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갤러리그림손에서는 2017. 9. 6 (수) – 9. 12 (화) 까지 김명운 개인전-형상(形相) 그 너머 환 (還) 전시가 열린다.

김명운 개인전-형상(形相) 그 너머 환 (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기념으로 강원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사진전을 갤러리그림손에서 개최한다.
강원도의 대표적인 자연을 대변 할 수 있는 태백산의 모습은 많은 사진작가들이 렌즈에 담은 장소이다. 기존의 사진들은 태백의 풍광을 담은 반면, 이번 김명운 사진전은 태백의 표면이 아닌, 산의 깊숙한 곳에서 우리가 쉽게 볼 수 없었던 태백의 내면을 담아 내고 있다.

김명운 개인전-형상(形相) 그 너머 환 (還)

강원도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홍보사진전으로 태백산 곳곳의 사계절을 담아낸 김명운 작가에게 그 기회를 제공하였다. 작가는 태백산의 새로운 풍광과 지리적 환경, 자연적 생태계를 보여주고자 5년내내 태백의 깊숙한 곳을 찾아 우리가 보지 못했던, 알지 못했던 신비로운 태백의 내면을, 사계절 동안 렌즈에 담아내었다. 같은 장소에서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계절의 변화를 통해 태백 곳곳의 다채로운 풍경을 이번 사진전에서 보여 줄 예정이다.


작가는 때때로 태백 산속에서 많은 동물들과도 만나면서, 기존의 태백산이 아닌, 태고의 자연이 보여주는 본 모습을 사진에 담고자 하였다. 현실 속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태백 곳곳의 자연을 시간과 계절, 환경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스러운 대자연의 힘을 사진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태백에 살고 있다. 작가에게 태백은 곧 자신이며, 영혼이며 아버지이다. 태백 숲에서 만난 고목은 삶의 고된 시간과 역경을 견뎌내고 그 자리에 묵묵히 자연의 흐름과 함께 지내온 영혼인 것이다. 이번 사진전에서 보여주는 고목은 이러한 삶의 과정을 사계절을 통해 우리의 삶과 함께 생각 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김명운 개인전-형상(形相) 그 너머 환 (還)

작가노트

산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숲으로 들어선 날이다. 소년의 눈으로 임종을 지켜 본 한 자락 슬픔이 스쳐 갔다. ‘아버지는 왜 그토록 서둘러 삶을 내려놓으신 걸까?’ 오랜 시간, 가슴속 깊은 곳에 상처로 남은 의문 이다. 아버지께서 임종하셨을 때가 지금의 내 나이와 같았다.

아이는 아버지의 등을 보며 따라가고, 더 커서는 아버지의 등을 보 고 살아간다 했던가. 겨울 숲에 든 나는 아버지의 등을 닮은 한 그루 고사 목枯死木에 숨을 죽였다. 아파도 아파할 수 없고, 슬퍼도 슬퍼할 수 없는, 아버지 곁에 담담히 어머니도 계셨다.

‘숭고한 희생이 빚어낸 텅 빈 형상形相!’

내 어버이의 지고 지순은 그렇게, 검게 탄 사랑의 흔적과 더불어 겨울 숲에 남아 있었다.

천둥 번개가 치던 밤이었다. 아버지는 두려움에 떠는 자식을 기도 하는 마음으로 감싸주셨다. 그 기억을 좇아 다시 숲으로 갔다. 초록 숲에 안개가 피어 올랐고, 비바람이 몰아쳤고, 아주 오래 전 그날처럼 천둥 번개 가 엄습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산짐승의 울음 소리도 들려 왔다. 그러나 숲은 사락사락 눈이 내릴 때처럼 이내 곧 평온을 되찾았다. 인고의 세월을 묵묵히 견뎌 오신 아버지가 그곳에 자리하고 계셨다.

김명운 개인전-형상(形相) 그 너머 환 (還)

‘죽음은 끝이 아니다.’ ‘새 생명의 삶으로 영속永續되어 간다.’

숲이 내게 들려준 말이다. 육신이 떠난 자리에 영혼이 머무는 소리로 들렸다. 그렇다면 우리의 영혼도, 또 다른 형태로 형상形象을 빚어내는 건 아닐까? 나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누군가의 한 생이 살을 발라 내고 뼈를 삭인 다음 일편단심으로 자리를 지키는, 한 그루 고사목은 바로 아버지였던 것이다.

먼 고대부터 숲은 위험하고, 신비로운 곳으로 여겨 졌다. 하지만 숲은 또 다른 안식의 거처이자 독백의 장소였다. 아버지의 형상을 발견하고부터 숲에서 만나는 모든 형상은 어둠 속 등대였다. 계절이 바뀔 때면 숲 은 순환의 의미를 되새겨 주었고, 삶은 둥지 밖이 아니라 안이 더 눈부시다 는 사실도 일깨워 주었다.

사는 게 뭐 이러냐고, 묻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숲을 찾아가 숨을 고르곤 했다. 비록 완성의 길은 멀지만, 그 미완의 형상들을 세상에 내놓는다. 숲과 바람과 고사목과 산짐승들에게 감사하다.


김명운은 6회의 개인전과 12회의 단체전을 가졌으며 한국사진작가협회 태백지부장을 역임하고 강원도 사진문화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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