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갤러리 블랭크는 2017년 9월 12일(화)부터 11월 12일(일)까지 『사람 : Persons』을 테마로 기획한 첫 번째 전시 <Pathos : 페이소스>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이은우 작가의 회화작품 14점과 작품의 이해를 도울 전시서문, 작업노트, 인터뷰, 에피소드 등의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된다. 전시기간 중에는 추가 ‘에피소드’, ‘다른 작업소개‘ 및 ’작가의 작업실’ 그리고 이은우의 작품에서 영감 받아 블랭크가 제작하는 ‘인스피레이션’도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이은우의 작품 <매달려진> 속의 인물들은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제목처럼 손목이 허공에 매달려있다. 인물의 표정과 배경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지는 않지만 매일 아침 지하철 손잡이를 붙잡고 표정을 잃은 채 어디론가 실려 가는 도시인을 떠오르게 한다. 저마다 휴대전화를 바라보며 메신저를 하거나 새로운 정보를 읽고 또 다른 정보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있지만 이들이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은 외롭고 쓸쓸하다. <통제된 언어>, <보지 못하는>, <자의식> 등 작품 명제를 통해서도 전달되는 소통의 부재에 대한 이은우 작가의 감성과 생각 속으로 한발 더 들어가 본다.

 

 

이은우의 작품은 인물의 눈, 코, 입을 모호하게 표현하여 성별, 나이, 인종 등을 알아볼 수 없다. 또한 수평구도의 화면을 통해 각 인물 간에 동등성이 느껴지도록 하였다. 유난히 키가 작거나 몸집이 큰 사람, 혹은 장애가 있는 이 하나 없는 비슷한 형태의 작품 속 인물들은 손을 통해서 조심스럽게 서로를 만지거나 때로 다른 이의 입과 귀를 막기도 한다.

수평구도와 대조되도록 수직으로 움직이는 즉흥적이면서도 우울한 감성의 붓질은 소통의 부재로 인한 인물간의 고립을 심화시킨다. 파스텔, 목탄, 연필, 수채, 유화, 아크릴 등 다양한 회화재료를 사용해 완성된 작업은 각 재료들의 성질이 만들어내는 색의 융합과 맞물림의 층위로 복합적인 감정의 겹이 깊이 있게 표현되었다.

 

 

 

사회 전반에 걸쳐 소통과 화해가 요구되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오히려 소통의 부재가 이제는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가까이에서 누군가 손을 내미는 일이 생기더라도 나 자신을 위해 냉정히 거절하는 것에 모두 익숙해지고, 내가 행복해야 다른 사람도 행복하다는 인식을 세상이 부추기기도 한다.

<자의식> 작품이 말하고 있듯이 나의 두 팔을 묶어놓은 것은 사회나 제도, 타인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나 편견 때문인지 모른다. 이은우 작가의 작품을 통해 소통의 부재가 주는 고통을 마주하고 용기 내어 연민의 마음으로 호소한다면 눈을 뜨고, 손을 맞잡으며, 공감하게 되는 기적과도 같은 일상이 펼쳐질 것이다.

 

저작권자 © 아트코리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