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는 곽경민의 ‘채집된 풀잎과 기억’전이 10월 2일까지 전시되고 있다.

곽경민의 ‘채집된 풀잎과 기억’전

‘채집된 풀잎과 기억’전

거대한 잎새 하나로 캔버스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거나, 몇 개의 풀잎들로 캔버스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그림들...곽경민의 그림들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것일까. 풀잎들은 거대한 크기와 모양으로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과 같은 초현실주의적인 풍경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그의 그림들은 이질적인 배경에 사물을 서로 배치시켜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그려내는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과는 달리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배경 화면으로 풀잎과 잎새를 그려 놓고 있어 다소 과장된 사실주의적인 풍경과도 같이 느껴지게 한다.

곽경민의 ‘채집된 풀잎과 기억’전

그에 반해 그러한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느끼게 하는 그림들과는 달리 <비전 1402>의 그림이나, 또는 <풀의 이미지의 채집2>의 그림들은 채집된 풀잎을 캔버스에 콜라주하고 그 위에 물감을 겹겹이 바른 거친 질감과 광채 나는 채색의 느낌으로 추상표현주의의 그림들과 같이 내적인 심상 이미지를 드러내고 있다. 때로는 초현실주의의 이미지로도, 때로는 사실주의의 이미지로도, 때로는 추상표현주의의 이미지로도 느껴지게 하는 그의 그림들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까.

곽경민의 ‘채집된 풀잎과 기억’전

그의 그림들에서 주된 이미지를 차지하고 있는 이미지는 풀잎이다. 그것도 채집하여 썩지 않게 가공한 잎을 가지고 콜라주하고 그 위에 물감을 겹겹이 바른 거친 질감으로 표현한 풀잎 이미지들이다. 그가 채집된 풀잎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작업을 해 온 것은 대학시절 부터이다. 대학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20여년의 세월동안 채집된 풀잎 이미지라는 소재를 가지고 그려오고 있는 그의 작업은 채집된 풀잎을 가지고 떠나는 일종의 순례 여행과도 같다.

곽경민의 ‘채집된 풀잎과 기억’전

채집된 풀잎을 가지고 그는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가. 그가 채집된 풀잎을 가지고 그려내고자 하는 것은 “어린 시절 자연과 함께 보낸 기억들을 채집된 풀잎의 이미지를 통해 그려내는 데에 있다.”(작가 노트)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의 채집된 풀잎의 이미지들은 자연과 함께 보낸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그려내는 데에 있는 것인가.

곽경민의 ‘채집된 풀잎과 기억’전

채집된 풀잎들과 내적 이미지

그가 채집된 풀잎들을 콜라주하고 물감을 겹겹이 바른 거친 질감을 통해 표현하고 있는 작업은 대학시절의 <풀의 이미지 채집>의 작업이나, 또는 <풀의 이미지 채집, 2010>의 작업에서도 마찬가지로 현재의 작업에서도 동일하다. 하지만 이번에 “채집된 풀잎들의 비전”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하고 있는 채집된 풀잎 이미지의 작품들은 대학 시절의 작업이나, 또는 <풀의 이미지 채집, 2010>의 작업과는 달리 전혀 다른 시선으로 향하고 있다.

곽경민의 ‘채집된 풀잎과 기억’전

대학시절의 <풀의 이미지 채집>의 작품은 마치 고고학적인 유물을 통해 발견된 화석과 같은 이미지를 통해 자연과 함께 보낸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타임캡슐과 같이 봉인하고 있다. 그리고 10여년이 훨씬 지난 2010년도의 채집된 풀의 이미지의 작업들에서도 대학시절의 작업들과는 같이 과거의 기억에 집착하고 있지는 않지만 <어릴적 꿈속, 2010>의 작품에서 보듯이 대학시절에서 이어져 온 자연과 함께 보낸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벗어나지 못하고 어린 시절의 기억을 회상하는 내면의 심상을 표현하고 있다.

곽경민의 ‘채집된 풀잎과 기억’전

그에 반해 이번에 “채집된 풀잎들의 비전”을 통해 전시하는 채집된 풀잎의 이미지들은 <비전 1402>의 작업이나, 또는 <풀의 이미지의 채집 03>의 작품에서 보듯이 채집된 풀잎을 꼴라주하고 그 위에 물감을 겹겹이 바른 거친 물감과 화사한 색채들을 통해 그 자신의 내면적인 세계를 반영하고자 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그가 이번 전시에서 표현하고 있는 ‘채집된 풀잎들’은 어린 시절 자연과 함께 일체화되어 보낸 시간의 기억들을 상기시키기 위한 소재로 사용된 것이 아니라 채집된 풀잎이 본래 지니고 있는 자연 그대로의 원초적인 생명력을 통해 현재 자신의 무의식적인 내면세계를 반추하고 있다.

곽경민의 ‘채집된 풀잎과 기억’전

그가 이번 전시에서 표현하고 있는 채집된 풀잎들의 이미지들은 채집된 풀잎을 꼴라주하고 물감을 겹겹이 바른 거친 질감에서 보듯이 장 뒤뷔페의 영향을 받아 추상표현주의의 기법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무의시적인 의식 세계는 장 뒤뷔페와 같이 어린아이와 같은 순진무구한 의식 세계가 아니라 풀잎이 지닌 야생의 생명력, 즉 레비 스트로스가 “야생의 사고는 야만인의 사고도 아니며 미개인이나 원시인의 사고도 아니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세련화되었다든가 길들여진 사고와는 다른, 길들여지지 않은 상태의 사고다.”라고 이야기하는 원초적인 세계를 의미한다.

곽경민의 ‘채집된 풀잎과 기억’전

에너지와 비전

즉 그가 “채집된 풀잎들의 비전”의 전시를 통해 자연 그대로의 야생의 생명력을 볼 수 있는 것은 <Undersea leave 01-c>의 작업이나 또는 <Undersea leave 0-d2>의 작업이다. 그가 <Undersea leave 01-c>의 작업이나, <Undersea leave 02-d>의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채집된 풀잎들의 이미지를 통해서이다.

<Undersea leave 01-c>의 작업이나, <Undersea leave 02-d>의 작업에서 보여 주고 있는 채집된 풀잎들의 이미지는 작가 자신의 내면세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아니라 초현실주의의 풍경과 같은 엄청난 크기의 투명한 풀잎 이미지를 확대하여 그려놓은 장면에서 보듯이 자연그대로의 채집된 풀잎들의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어져 있다.

곽경민의 ‘채집된 풀잎과 기억’전

그 채집된 풀잎들의 이미지는 바닷물 속에 깊숙이 잠겨 채집된 풀잎들의 가느다란 잎맥을 통해 물이 흡수됨으로써 그 본래의 생명력을 회복하는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다. 그가 이번 채집된 풀잎의 이미지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은 채집된 풀잎의 이미지를 통해 그 자신의 무의식적인 내면세계를 표현하고 있지만, 동시에 채집된 풀잎이 지니고 있는 자연 그대로의 원초적 생명력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가 채집된 풀잎의 이미지를 통해 드러내고 있는 무의식적인 내면세계는 인간 안에 잠재해 있는 자연 그대로의 원초적 생명력을 암시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가 채집된 풀잎들의 비전에서 채집된 풀잎의 이미지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원초적 생명력의 세계로의 합일된 세계를 암시하고 있는 것은 <Vision 1401>의 작업이나 또는 <Vision 1402>의 작업에서 보여주고 있는 풀잎들의 색채 이미지들을 통해서 이다.

곽경민의 ‘채집된 풀잎과 기억’전

<Vision 1401>의 작업이나 또는 <Vision 1402>의 작업에서 보여 주고 있는 풀잎들의 색채 이미지는 남녀가 하나로 합일된 세계를 광채를 띠는 몽환적인 색채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색채 이미지를 연상시키면서 인간과 자연이 하나로 합일되는 원초적인 생명력의 세계를 비유적으로 암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곽경민이 이번 “채집된 풀잎들의 비전”의 전시에서 보여주고 있는 채집된 풀잎의 이미지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회상하기 위한 소재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생명력이 살아 있는 하나의 생명체로서의 풀잎을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시선은 인간과 자연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들이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회를 하였음을 의미한다.

곽경민의 ‘채집된 풀잎과 기억’전

그것은 채집된 풀잎들이 어린 시절의 기억을 회상시키는 소재로써 사용되는 시기의 작품들에서는 시선은 작가 자신을 중심으로 향하고 있어서 주변의 모든 것들은 그 자신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음을 의미하지만, 채집된 풀잎들이 지니고 있는 본래의 생명력을 그려내고자 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그는 주변의 모든 것들을 그 자신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본래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이번 “채집된 풀잎들의 비전”의 전시는 채집된 풀잎의 이미지를 통해 자기 자신 안에 갇혀 있는 의식 세계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원초적인 생명력으로 상징되는 채집된 풀잎의 이미지를 통해 그 자신의 무의식적인 내면세계를 드러내면서, 동시에 인간과 자연을 이어주는 원초적인 야생의 세계가 동일함을 암시하고 있다. 이렇듯 ‘채집된 풀잎들의 비전’을 통해 보여주는 곽경민의 이번 전시는 채집된 풀잎 이미지들을 통해 그 자신만의 색채와 미학을 정립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조관용(미술과 담론 대표)

인터뷰

Q. 이번 전시를 설명해 주세요.

이번 전시는 어릴 적 자연에서 느꼈던 즐거운 기억들을 작품으로 표현했어요. 미국에서 작년에 개인전을 열었는데 자연 속에서 치유되는 그런 주제로 전시를 했고요. 이번 작업을 풀잎을 소재로 약간 반추상 형태로 작업을 했는데요. 조화를 주기 위해 디스플레이를 해 보았는데 어떨지 모르겠어요.

Q. 특별히 풀잎을 소재로 한 이유는?

제가 96년부터 풀잎에 깊은 관심을 갖고 그때부터 작업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풀잎이나 풀잎을 모아서 꽃같이 보이게 하는 그런 작업을 해 왔는데요. 이번에는 가을이어서 낙엽 같은 느낌이 오는 그런 작업도 있고, 저쪽의 작품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느껴지는 그런 디스플레이도 하고, 또 연결시키는 작업을 했어요.

Q. 본인의 작업에서 특징을 소개한다면?

우선은 풀이 하나씩 등장하고요. 관람객들이 제 작품은 하나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하셨어요. 저도 약간 디스플레이에 신경을 쓴 것이 어떻게 배열을 하느냐에 따라 작업이 좋아 보이기도 하고, 나빠 보이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래서 특히 이번 전시에 신경을 썼습니다.

Q. 이번 ‘채집된 풀잎과 기억’전에 걸린 기간은?

이번 작품전에 2년 반 정도의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Q. 원래 자주했던 작품은?

2000년도에도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전시를 했었는데요. 그때는 사진 위에다 덧칠하는 작업으로 지금보다는 조금 더 꽃 같은 느낌이 나는 작업을 했었는데요. 이번에는 풀잎 속에서 기억, 메모리, 그런 주제를 가지고 전시를 했습니다.

Q. 자기 소개를 해 주세요.

저는 곽경민이라고 하고요. 제가 어릴 적 자연에서 느꼈던 기억이 너무 좋았어요. 그 기억속의 느낌을 나타내려고 노력했는데, 보는 관람객들도 제 작품을 보고 ‘힐링!’ 그런 느낌을 받았으면 하는 소망으로 이번 전시를 하게 됐고요. 대학생 시절이나 대학원 시절에도 서양화를 전공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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