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학의 아프리카 미술 : 미완의 미학을 정리해 옮겨 본다.

(사)한국공예예술가협회 회장 및 아트코리아방송 논설국장
휴대용 조각은 개인의 건강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부적과도 같다.

작은 수호자라는 뜻을 지닌 남지(Namji)족 조각은 병이나 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부적이면서 동시에 부를 이루고자 하는 소망이 담겨져 있다.

 

동물의 뼈와 뿔로 장식된 조간은 위협적인 존재로부터 생명을 보호해 주는 부적의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능동적인 수렵활동을 통하여 욕구를 충족하고픈 마음이 담겨져 있다.

차드 남지족 25cm

병의 군원과 병자의 마음을 함께 치료하는 데 조각이 쓰인다.

나이지리아의 고로(Goro)족에게는 약을 조제하는 데 쓰이는 조각이 있다. 이 조각의 특이한 점은 가슴 부분에 그룻 모양의 두 구멍이 위아래로 서로 통할 수 있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나이지리아 코로족

이러한 구조는 약사가 약을 조제할 때 손쉽게 섞이게 하는 기능성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신과 인간, 위정자와 백성 그리고 부모와 자식이 하나의 몸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아래로 약초을 섞는다는 것은 서로 다른 두 세계의 한을 푸는 혜원의 과정과 같다. 따라서 위대한 약사는 병든 자만을 치료하지 않는다. 병의 원인, 즉 병을 제공한 사회적 강자 또는 여러 관습이나 규약도 함께 어루만지면서 병자를 치료한다.

 

약을 조제한 후 절반은 대지에 뿌리고 나머지 절반은 병자에게 먹이는 것도 바로 그런 까닭에서다.

나이지리아 코로족2

그리고 크기가 다른 두 개의 조각상을 함께 세워 놓기도 하는데 작은 조각은 죽은 지 얼마 안 되는 사자이고, 큰 조각은 신화 속에 살고 있는 조상신 내지는 시조신이기도 하다. 사자는 작게 그리고 조상신은 크게 조각하는 이유는 시간의 흐름이 과거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베닝 바리바족 30cm

근래에는 하나의 나무에 사자와 산자의 모습을 동전의 양면처럼 조각하는 것이 눈에 많이 띈다. 과거의 해석대로라면 신화의 세계 즉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유토피아라면 근래에는 시간의 초점을 현재에 두거나 혹은 미래로 향하게 한다는 점에서 아프리카의 시간관에도 큰 변화가 일기 시작했음을 암시한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사용하는 베개는 쉽게 절망에 빠지지 않거나 또 쉽게 희망의 끈을 놓지않게 하려는 내력이 있다. 절망을 좆는 무의식의 도구로 사용되어 현실의 두려움을 잊게 만들기 위함이다 .남는 것은 희망이다. 베개는 단순히 잠을 자기 위한 물건이 아니라 희망을 지향하는 역사인식의 도구이자 사회의식의 도구인 것이다.

차드차드족 20cm

수쿠족 잔의 또 다른 특이한 점은 한 쪽에는 인간의 형상이 다른 쪽에는 동물이 새겨져 있다는 것이다. 잔을 들고 화해를 청한다는 것은 결국 조상신의 이름과 종족의 기원이 되는 신성동물 앞에서의 자기고객과도 같다.

그런 잔 앞에서 상대의 잘못을 용서하지 않거나 오해를 이해로 바꾸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부 중에 어느 한쪽이 잔을 들고 나오는 순간 굳이 화합주를 마시지 않더라도 둘의 앙금은 쉽게 풀릴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잔 조각은 한 가정을 지키는 수호신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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