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가족 - 일상적 사유의 형상미

정강희(Culture and Art Product Manager, Sculptor)

조각가의 삶에 있어서 작품존재의 전제조건은 자신의 고유한 의식과 사물의 교감을 통해 이루어진다. 즉 자신의 경험 속에서 작품에 투영된 관심의 대상과 창조적인 작업과정을 끊임없이 시도하며 생명을 부여하고 삶을 관조하는 감각의 과정을 모색하는데 있다.

작가가 경험한 삶의 아름다운 조각의 편린들은 감성적 존재로 내면에 성장하고 그 경험을 전달하기 위한 형상적 조형으로 완성되는 작업과정을 찾아가는데 천착한다. 석 조각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기법은 석조작업의 완성도와 공간의 유기적 형상의 질서를 창조한다. 석 재료가 갖고 있는 광물적 다양성을 형상적으로 환원하기 위해 조각의 질박한 양식을 감각과 표현으로 탐색해야하는 작가의 묵묵한 끈끈함도 필요로 한다.

즉 경직되고 딱딱한 원석에서 조각의 표면적 형상과 더불어 부드럽고 아름다운 생명의 힘을 반영하여 응축 된 명료한 형태를 완성할 때 비로소 작가가 의도하는 예술적인 분위기를 생성 한다. 이러한 작업과정은 단지 순수하게 자신의 영감과 비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의식적 상징, 은유의 내면적인 깊이 속에서 작가의 의도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권지용 작가는 돌이라는 딱딱한 재료의 무거움과 물질적 한계성을 가진 견고한 물질을 새로운 형상으로 창조하는 응축된 석 조각 작업을 일관되게 다루어 왔다. 이러한 전통재료 속에서 꾸준함을 보여주는 석조작업의 정신으로 물성의 한계성을 극복하고 자신의 삶의 이야기와 자연 미학을 대입하여 삶의 일상과 생명 순환의 조형 작업을 통해 또 다른 유기적 이야기를 부여하고자 노력하여왔다.

20여 년 동안 꾸준하게 추구해온 그의 작업철학의 근간은 "삶"과 "가족"의 소소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간결하고 단순한 미학으로 표현되어져왔다. 특히 작품 속에 보이는 한국적인 선의 아름다움을 가족의 사랑과 휴식, 사유의 형상을 내포하여 심미적인 조형언어로 표출되어지는 조각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그의 작품에서 표현된 인체 조각은 주로 자신과 가족들의 형상이다. 삶의 안식과 평화로움의 일상적 사유를 따뜻하게 표현한 작품들로 자신과 아내, 자식에 대한 사랑과 따뜻한 감성으로 휴식이 주는 삶의 공간속에서 가족의 중요성을 작품 속에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생명을 은유하고 관조하는 감성적 특징을 지닌 자연스러운 창조정신으로 완성되어진다.

이러한 석조각의 감각적 과정을 수용한 권지용 작가의 이번 개인전에서 발견할 수 있는 구조는 형태적 미학에서 뿐만 아니라 시각과 공간적인 형상의 유기적인 성장과 평온함의 질서를 반영한 특징을 나타내는데 입상(수직성)과 좌상(수평성)의 조형적 구조를 들 수 있다.

입상의 구조 “바람 부는 날에 2” “사랑하는 사람아 2” “햇살 속으로” “우리사랑은” “사랑해요” “행복”과 좌상의 구조를 가진 “사유” “너랑 나랑” “설레임” “봄날은 간다 2”로 나누어진다.

이는 작품의 수직성과 수평성을 고려한 입상과 좌상의 형태로 다양한 내면적인 에너지로 표현이 되며, 수직적인 입상의 작품들은 기다림, 성장, 사랑, 행복이 동반된 삶으로 환원되고 있으며, 수평적인 좌상의 작품들은 평온, 휴식, 사유, 자연, 설렘의 감성이 묻어나는 유기적인 생명력으로 환원되어 두 구조적 사이를 소통시키고 끊임없이 사랑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매개적 역할을 하고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 “사유”는 붓에서 한 획을 휘두르듯 한국적인 곡선미를 담아내는 여인의 심상이 스며있다. 수평과 수직의 간결한 조화 속에서 공간구성의 여백과 내면의 감성을 전달하기위해 사실적인 세부표현을 절제하고 단순미로 형상화한 일상적 사유의 삶의 흔적에 대한 감각을 어루만지고 있다. 특히 작품에 투영된 삶의 여유와 따스함이 묻어있는 생에 대한 깊은 통찰뿐 아니라 사랑의 존재의 의미를 전달해준다.

석 조각을 다루는 예술가는 자신의 개성에 맞게 창조적인 방법을 선택하려한다. 이는 작가에게는 스스로의 작업철학과 토양을 키우는 조형의식 세계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권지용작가의 이번 작업은 가족이라는 테마 속에서 마치 하나의 영상으로 연결된 것과 같은 작품 시리즈로 선보여지고 있다.

각각의 작품은 인간미와 함께 상호작용하며 전체가 하나로 완성되고, 이렇게 완성된 공간의 유기적 사유의 개념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그의 의식에 기반 된 작품 표현은 인체형태의 유려한 선과 질감, 단순미의 입체감, 공간적 구성의 감각적 의식부여를 위해 생략되거나 단순화된 인체사실 표현에서 유연하고 부드러운 감정표현에 주어진 서정적이며 온유한 부드러움을 작품 속에 투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권지용작가의 작품을 지켜보면서 변함없는 푸름을 주는 상록수처럼 꾸준함 지속성을 갖춘 에너지로 자신의 예술 세계를 풀어내고 있다. 또한 삶의 미적 경험과 감정을 석조작업을 토대로 조형적 형상으로 완결해 내는 그의 조형 의도는 석조각의 화려한 테크닉보다는 편안하고 기대어 쉴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그의 작품 속에 반영하는 그만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이번 개인전은 가족의 교감을 통한 인체의 단순구상을 모티브로 하여 끊임없는 이야기를 만들고 작가의 삶의 동기부여의 의미를 담아 작품을 완성하는 동력을 이끌어 내고 있다. 그의 조형 의도는 매우 편안하며 시원한 산들바람을 맞는 것처럼 신선한 느낌으로 받아들여지며, 변함없이 인간의 삶을 찾아가는 여정을 가족과 함께 함축적인 상징으로 내포되어 담아내는 조각적 일상의 감성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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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코리아방송 김한정 기자(merica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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