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인사동에 위치한 인사아트 스페이스(Insa Artspace) 1F, B1에서는  2017. 09. 27 ~ 2017. 10. 02까지 전시가 열린다.

김문석展

김문석의 프레스코와 융합문명

★박기웅(Nottingham Trent University 미술학 박사)


일반적으로 프레스코화는 겉으로 드러내는 색상의 힘이 유화나 아크릴 물감처럼 강렬하지는 않지만 은은하고 세련된 느낌을 갖고 있으며, 그 수명은 매우 길어서 1000년 이상 지속된다고 알려져 있다. 프레스코화는 안료가 접착제에 의해서 표면에 부착되는 형식이 아니라 벽면위에 발라진 석회 반죽이 안료 그 자체를 흡수하여 장시간 보관하면서 빛의 굴절에 의해 색을 뿜어내기 때문에 색채가 투명하며, 그 수명이 일반적인 안료 부착형 회화와는 비교될 수 없는 강인함이 내재되어 있다. 그것들은 선배 화가들이 개발해온 벽화나 천정화의 기법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대에 와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이러한 방식이 잘 계승되지도 않고, 그 기법을 전수받는 화가들도 매우 드물다.

김문석展


김문석의 <문명>시리즈의 회화들 다양한 기호의 나열과 같은 올오버의 표현방식들을 도입하면서 다원주의와 글로벌리즘을 형성하고 있는 오늘날의 시대적인 담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신구의 만남 속에서 펼쳐진 드라마틱한 변화이기도 하며, 묵직함과 가벼움, 비정형과 정형, 토속성과 현대성을 하나의 화면 위에서 대구적으로 등장시킴으로써, 그 표현 기호의 충돌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창궐한 물질문명의 화려함과 그 이면적 허상을 동시에 표출하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의 충돌은 자신이 학부 졸업 이후 장기간 이룩해온 프레스코 화풍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지적메시지를 담는 그릇으로서 자신의 화풍을 새롭게 펼쳐 보임으로써, 새롭고도 실험적인 도전적 아방가르드 스타일에서 탄생한 새로운 시도에서 비롯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김문석展

결과적으로 그 메시지는 “문명”이라는 틀에 대하여 긍정과 부정 즉, 두 가지의 시각으로 나뉘는데, 그 중 하나는 긍정적인 시각의 메시지로서 “현대의 물질문명이 매우 화려하게 펼쳐지고 있다”와 혹은 부정적인 시각으로 “물질문명의 한 방향 즉, 산업시대이후 인간이 추구해오고 있는 테크놀로지가 과연 우리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는가? 아니면 우리의 삶을 각박하게 하고 있는가?” 등이다.

김문석展

다시 말하면, 전자의 경우는 화려하게 등장하는 기업의 이미지들이 우리문명의 도약을 의미하는 것이고, 또 다른 의미는 우리 현대인들이 지향하고 있는 물질문명의 방향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깊이 있는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서, 크게는 국가 간의 문제, 소외된 제3세계의 문제에서 출발하여 대기업 간에 펼쳐지는 경쟁 등, 인류가 이룩한 문명의 후유증과 같은 문제이다. 결과적으로는 이러한 대결의 구도 속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피폐한 정서 등을 떠올리게 한다.

김문석展

김문석의 작품들은 자신의 연구에 따라서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는데, 전통과 현대의 만남, 혹은 화해의 장을 유추해냄으로써, 새로운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즉, 글로벌리즘 시대의 우리의 삶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결과처럼 보이며. 그것은 작가의 의도에 따라 다양한 기표로 나타난다.

김문석의 문명 시리즈 작품들은 실험의 단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약의 과정에 들어선 것으로 보이며, 향후 전개될 여러 가지의 가능성에 대해 무한한 발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김문석 박사학위 청구전 평론 중에서

김문석展

작가노트 | 나의 작업은 현대 회화로서 프레스코화이며, 자유로운 형태로 이동이 가능한 벽면을 만들어서 작업하고 있다. <문명> 시리즈의 회화들은 고대 동·서양에서 나타난 다양한 문명의 흔적들에서부터 다원주의와 글로벌리즘을 형성하고 있는 오늘날의 시대적인 담론에 이르기까지 시공간을 초월해서 다양한 기호로 나타내고 있다. 그 기호들은 시간과 공간의 만남 속에서 충돌을 야기함으로써 동시대 물질문명의 화려함과 그 이면의 허상을 동시에 표출하고 있다.

김문석展

나의 이번 작업 역시 프레스코를 기초로 한 작업이다. 그러나 일부 작품에서는 그 내용과 형식들이 예전과는 확연히 다르게 제작되었다. 내용적인 면에서 나는 지난 몇 년간 융합문명, 또는 문명의 융합을 주제로 가지고 고대와 현대의 기호적 이미지의 결합에 주력해왔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실제 대상의 결합으로 확대되었다.

김문석展

도시 문명 속에서 사는 우리의 삶 속에서는 더 진보적이고 기능적인 것들을 추구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인간의 욕망으로 인하여 시대에 뒤떨어진, 기능을 다 해버린, 또는 충분히 사용할 수 있지만, 인간이 자신들의 물질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기존의 물질적인 것들과 정신적, 문화적 가치들을 허물어 버리고 매일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김문석展

나는 이러한 현대의 도시문명 현상에 주목하게 되었고, 현재까지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고대문명의 유산과 현재 나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결합하는 작업으로 확대되었다. 특히, 도시 환경 개선이라는 명분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주거 공간과 주변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파괴 행위를 카메라에 담아냈고 그 장소에 어울릴 만한 고대 유적지를 찾아서 결합했다.

김문석展

타지마할, 콜로세움, 밀라노 대성당 등 시대와 지역을 초월해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고대 유적들과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일상화가 되어버린 도시 재개발 현장을 결합하였다. 이것은 고대문명의 건재함과 현대문명의 파괴행위와의 결합이기도 한 것이다.

이러한 작품들을 보면서 대중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의 설정과 결합에 당황스러워하거나 재미있어할 것이다. 이번 작품들은 인간의 물질적 욕망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는 파괴를 통한 미래 문명을 추구하는 현대문명의 진행 방향에 대해서 작가는 의문을 가지며 대중에게 그 화두를 던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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