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택 아트코리아방송 논설고문칭찬합시다 운동본부 총재
[아트코리아방송 = 나경택 칼럼니스트] 건국대 산학협력단 정의준 교수는 2000여명의 청소년과 부모를 심층 분석해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부모가 많이 간섭할수록, 고등학생은 부모의 기대가 높을수록 게임에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부모가 주는 스트레스가 게임 과다 몰입의 원인이라는 얘기다. 요즘 아이들은 외모든, 성정이든, 취업이든, 뭔가 뜻대로 안 풀리면 부모 탓을 하는데 이젠 게임중독도 부모 탓이라니 부모 노릇하기 정말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이 연구도 전체 그림을 이해하려면 관련된 기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사회과학연구(SSK) 지원을 받아 이뤄졌고 보도 자료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제공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게임 등 콘텐츠산업을 지원하는 문화부 산하기관이고 한국연구재단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주무부처다.

 

관련기관들이 게임중독의 여러 원인 중에서 유독 부모가 주는 스트레스를 강조한 것은 게임 중독을 가정의 책임, 개인 책임으로 돌리려는 의도인 듯하다.

 

고려대 권정혜 교수가 1999년부터 2012년까지 전문 학술지에 발표된 70개 연구를 메타분석법으로 분석한 결과 인터넷 중독의 위험요인에는 개인의 성적, 사회적 지원여부, 부모 자녀관계, 인터넷 자체의 특성, 환경적 요인 등이 있다.

 

예컨대 자기도피 성향이 있거나 불안 우울지수가 높은 사람은 게임이건 알코올이건 의존하는 경향이 높다. 보건복지부는 게임중독을 마약 알코올 도박중독과 같은 질병으로 규정하고 여기에 질병 코드를 부여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자녀의 학업에 대한 부모의 기대가 크다 보니 다른 나라에 비해 청소년들의 스트레스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기 통제를 못하고 게임에 더욱 몰입하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스포츠, 음악, 영화, 독서 등 건전한 여가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청소년도 많다.

 

게임중독에 빠진 부모가 자녀를 돌보지 않는 경우도 있다. 게임중독의 핵심 원인을 부모에게 돌리는 것은 피해자를 가해자로 잘 못 지목하는 우를 범하는 일이다. 자녀에게 언제쯤 스마트폰을 사주는 것이 좋을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면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스무 살인 제니퍼와 아래 세 살 터울로 로리와 피비, 1남 2녀를 둔 그는 아이들이 14세 때까지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았다. 친구들은 다 갖고 있다고 불평해도 결코 허락하지 않았다.

 

14세가 넘어서도 식사 시간은 물론이고 저녁부터 잠잘 무렵까지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했다. 미성숙한 아이들에게 조절 능력을 가르치기 위한 규율이었다. 빌 게이츠의 교육관은 자신의 성장 환경에서 영향을 받았다.

 

변호사인 그의 아버지는 주중에 TV를 아예 켜지 않았다. 독서 습관과 스스로 생각하는 근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다. 그 대신 밥상머리에선 아들과 대화를 했다. 우리는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다의존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뾰족한 해법을 못 찾고 있다.

 

스마트폰 소지와 사용을 금지하는 학교가 있지만 앞으로는 이마저도 못하게 생겼다. 서울시 교육청이 공개한 학생인권종합 3개년 계획(2018~2020년) 초안에 따르면 교사들의 스마트폰 압수는 사실상 금지된다.

 

당장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잖아도 하루 종일 스마트폰에 매달려 사는 터라 수업 집중도가 떨어지고 중독 증상을 보이는 학생도 많다는 지적이다. 여성가족부는 5월 전국의 초중고교생 141만 명 대상 조사에서 스마트폰과 의존 위험 군이 약 13만 5.000명이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10명 중 1명꼴로 스마트폰 중독에 빠진 우리 아이들의 치유법을 찾는 것이 여가부의 시급한 목표다. 내년 교육감 선거를 앞 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학생 인권을 명분으로 교사들의 판단과 재량에 따른 학생지도권을 침해하는 것은 합리적인가!

 

자율도 좋지만 규율 역시 중요한 가치다.

 

2017년 10월 10일

저작권자 © 아트코리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