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인사아트센터 6F에서는 2017. 8. 16(수) ▶ 2017. 8. 21(월)까지 조병완 展이 열린다.

조병완 展

소나무

나는 노송을 좋아한다. 소나무는 혹독한 겨울에도 그 푸르고 꿋꿋한 자태를 잃지 않는다. 윤선도는 오우가에서 소나무를 벗삼았고, 이율곡은 세한삼우(歲寒三友)로 송(松) 죽(竹) 매(梅)를 들었다. 김정희는 세한도에서 공자의 송백을 인용하며 유배당한 자기에게 오히려 더 극진한 이상적의 인품을 찬양했다. 추운 시절을 지내봐야 변하지 않는 성품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소나무는 그 자태까지 멋스럽다. 모진 환경을 견딘 소나무일수록 그 기품과 자태가 꿋꿋하여 빛난다. 어린 시절 노송이 우거진 숲에서 많이 놀아서 그런지 친구 같은 노송을 자꾸 그린다.

조병완 展


염원, 소박성

소망하는 것들은 언제나 위태롭다. 촛불 교회 절 탑 성모상 등은 모두 사람들의 염원으로 소란하다. 마을 입구에 있는 벅수나 장승, 심지어 어떤 나무에도 사람들은 손을 모은다. 사람들이 염원을 가지고 만든 것들을 나는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소박한 것들을 좋아한다. 민간에서 기복의 방편으로 유통되었던 민화가 좋고 절에 모셔진 불상보다 못생긴 민불이 좋다. 보통사람들의 애환과 복을 비는 마음, 그 소박하고 서툰 솜씨가 좋다.

조병완 展

벗어나기 좋은 세상

나는 이 세상이 좋다. 짜증나는 일도 많지만 세상의 사건이나 사물들은 구멍이 숭숭 뚫려있어 다른 세계로 쉽게 드나들 수 있다. 현실과 상상의 세계는 이미 한 몸이다. 우리가 보는 세계의 반은 보는 사람이 느끼는 대로 만든 것이다. 내가 보는 건 어디까지 현실이고 어디서부터 내 마음이 느끼는 것인가. 내가 만든 아픔으로 혼자 술을 마시는가. 창가에 앉아 창가에 앉은 나를 벗어나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빈 배 하나 늘 내 앞에 놓여 있다.


 

조병완 展

괴물1417

세월호 참사 1주기에 1년 동안 아무런 일도 안 한 나는 미안한 마음으로 드로잉 몇 점을 그렸었다. 대한민국 국민의 화두가 된 이 괴물은 왜 그렇게 오랜 세월 물 속에서 못 나왔나. 왜 슬픔과 분노를 같이 가지게 되었나. 2017년 3년 만에 끌려나온 이 괴물은 대한민국 국민들 앞에 놓였다.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괴물은 해부되고 있지만 진실은 언제 뼈를 드러낼까. 잔인한 4월은 언제 명백한 4월이 될까. 꽃이 피어 꽃잎은 날리고 계절은 머뭇거리지 않는다.

2017. 8 조병완

조병완 展


조병완은 1956년 전북 고창 생으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공부했다. 18번의 개인전(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고양어울림미술관, 전북예술회관,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미술회관 등)을 열었으며 단체전을 수 백 회 발표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을 역임했으며 전업작가로 살고 있다.
 

조병완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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