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나의 열여덟, 그해 가을을 기억한다. 엄마의 몸속에 생긴 암과 죽음이란 단어가 겹쳐 들려오던 해였다. 인간에게 있어 언젠가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은 어릴 적 키웠던 병아리를 하늘로 보내주었을 때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열여덟의 가을은 그런 것과는 달랐다. 매일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사망사고가 ‘나의’ 누군가의 일이 될 수 없다고 믿는 것처럼, 죽음이란 단어는 특히 나의 ‘엄마’에게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왜 나는 엄마가 내 곁에 영원히 있을 것이라 생각한 걸까. 열여덟의 가을날 나는 처음으로 깨닫기 시작했다.

[영원할 것으로 생각했던 믿음이 부서지는 때가 있다. 내 나이 일곱 살 산타할아버지에 대한 믿음이 부서졌고, 열여덟 영원에 대한 믿음이 부서졌다. 하지만 일곱을 지나 여덟 살이 되던 해에도 난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캐럴을 불렀었고, 열여덟에서 열아홉이 되던 해에 엄마와 함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영원한 것은 없다. 영원히 남기는 법을 찾고 있다. 2012년 10월 11일의 일기 中]

“열아홉 때 엄마와 나를 남겨야겠다고 생각했고 함께 사진을 찍었어. 그 사진들을 이야기할 때마다 ‘엄마와 나를 영원히 남기고 싶었어요.’라고 말하면서 펑펑 울었지. ‘영원하다.’라는 단어가 얼마나 깊고 무거운 단어인지 사람들은 알까?“
2013년 11월 12일 화요일 엄마에게 쓰는 편지 中

MomMe _2011

누드사진 필터처리함(전시장에 오시면 원본 볼 수 있음)

[ ‘똑딱.’ 시간은 끊임없이 흐르고 있다. 하지만 내가 시간이 흐른다고 느낀 것은 엄마의 모습부터였다. 일곱 살 나를 잃어버려 펑펑 운 눈으로 파출소에 들어오던 엄마, 아홉 살 매일 아침 나를 위해 토마토 주스를 챙겨주던 엄마, 열네 살 친구들과 논다며 늦은 밤 들어오는 나를 밤새 기다리던 엄마, 열일곱 학교에 다니지 않겠다는 나에게 몇 번이나 편지를 쥐여주던 엄마. 하지만 이 모습은 내 마음속에서 잊혀갈 시간의 흔적일 뿐이다. 그래서 남기기 시작했다. 엄마와 나를 잊지 않기 위해서. 2014년 3월 24일 수필 “똑딱” 中 ]

나의 ‘부모’에게서 ‘나약함’을 바라본다는 것은 나를 가슴 아프게 한다. *모서리가 닳은 나무의자와 **온몸이 으깨어진 책장을 바라보는 마음과 비슷하다. 나의 열여덟 갑자기 찾아왔던 ‘준비되지 않은 헤어짐의 예고’가 아니라, 나의 스물두 살 앞으로 찾아올 ‘준비해야 할 헤어짐의 순응’을 보는 것과 같다. 나는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닌, 보아야 할 것들을 바라보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나를 향한 엄마의 끊임없는 사랑과 걱정 그리고 관심 속에서 나는 스물두 살을 맞이했고, 엄마는 50번째 계단을 넘었다. 그리고 나는 흐르는 시간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 시간 속의 엄마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앞으로 내가 곁에 있을 엄마를 생각했다.

*,**: 신달자, 살 흐르다, 믿음사, 2014년 2월 28일, 1부 中 살 흐르다

마-미(어머니 마, 어루만질 미) _2014

누드사진 필터처리함(전시장에 오시면 원본 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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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kim-hoon

계명대학교 대학원 졸업. (사진디자인 전공)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과 졸업.

개인전 2008 [애완정물과 사진] 서울 갤러리 룩스 외 6회
단체전 2013 [사진의 정체성] 대구 극재미술관.외 27회
수상경력 동아국제사진전 외 180 여회 수상.
현 재 김훈사진학원장 /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
현대사진영상학회 회원 / 경북사진대전 / 신라미술대전 추천작가
계명대학교. 포항대학 사진영상전공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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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 북구 칠성천길 37 (용흥동) 김훈사진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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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코리아방송 김한정 기자(merica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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