구매하기 위해서는 노력에 비해서는 싼 편이지만 구입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이 가겠죠. 판매가 많이 되면 좋겠지만 쉽지가 않은 것이 현실이죠. 다른 조각하는 분들은 공공 조형물이나 미술에 관련된 일들로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만, 저 같은 경우는 많이 힘들죠. 나이가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없거니와 제 아내가 힘들어도 작업만 하기를 원해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전시 계획은?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작품은 무궁무진하고 제 체력이나 여러 가지 여건들이 따라주면 아주 재미있는 구상들로 제가 사는 날까지 작업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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