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트코리아방송]= 바람의 화원 Wind-colored flower - 이서현展
★공간291
공간291에서는 이서현 개인전<바람의 화원>을 갖는다. 괴테의 시를 흔들리는 바람으로 표현하려던 중 바람이 만들어 내는 풍경에 매료되어 바람을 카메라에 담았다. 작가가 표현하는 바람은 불완전하고 찰나적인 사랑과 고통, 슬픔이 담겨있다.
작가노트 | 지난 봄, 괴테의 시를 사진으로 표현하려던 나는, 처음에는 13년에 걸친 괴테의 슈타인 부인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담은 시 ‘달에게’를 바람으로 표현해보기도 했다.
이어서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땅에 툭 떨어진 동백으로 나타내 보려고도 했다. 바람하면 생각나는 갈대나 수양버들을 차용하여 느린 셔터 스피드로 카메라를 흔들어 담아봤지만 만족스럽지 못했다. 계절이 절정으로 흐르던 5월의 어느 날 처음으로 청산도에 갔다.
유채꽃은 뽑히고 보리는 베어진 자리에 빨간 양귀비만 바람에 이리 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그 광경은 여심에 늘 흔들리면서도 무엇이든 고뇌하고 그것을 창작의 원동력으로 삼은 예민한 실존의 상징인 괴테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섬에는 미친 듯이 바람이 불고 있었다. 놀랍게도 자연의 바람은 내가 구사했던 모든 테크닉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 후 진도, 증도, 화도, 우도, 보길도, 월출산, 아침고요 수목원, 흥정계곡의 허브농원, 정선의 하늘길 등 바람이 많은 섬이나 높은 곳의 꽃을 찾아 다녔다.
바람을 담아가면서 내게 바람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늘 하게 되었다. 그것은 한걸음 한걸음 꾹꾹 인생의 행로를 밟으며 힘겹게 지나온 꿈으로의 질주와 성취와 좌절, 사람으로 인한 상처, 다가올 날들에 대한 불안의 그림자가 아닐까 싶었다.
바람 속에는 많은 에너지가 담겨있다. 바람꽃이 일면 큰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린다. 뱃사람들은 바람꽃이 보이면 출항을 하지 않았고, 농부들은 농작물을 단속하였다고 한다. 비바람을 이겨낸 꽃과 나무는 또 다른 아름다운 결과 형태가 보이고 움직이면서 색이 혼합된다. 고난을 이겨낸 그런 과정을 거쳐서야 인생은 더 단단해 지듯이 세찬 바람에 쓰러져도 바람 따라 흔들리는 꽃이 정지해 있는 꽃보다 더 오묘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불완전하고 찰나적인 사랑과 고통과 슬픔은 삶의 모든 사람들에게 공존하는 것 같다. 그것이 내가 사진 속에 바람을 표현하고자 하는 이유이다. 이후 작업은 내밀하고 소소한 바람의 흔적을 찾아보거나 몸소 오감으로 느끼는 작업을 하려고 한다.
바람의 화원 Wind-colored flower - 이서현展은 종로구 부암동 공간291에서 3월 30일~4월 9일까지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