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곽 역사문화마라톤 제2루트 고려의 하늘

대한민국문화예술체육전문인총연합위원장, 아트코리아방송 칼럼니스트
2루트 고려의 하늘 


참으로 어엿한 하기까지 하며 수도서울의 비경을 나누자면 이곳의 이야기만할까!

오히려 나는 눈을 감고 짙은 초록의 바다, 그 속의 솔밭 향을 향하여, 물, 공기, 마음의 신비로운 트라이앵글의 노래 음을 같이 하고 싶다. 은자의 나라가 잉태할 수밖에 없는 화두 아닐까! 나는 이곳을 ‘고려의 하늘’이라고 이야기 한다.

1. 혜화문이야기

혜화문의 모습과 위치는 생소하기까지 하면서도 서글픈 마음이 든다. 복원 매뉴얼 프로그램마저도 시선을 크게 끌지도 못했을 뿐더러, 우리의 성곽모습을 조금도 담지 않은 이상한 나라의 모형이 되었다. 진입경로 또한 생뚱맞기 그지없어서 신 바람나는 출발이 되질 않는다, 산허리를 자르듯 찻길 귀퉁이에 망루처럼, 비각처럼 올려져 있는 혜화문의 모습이, 개량한복의 왜곡처럼 아픈 심정이다.

흥인지문에서 복원프로그램이 달려오다, 뚝 잘리고 이어지는 혜화문의 이정표는 안타까움을 더하지만 우리들은 뚝심을 가지고 옹성처럼 쌓여있는 혜화문 자락에서 제2루트 답사를 시작한다. 처마의 차림새를 가리키며 졸속 복원의 낱낱을 살피다보면 울화통이 치밀기도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역기능이 생성될 것을 염려하게 된다. 사려 깊은 마음, 준비된 복원 메뉴얼의 겸비, 오랫동안 기다려온 마음, 이것이 복원프로그램 매뉴얼의 정수임을 교감한다. 정성스러움이라는 외마디가 튀어 나온다.

 

문화가 미래다

2. 성북동담론

성북동 초입은 넓은 범주에서 일본식 건축구조의 정형인 듯싶다. 그들의 축조형태의 축석이 즐비하다. 이것이 일본식 건축양식의 모형이다. 마름모형의 축조형태, 축대공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섬섬히 나타나는 성곽의 내음 새, 오히려 향기로움이라고 까지 선언하고 싶다. 성벽을 끼고 이차선 도로가 나있지만 정겹기 그지없는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서울성곽 비경을 꼽자면, 단연 나는 이곳의 800m 를 꼽는다. 우리 아이들을 잠깐 세워 담벼락 너머 한옥 몇 채를 살피게 한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한옥의 미를 감상할 수 있는 정경이 펼쳐진다. 눈을 감고, 눈을 뜨고, 눈을 감고, 눈을 뜨고. 우리의 아름다운 내재를 감상하게 한다.

조각배, 반달 그리고 송편, 송편가루가 이 한옥 지붕 위로 나르는 환각, 환청도 좋으니, 우리 아이들 가슴 속에 저미어지기를 소망한다. 우리 아이들의 저 곱고 순결한 손등으로 그 꿈의 편각일지라도 달려와 화강암의 숨소리를 만끽하기를 염원한다. 조선의 아침에서 만났던 성벽의 기호들이 다시 한 번 소쿠리를 담아 싸릿문을 열고 성벽과 만나기를 탐원한다.

 

3. 성벽 찾기

갑자기 성벽이 사라지고 오리무중의 길 찾기를 하여야 한다. 틈틈이 성벽 흔적을 찾을 수 있으나 여간한 집중력을 갖지 않으면 성벽의 상처를 확인할 수 없다. 없을 뿐인가! 성곽영혼의 소리를 찾을 수 없다. 우리 아이들이 환호하며 놀라워하며 벅찬 울림소리를 느끼며 성곽 상처의 방향을 발견하는 모습을 보라, 그들이 직시하고 있는 파아란 눈빛의 싱그러움을 믿으라.

교회담장 밑에 좁다란 골목모서리에 흔적 없이 지워져가는 역사의 퍼즐처럼, 일본식축대 사이사이에 서울성곽 막돌이, 다듬돌이, 밑돌이, 주춧돌이, 마름돌이 성성이 우리 아이들 눈빛과 조우하고 있다. 이 좁다란 골목 800 여 미터의 답사는, 사실 나에게는 숨죽이는 순간이다. 우리 아이들이 저기 저것도 성벽인가요, 성벽이네요, 오른쪽 왼쪽 두리번거리는 아이들의 마음별자리가 새겨진다, 이 힘 있고, 무겁고, 정교하고 오히려 따스하기까지 한 성곽 밑돌과 밑돌사이의 숨결을 만나기를 소망한다. 이 골목을 벗어나는 길목에 성벽의 웅장한 머릿돌이 손끝에 닿아있다. 유명한 기사식당을 끼고 침묵하고 있는 자태라 하겠으니,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날린다. 압도된 돌의 무게가 너무도 교훈적이기에

4. 단풍나무, 오름길

성북동 서울성곽 초입부는 참으로 단정하게 깊어 보이는 맛이 있다. 박정희 대통령시절부터 꾸준히 복원해온 삶의 깊이가 녹아 있기에, ‘조선의 아침’루트에서 맛볼 수 없는 침잠의 격이 있다. 뿌리 깊은 단풍나무의 가로수는 참으로 멋지다 못해 품격을 잃지 않았다. 45°의 경사지가 계속되고 한 능선을 오르고, 45°의 경사지가 계속되고 한 능선이 이어지는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우리 아이들을 독려하며 속력을 낸다. 마라톤 초기에는 단풍나무에 감격하여 ‘참’ 먹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교육효과가 너무도 반감되는 것을 체크한 후론 달음질 방법을 선택했다. 한 다름에 두 능선의 고비를 넘기게 한다.

5. 비밀의 문

‘조선의 아침’ 루트에서 이름 지은 비밀의 문처럼, 이곳에서도 나지막한 성곽 쪽문이 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하여 연출한 듯 한 문의 모형이다. 우리 아이들의 설레임만큼, 우리 아이들의 순수한 만큼 나있는 쪽문을 나서면, 성북동 달동네이 전경이 펼쳐진다. 안쪽에 돌계단이 구릉져 있다. 꼭 객석의 좌석처럼 다정스러운 모습이다. 이곳에 아이들을 앉게 하고 구슬프게 놓여있는 성북동 달동네를 살펴보게 한다.

이것이 우리이며 우리의 선배, 조상이 걸어온 길이다. 먼발치의 높은 A·P·T 마천루가 존재하지만 능선 따라 주섬주섬, 옹기종기 있는 달동네이 이미지를 기호화한다. 조금은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전통문화유산과 대한민국의 달동네 사이의 간극은 소화하기 힘든 주제지만, 역사를 하나의 소요와, 소요스러움과 소박함과 소박함의 뜻이 영글어 함의하는 세계이다. 진정으로 고려청자, 신라금관의 빛남이 있으려면 이 자체의 사실을 받아들였을 때 가치가 잉태된다. 어려운 사유의 주제임은 분명하다. 과연 이 높은 테제의 가치를 어떻게 정립할 수 있을까! 가능한 것일까? 우리 아이들의 눈빛은 그냥 생소한 모습일 뿐 재잘거리는 목소리로 대답할 뿐이다.

6. 와룡공원

쪽문을 나서서 오르막길이 가파르다. 십 여분 가파른 능선을 오른다. 오른쪽에 펼쳐지는 서울성곽, 삼각산, 북한산 전경이 손에 잡힐 듯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재촉한다. 숨 가쁘게 달아오르고 한숨에 와룡공원까지 다 달아야한다. 오름과 내림이 있듯이 와룡공원부터의 내리막길은, 우리 아이들이 챙겨갈 보물이 될 것이다. 그 맛이 더욱 달게 맞이하게끔 와룡공원을 향한 질주는 거세다. 와룡공원에는 전망대가 잘 꾸며져 있다. 전망경 준비도 되어있다. 기념사진을 남긴다. 먼발치의 남산전경, 서울의 또 다른 비경이 아닐 수 없다.

7. 성북동 내림길

성북동 뒷길은 마니아들 사이에서 알아주는 공원 산책로이다. 초입부위의 삼청공원, 가회동콘텐츠도 콘텐츠이지만, 이 길은 원래 군사도로로 사용되고 은밀하게 유지, 관리되었기에 희소성 또한 매력적인 루트다. 15° 경사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능선흐름을 따라 회전을 하며 숲의 전경을 연출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마룻바닥 시공은 또 다른 맛을 풍기며 테라스의 연장선상 같은 착각을 갖게 한다. 요즘 잘 나가고 있는 성균관대 후문 상징작품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중앙중·고등학교 뒤뜰, 감사원 자리까지 그야말로 별천지 같은 여행을 만끽한다. 가파르게 치닫던 성북동 오름길은 이미 까마득히 잊고 즐기고 있다. 점점 더 북악의 맷돌바위가 눈앞에 잡히고 있다.

8. 고려의 하늘

감사원 언덕바지에서 삼청동 -가회동 또는 북악산의 진면모를 습득할 수 있다. 400m 안 밖의 작은 산의 계곡이 3000여 곳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김신조 사태이후 아직도 사람이 들어설 수 없는 것도 없는 것이지만, 이곳이 수도서울의 주산이자 중심 아닌가! 어찌하여 이 산을 주인으로 삼고 대한민국이 존유하게 되었을까! 조선의 이야기, 고려의 이야기를 음미하고 사색할 준비를 한다.

저 산의 자락에 옥황상제가 있고 고려의 비밀이 숨어있다. 황제의 내재율이 흐르고 있다. 일본인들이 꾸며낸 삼청공원의 뿌리에는 삼청전의 비밀이 내재되어 있다. 헤리포터 신화에의 도전은 ‘고려의 하늘’에서부터 시작된다. 가회동과 삼청동의 언덕바지에서 북악의 용비어천가를 원조한다. 고려의 하늘이 잡힐 듯 북악의 신비감은 절정에 이른다.

9. 병풍바위 소로길

이곳에서 보물1560호에 기재된 병풍바위, 삼청동문을 잇는 소로길을 답사하게 된다. 이 길은 선택된 몇몇의 마니아들만 걸을 수 있을 만큼 세상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혜화문에서 출발하여 와룡공원을 지나 감사원마루에서 이 소로길을 사색한다는 것은, 오히려 연출이며 각색이고 조율이다.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안내를 위한 준비다. 소로길 답사루트와 삼청공원 루트, 소로길 루트는 하산 길이자 마무리 과정이다. 이 접점에서는 이 세 곳의 선택이 있다. 매번 그 답사의 방향을 바꾸어 하산할 계획이다.

 

10. ‘복정우물’ 복원은 ‘백악’의 ‘용비어천가’

늘 겪는 일이지만 병풍바위 소로길은 흥분이 되고 가슴이 벅차오른다. 조금만 눈을 내리고 보면, 한옥의 아름다움이 절경을 이룬다. 문화를 꿈꾸고 탐구하는 작업실이 하나씩 꾸려지고 있다. 언덕바지에서 바라보는 북악, 인왕산의 모습도 가슴을 압도하는데 경복궁자락, 청와대전경, 총리공관전경, 삼청동 소로길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700여 미터나 계속되는 파노라마는 오히려 침묵으로 시작되는 것이 옳다.

저만치 목욕탕 빨간 기둥이 새롭다. 기자단들이 열심히 하고 있는 복정우물 복원프로그램의 상징이다. 혜화문에서 복정우물 복원 터까지, ‘고려의 하늘’ 루트, 완주하는 순간이다. ‘복정우물은 북악의 용비어천가입니다’ 라는 플래카드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조금은 어렵지만 ‘고려의 하늘’을 학습하여야 한다. 사간동과 소격동의 이야기, 소격소 철폐의 이야기, 조광조의 남루한 사대주의 밑그림 -임진왜란 때 불탄 삼청전의 모습 -종친부복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삼청전의 모습 속에, 소소히 ‘고려의 하늘’을 학습하여야 한다. 알뜰한 대한민국의 성숙을 위한 헌증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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