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21일 - 12월 11일까지 DCF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공연

연극 날 보러와요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DB

[서울=아트코리아방송]= 전국민을 공포에 떨게 한 화성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진 때로부터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 사건을 무대위로 옮긴 연극<날 보러와요>는 1996년 초연 이후 20년의 세월을 거쳐 지난 9월 21일 20주년 특별공연의 막을 올렸다.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수 차례의 공연이 올려지면서 2003년 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살인의 추억>이 개봉했다. 영화<살인의 추억>은 2003년 대종상 최다부문을 수상했으며 530여만명의 관객 동원에 성공, 그 해 최고의 흥행작으로 기록되며 감독 봉준호의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연극<날 보러와요>와 영화<살인의 추억>은 같은 소재로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조금씩 다른 점이 눈에 띈다. 

먼저 연극<날 보러와요>는 무대라는 공간적인 한계 때문에 경찰서를 중심으로 대부분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반면 영화<살인의 추억>은 논두렁, 주인공 박두만의 집, 술집, 공장, 기찻길 등 다양한 배경이 등장한다. 영화가 사실적, 시각적 표현에 있어서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다면 연극은 배우의 연기와 대사를 통해 상황을 전달하고 남은 여백은 관객이 채울 수 있는 여지를 남기며 극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특히 이번 연극<날 보러와요> 공연은 텍스트의 힘을 바탕으로 안무의 추가 등 연극성을 한층 가미하여 연극 본연의 매력을 잘 살려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사진_날 보러와요의 공연 장면 / 제공_프로스랩)

<날 보러와요>와 <살인의 추억>의 또 다른 차이점은 작품을 이끌어 가는 캐릭터에 있다. <날 보러와요>는 김반장, 김형사, 박형사, 조형사, 박기자, 미스 김 등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각자의 자리에서 한 작품을 위한 퍼즐 조각이 되어 움직인다. 반면 <살인의 추억>은 박두만과 서태윤이라는 두 인물의 주도하에 영화가 전개된다. 두 형사가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이 연속적으로 드러나며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영화와 달리 연극<날 보러와요>는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펼쳐지는 휴머니즘에 초점을 맞춘다. 

범인을 잡고자 하는 형사들의 고군분투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황폐해져 가는 인간 군상,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까지. 이러한 캐릭터 설정과 휴머니즘적 장치들은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 속에서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한다.

연극 날 보러와요 사진 아트코리아방송 DB

두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캐릭터 중에서도 ‘용의자’를 그리는 방식의 차이는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살인의 추억>에서는 각각 다른 배우들이 용의자를 연기하는 반면 연극 <날 보러와요>에서 용의자는 단 한 명의 배우가 맡는다. 이름과 역할만 바뀐 채 똑같은 얼굴을 하고 경찰 앞에 앉아 있지만, 그들은 용의자가 같은 얼굴이라는 것을 인지 하지 못한 채 심문한다. 

어찌 보면 조금은 황당한 이 설정은 <날 보러와요>가 가진 주제인 ‘진실은 찾기 어렵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살인의 추억>은 <날 보러와요>에 영감을 얻어 탄생하였고, <날 보러와요>는 <살인의 추억>의 흥행에 힘입어 무대에 다시 올릴 기회를 얻었다. 

몇 가지의 차이점을 가지고 있지만 두 작품이 가지는 메시지가 모두 범인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어딘가 범인이 존재한다면 이 연극을 보러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지은 제목인 <날 보러와요>와 이런 잔인한 짓을 하고도 밥이 넘어 가느냐는 의미가 담긴 영화<살인의 추억> 속 ‘밥은 먹고 다니냐’는 대사는 두 작품이 범인에게 남기는 가장 큰 메시지가 아닐까.

잊혀진 사건을 기억함으로써 여전히 ‘찾기 힘든 진실’을 이야기하는 연극<날 보러와요>는 2016년 9월 21일 - 12월 11일까지 DCF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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