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전시작가 구희정, 김은숙, 김향란, 문현숙, 박경서, 박미라, 성수희, 심재신, 엄인정, 이성실, 임순희, 최연경, 최현옥이 출품한 <보다봄>展이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서울시립 북서울 미술관 B1 커뮤니티 갤러리에서 2017. 10. 10 ~ 2017. 10. 15까지 개최된다.

보다봄展


★오세중(회화작가, 대학에서 미술사 강의 중)


시선은 기억이 되고, 기억은 빛을 담아 색이 되면, 새로운 과거는 오늘의 풍경속에 조응(調應)한다. 결국, 우린 같은 시작점에서 출발했다는 공감을 공유하고, 이 자리에서 시작을 관조하는 마음으로 준비한 우리의 봄과 같은 전시

<곳간> 庫間
곳간은 겨울 동안 먹을 곡식과 다음 해 봄 땅에 뿌릴 씨앗을 보관하는 장소이다. 때문에 외부 사람들이 함부로 드나들 수 없도록 곳간 문 앞에 커다란 자물쇠를 달아 곡물과 종자를 보호한다. 출처-국립민속박물관

<곳간> Place of Relationship
정착하지 못한 생각들과 시간의 흐름,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의식의 씨앗들의 장소(place), 가공하지 않은 원래의 재료가 가진 에너지의 중심과 주변부와의 관계(relationship)가 다중적으로 공존하는 형태. 리미널(liminal)한 공간 속에서 의식의 연행(performance)을 거쳐 어떻게 스스로의 정신활동을 변형시키고, 틀을 짓게 되는 가의 과거 '실재'와 현재의 '나'를 연결시키는 씨앗의 창고인 것이다. 전시작품들 사이에 형성되는 개인적인 경험의 특이점들이 어떤 연결로 이루어지는지, 특히 유,무 의미 사이에서 생기는 양가적 감정과 혼선된 응시(gaze)가 어떻게 작품에 등장하는가를 찾아 보는 것이 이 전시의 목적이다.

구희정


구희정 작가노트 中 <존재>
한걸음 한걸음 걸으며 느낀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자연의 아름다움과 무해(無害)함은 내 마음을 비추어 나의 내면을 바라보게 한다. 수채화 고유한 기법들의 선과 형, 색과 흔적은 채움과 비움을 통해 표현되는 자연과 닮아 있다. 물 먹인 종이 위에 색을 올리고 있으면 바라보고 있는 이 자연이 종이 위에 물감이 스며들 듯 내 마음에 아스라히 스며든다. 자연을 사랑하는 이 마음도 붓끝에 담겨 그림 위에 꽃피우며 퍼지기를... 그림을 그리는 이 순간 자연을 닮아 감에 감사하고 또 행복하다.

김은숙

김은숙 작가노트 中 <어쩌면 좋아...봄이 가요>
봄의 고요한 질주(silent running) 속에서 내 시선은 순간을 낚아 채어 정지시키며 먼 시간으로 비상한다. 빛이 색이 되고, 형태를 해체하며 흩뿌려진 보랏빛 물감이 화지 위에 흠뻑 스며 들어 노오란 보색과 병치되면서 더욱 선명해진 기억과 마주한다. ...(중략)… 이렇게 시간 너머의 시간을 서성이며 달콤한 오수(午睡)를 즐기고 나면 그림 그리는 이유가 뚜렷해진다.

김향란


김향란 작가노트 中 <지나봄>
역동적인 봄의 주체는 보이지 않는 땅 속에서부터 시작된다. 소리 없이 자신의 임무를 다하는 뿌리들의 아우성부터 줄기로 이어지는 봄의 향연이 꽃으로 승화되듯 삶 역시 안개 속을 헤매다 희미한 이정표를 발견하면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희망으로 붓을 잡아본다. 삶의 정수리 뒤로 끝없이 쏟아지는 위로의 별들과 또다시 그림으로 타인에게 작은 공감을 나누고 싶어 진다.

문현숙


문현숙 작가노트 中 <Place>
내겐 상상 속에 골목길이 하나 있다. 푸르던 시간이 그리움처럼 붉어지고, 하나 둘 쌓이는 그리운 시간 속에 날이 저물고 골목마다 피어나는 노란 불빛에 취해 발걸음은 더 빨라지며 난 엄마가 기다리시는 그곳으로 뛰어간다. 거기, 그 자리는 내 삶의 페르마타(fermata)이다. 이렇듯 시간의 흐름 속에 퇴적된 기억의 흔적은 그리움이 되어 검정에서 하양으로 투명해지고, 외등의 아픈 무게는 물과 색이 되어 종이에 스미고 번지며 흘러내려 그리움으로 가득해진다. 그렇게 나는 그림을 그리며 내 기억 속을 바라본다.

박경서


박경서 작가노트 中 <마리의 시간 여행>
어떤 특정한 기억의 장소가 나의 무의식 속에 다른 모습의 나를 기억하고 있음을 느낄 때가 있다. 마리의 시간 여행 경험은 기억의 저장소에 있던 무의식의 창고를 의식화 하는 재현의 가치로 생각하고 시간의 경계, 순간, 평행, 존재... 그것들은 마치 섬광처럼 감정의 수 많은 끈이 연결된 길을 찾아 가는 여행이다.

박미라


박미라 작가노트 中 <다른 시선의 하늘>
언젠가 떠났던 기억의 여행 성벽을 걸으며 창 틈으로 보였던 푸르른 하늘, 바다 위에 비쳐지는 햇살, 붉은 지붕. 그렇게 나의 눈에 들어와 깊이 감동하게 했고 그 충동은 고스란히 그림에 기억 속의 바라봄... 아름다움을 보고 느낀 것을 그리고 싶은 마음이 되어 내가 붓을 잡고 기억의 조각 한 부분을 담아 내기위해 모래 한 움큼은 지금의 재현된 그림의 한 부분으로 남겨져 그 순간과 기억의 접점을 이루길 바란다.

성수화


성수희 작가노트 中 <소풍>
작은 바람 (小風)과 같은 나의 소풍(逍風). 잠시 왔다 가는 길이기에... 다시 돌아올 수 없기에... 모든 것이 같지 않기에... 어쩌면 슬프다. 그래서 소중하다. 삶은 우리가 기억하는 단편들의 모음이다. 나는 이를 새로운 감정으로 재현하여 그 흔적을 남긴다. 과거와 소통하는 현재는 또 다른 미래의 기억으로 흐르고 지속 가능한 작은 바람(小風)이 시작되길 바라본다.

심재신


심재신 작가노트 中 <Andante>
세상은 보는 대로 존재한다. 내가 바라본 느림의 미학과 소소한 아름다움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도 안단테가 되어 주길 바라는 나의 그림은, 우리들 삶 속에 쉼표를 찍어주는 시간의 그림이면 좋겠다. 속도를 강조하는 각박한 삶에서 벗어나 잃어버리는 시절과 마음의 여유를 찾아 그림의 시간을 마주보며 오롯이 나를 만나본다. 물먹은 종이 위에 물감이 번져 색이 피어나는 수채화처럼 내 마음 안에서 피어나는 기억의 한 조각을 떠올려 본다면 ‘시계 밖의 시간’과 마주보게 된다. 그렇게 붓을 잡으면 행복하다.

엄인정


엄인정 작가노트 中 <Look, 룩>
빛깔; 내가 보는 것인가, 내게 보여지는 것인가? 그림을 시작하면서 바뀐 나의 시선은 세상을 온통 빛깔로 보게 한다. 건물이나 나무, 도로가 경계 없이 평면 위에 놓인 갖가지 색의 조합으로 보인다. 어떤 색은 탄산수처럼 튀어 오르는 듯도 하고 누군가 조명을 켜고 끈 듯 달라져가는 색이 느껴지게도 하니 참으로 신기하다. 불을 켜듯 색을 입히며 감정을, 찰나를, 관념을 내 기억 속에 천천히 그려 넣어 본다.

이성실


이성실 작가노트 中 <기억을 보다>
가끔씩 꿈에 보여지는 집이 있다. ‘그 시간의 집’은 기억을 대부분 잊어버렸다고 생각 했는데 어느 순간 단숨에 떠오르는 영상들로, 내 기억의 저편에 단단히 자리하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언덕 위까지 다닥다닥 붙어서 이어지는 집들, 그 사이로 불규칙하게 이어지는 작은 골목들... 완연한 봄날 어둑해 지기 시작한 그 곳에 뛰어나온 아이들과 술래잡기. 이리저리 뛰느라 숨이 차고, 만개한 라일락의 짙은 향기로 숨이 막힌다. 때론 기억이 선명하게 보인다.

임순희


임순희 작가노트 中 <나와 마주한 시간들>
허물어 질듯 남루한 창고, 허름한 골목. 저 언덕 넘어 저 길 끝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충만함을 기다리던 나는“지금 여기에 서 있고” 또 다른 누군가의 기다림이 있을 것만 같다. 적막한 듯 고요한 듯 그러나 내면에서 치열한 생각들이 돋고 있던 시절을 돌아보면 지금 내 안의 풍요는 어디에서 왔는가? 그건 상대적 가치인가? 아님 그 때의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렇게 돌아 봐주기 위해 멈춤이 필요했고, 그림을 그리는 것은 또 다른 나를 만나는 치유의 흔적이기도 하다. 수채화의 스며드는 느낌은 아련한 기억의 감정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적 묘사는 지금의 풍요 뒤의 존재했던 시간의 흐름을 잊지 않길 원하고 기억 위에 기억을 덮는 이미지 기억으로 드러나 새로운 의미로 남겨 지길 바라본다.

최현경


최연경 작가노트 中 <내면의 색감>
그저 그림이 좋아 시작한 날들이 켜켜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언제인지 모르게 나의 시선은 인간의 삶의 일상과 아름다운 시간들이 그림으로 보이게 되었다. 즉흥적인 표현이 매력적인 수채화의 특성은 나의 유연한 감정과 교감하기엔 더 없이 좋다. 그것의 자연스런 귀결은 화면 위에 얹어진 종이 깊이 스며든 내면을 향한 색감인 것이다.

최현옥

최현옥 작가노트 中 <작은 것을 바라보는 시선>
내 그림의 화두는 늘 물이다. 물은 우리의 생명의 기원이며 수채화의 본질을 이룬다. 물은 자유자재로 흐르며 스며든다. 수채화 작업도 스며드는 물을 따라 단숨에 그려내면서 핵심은 섬세한 작업으로 이뤄내는 묘한 끌림이다. 흠뻑 젖은 종이 위에 스며드는 색감을 응시하고 있노라면 나의 그림도 새로운 의태(Gestalt)를 꿈꾸는 것 같아 보일 때도 있다. 그림을 그린다는 건 소멸과 불멸 속에 머무름을 경험하는 행위이기도 하다면 그 곳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무질서는 예술의 효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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