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트코리아방송]= 조진희 개인전이 인사동 영아트갤러리에서 4월 19일~24일까지 전시된다.

조진희展(사진-전시메일)

작가노트


떨리는 마음으로 다시 붓을 잡았다. 눈앞에 놓인 캔버스는 흘러 보낸 세월의 두께 만큼이나 넓고 깊었다. 캔버스에 갇혀 한동안 빠져나오지 못했다. 빠져 나오려 애를 쓸수록 나는 더 넓은 캔버스 위에 홀로 내던져졌다. 그렇게 심신에 생채기를 내며 몸부림을 쳤다. 답답하게 캔버스 주변만 맴도는 제자리 걸음이었다.

계절이 바뀐 어느 날. 지나간 시간의 기억과 삶의 흔적들을 캔버스에 하나 하나 채워가고 있는 나를 찾아냈다. 그리고 밤새 나를 뒤척이게 했던 사유의 편린들을 행복과 자유로 그려내려 했다. 절망과 슬픔도 그 안에 있었다.

조진희展(사진-전시메일)

그것들을 창작해내기위해 내가 택한 것은 유화. 수채화와는 다르게 만족할만한 색감과 질감을 표현해 낼 때까지 손을 움직일 수 있어서 그랬다. 과감하고 두꺼운 터치로 시원하고 강렬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거친 질감을 표현하고, 나이프로 즐겨 마무리 했다. 원색이 주는 화려함이 더 살아나면서 오히려 안정감을 준다. 유화에 대한 나의 애정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조진희展(사진-전시메일)

그림은 나에게 행복이었다. 캔버스를 마주하는 그 순간이 참 좋았다. 창 밖으로 해가 저물고 달이 뜨고 별은 떨어졌어도 그저 몰입해 있는 그 시간 나는 정말 행복했다. 우연치 않게 물감과 물감과의 만남에서 얻는 우연한 색감은 큰 즐거움이었다. 생각만큼 원하지 않는 그림이 나와도 아무런 문제다 되지 않았다. 그것으로 만족했다. 다시 용기를 내어 그리면 그만이다.

찬바람이 부는 날. 따뜻한 커피 한잔을 손에 꼭 쥐고 내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를 생각했다. 내 앞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렇게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사색하는 호사도 누렸다.

조진희展(사진-전시메일)

그림은 나에게 자유였다. 그림속에서는 모든 것이 온전히 내 것이고 그 속에서 나는 자유스럽다. 그림 속 바닷가에서 나는 자유롭게 하늘을 난다. 시골길 옆 빨간 맨드라미 옆에서는 풀 한 포기로 서서 자유를 얻는다. 풍물잡이로 여한없이, 자유롭고 신명 나게 꽹과리를 두드린다. 나는 그 자유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무단히 노력했다. 그림은 그런 묘한 매력을 남김없이 안겨줬다.

조진희展(사진-전시메일)


가슴앓이를 했던 이 봄날, 내가 얻었던 행복과 자유를 처음 세상에 내놓는다. 분명 마음 한 켠 두렵고 설레이는 일이다. 앞으로 이어질 길고도 긴 여정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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