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에 위치한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3층에서는 2017. 8. 16(수) ▶ 2017. 8. 21(월)까지 임혜영 초대展-그리움너머~ 전이 열린다.

임혜영 초대展-그리움너머~

글 백지홍 미술세계 편집장

꽃과 패션의 작가 임혜영이 40번째 개인전을 개최한다. 제1회 개인전이 2005년이었으니 실로 엄청난 속도라 할 수 있다. 그 수많은 전시 횟수는 수많은 작업량을 방증한다. 개인전 뿐만 아니라 수많은 단체전과 아트페어에서 작품을 선보여온 임혜영 작가는 누구보다 열심히 작업하는 작가다. 또한,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펼쳐온 데서 알 수 있듯이, 자신이 예술을 통해 느낌 아름다움을 보다 많은 이와 함께 나누고자 하는 작가다.

여성과 꽃, 그리고 화려한 의상. “난 나의 패션과 옷을 사랑한다”로 시작하는 작가의 작업노트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그의 창작 원동력이 ‘즐거움’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물론 창작의 과정에 고통이 없지 않았을 것이지만 충만한 기쁨을 화폭으로 옮기기 위해 거쳐 가야할 과정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쉬지 않고 작업하는 게 가능했겠는가. 무언가를 창조하는 과정은 어떤 일과도 비교할 수 없는 기쁨을 주기에 중독성이 있다.

임혜영 초대展-그리움너머~


창작의 고통과 희열 속에서 탄생한 그림 속 여인은 어딘지 작가를 닮았다. 작가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하나 같이 여성이 주인공이다. 꽃이 좋아서 꽃을 그린 작가, 아름다운 의상을 좋아해서 캔버스를 패션일러스트와 같이 감각적으로 채워 넣는 작가, 그런 작가가 그린 그림 속 꽃과 화려한 색으로 둘러싸인 주인공은 작가 자신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작품 속 여성과 임혜영 작가는 어딘지 닮았다. 부드러운 선과 밝은 색상으로 감상하는 이의 마음 역시 환하게 빛나게 하는 것이 그의 작업이다. 동시에 우수에 잠겨있는 듯한 눈망울은 임혜영의 작업이 너무 가볍지 않게 만들어 준다. 활짝 웃고 있는 이의 얼굴은 기분 좋지만, 더 읽어낼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러나 반쯤 눈을 감고 사색에 잠긴 얼굴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읽어내게 된다. 관람자는 그림 앞에서 떠나지 못하고 빠져들게 된다. 이렇듯 가벼우면서 무게감 있고, 밝으면서도 깊은 작업이 임혜영의 회화다.

임혜영 초대展-그리움너머~


꽃과 여성 그리고 화려한 색채와 유려한 곡선은 작가의 작품세계에서 공통되게 나타나는 특징이다. 어느 시기의 작업이라고 임혜영 작가의 작품을 보는 순간 “아, 임 작가의 작업이구나”하고 알 수 있다. 도자기 등 작품의 바탕이 되는 재료가 바뀐다 해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가 같은 작업만 반복 한 것은 아니다. 근작을 살펴보면 여성과 꽃, 화려한 색채 등 기존의 작품들과 큰 틀에서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화면 구성에 있어 변화가 찾아왔음을 알 수 있다. 기존에는 화면 전체가 끊어짐이 없이 이어졌다면, 근작들에서는 감각적인 분할이 눈에 띈다. 꽃무늬 역시 보다 세밀해지고 패턴화 되어 디자인적 요소가 강해졌다. 기존에는 꽃 한 송이 한 송이의 그려진 크기가 인물과 비등하여 화면을 나눠 갖고 있었다면, 꽃의 전체적인 크기는 줄어든 채 꽃무늬 패턴을 이뤄 인물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임혜영 초대展-그리움너머~

꽃의 윤곽선을 강조한 그림체 역시 눈여겨 볼만하다. 이는 식물 본연의 아름다운 선에 대한 섬세하게 탐구의 결과물일 것이다. 식물의 아름다움을 작품 깊이 받아들였던 알폰스 무하(Alphonse Maria Mucha, 1860~1939) 등 아르누보(Art Nouveau) 양식의 작품들을 보는 듯하다. 동시에 선만큼이나 면을 적절히 활용하여 단순히 아르누보 양식이나 일러스트레이션 기법의 재현이 아니라 임혜영 작가만의 표현방식을 찾아나가고 있음을 확인하게 한다. 거장의 흔적은 꽃의 표현 방식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근작들의 배경은 누구보다 관능적인 그림을 그렸던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금박은 일본 전통회화, 동서양의 종교화 등에서도 사용된 유서 깊은 재료지만, 임혜영 작가의 화폭에서 느껴지는 감각적인 표현은 역시 클림트의 회화에 가깝다.

임혜영 초대展-그리움너머~

회화 거장만이 그의 작업에 녹아든 것이 아니다. 꽃무늬, 때로는 화면의 중심을 이루는 인물 자체의 표현에 있어 흡사 콜라주(collage) 기법을 이용한 듯 화면에 덧붙인 것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 그림에 보다 많은 결을 추가한다. 〈그리움 너머-Ⅰ〉과 같은 작품을 보라. 금박의 배경 위에 여성의 그림, 아름다운 꽃무늬 원단 등을 감각적으로 덧붙인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예술에 있어 ‘발전’이란 단어는 함부로 쓰기 어려운 단어다. 수많은 평가기준을 가진 예술에서 과거보다 좋아졌다는 평가를 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혜영 작가의 작품은 발전하고 있고, 진화하고 있다. 더 세련되고 감각적으로 변하면서도 기존 작업이 갖고 있던 특유의 감각 또한 더욱 깊이 있어졌다. 금박을 사용하지 않은 〈그리움 너머-8〉과 같은 작업은 명백히 기존 작업의 연장선에 있지만, 화면 운용에 있어서 과감하면서도 전체 균형에 있어서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변화의 종착지는 어디일까. 완벽은 추구해 가는 것이지, 도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아름다움을 향한 임혜영 작가의 여정은 또한 끝이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 여정의 아름다운 결실들을 계속해서 만날 수 있으니 얼마나 즐거운가.
 

임혜영 초대展-그리움너머~


■ 임혜영 | LIM, HAE YOUNG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졸업하고 개인전 및 초대전을 40여 회 , 단체전 300여 회를 가졌다. 현재 | 신미술대전 심사위원, 토정미술대전심사위원, 한국미협 이사, 한국전업미술가회 이사, 뉴아트샵 추천작가, 뉴야트샵 이사, 청람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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