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위노그랜드(Garry Winogrand, 1928 ~ 1984)의 도시로 향한 시선

1960년대 미국사회는 격동의 시대였다. 국내적으로는 흑백갈등이 심화되어 드러나고, 여성들도 자신들의 권익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또 베트남전쟁에 대한 회의와 불만이 표출되었다. 또 국외적으로도 소련과의 체계경쟁과 갈등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쿠바미사일 위기, 베트남전쟁, 한반도에서의 보이지 않는 대리전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정치적으로는 점점 더 보수화되고 사회적으로도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세력과 보수 세력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흑백 갈등이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암살 사건으로 가시화되었고 여성들도 페미니즘 운동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또 히피(Hippie)문화가 발생하여 기성세력이 만들어낸 주류문화에 반발했다.

정치를 비롯한 사회문화적인 현실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예술도 큰 변화가 시작되었다. 팝아트에 의해서 일상이 예술로 수용되어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경계가 애매모호해졌다. 또 개념 예술가들이 사진, 영상, 퍼포먼스, 대지예술 등 다양한 매체와 표현방식을 수용하여 예술의 영토가 무한대로 확장되었다. 예술의 개념과 미학이 변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진도 개념과 미학이 변모하기 시작했다.

아름답고 웅장한 풍경을 재현하거나 공적인 사건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기록하여 전달하려는 것에서 탈피하여 지극히 주관적인 영상언어를 생산했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은 이러한 격동의 시절을 넘치는 에너지를 바탕으로 육감적으로 기록한 게리위노그랜드의 사회적인 다큐멘터리사진이다. 작가는 격동하는 1960년대 미국의 사회적인 풍경을 기록했다. 정치, 경제, 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발생한 사건과 일상에서 드러나는 변화의 징후를 주된 주제로 선택했다. 작가는 이전 세대들이 특별한 사건현장에서 사진을 찍은 것과는 다르게 일상적인 공간에서 발생한 사회적인 장면을 재빠르게 포착하여 시각화했다. 냉정하기 보다는 감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친다. 그런데 직관적으로 포착한 것 이 아니라 자신의 의도에 부합된 장면을 치밀한 계산에 의해서 카메라 앵글에 담은 것처럼 느껴진다.

시위장면,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하는 여성의 모습, 파티장면, 패션쇼나 누드쇼, 히피문화 등 1960년대 미국사회를 상징하는 것 같은 모습들이 그가 찍은 사진에 담겨져 있다. 작가의 작품은 1960년대를 대표하는 동료 사진가인 리 프리들랜더의 작품과도 비교되기도 한다. 그의 작품은 좀 더 주관적이고 사적인 내용도 많이 다루었다. 또 냉정하고 차갑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에 비해서 게리 위노그랜드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포착한 시대적인 장면을 주관적으로 재현했다. 또 뜨거운 시선이 느껴진다. 격동기의 역동적인 장면이 작품 한 장 한 장 마다 담겨져 있다. 또 유머러스한 장면도 포착했다. 여기에 소개하는 사진은 기혼 여성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번화가 외출한 모습을 찍은 사진처럼 읽혀진다. 손을 들어서 지나가는 택시를 세우는 것처럼 보인다. 두 여성 뒤에서 어린 소녀 두 명이 신나게 노닥거리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당시의 미국사회를 보여주는 평범한 사진이다. 하지만 그 시대 미국사회를 일깨워주는 중요한 단서이기도 하다.

길거리 사진의 전통은 1920년대부터 소형카메라의 보급과 더불어서 시작되어 주요 표현대상이 되었다. 그 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Henri Cartier Bresson)에 의해서 정립되었고, 로버트 프랭크, 윌리엄 클라인 등과 같은 1950년대 사진가들에 의해서 새롭게 계승되었다. 또 1960년대를 대표하는 리 프리들랜더, 게리위노그랜드 등에 의해서 새로운 방향이 제시되었다. 그 후 1980년대 이후 현대 사진가들은 길거리 사진의 표현방식을 차용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한다. 이러한 길거리 사진의 전통적인 표현방식을 마무리한 세대의 사진가 중에 한사람이 게리위노그랜드다. 게리위노그랜드의 사진에서는 연극적인 드라마틱함이 느껴진다. 이번에 소개한 사진에서도 계획적인 요소와 우연함이 묘하게 어우러진 길거리 사진의 묘미가 잘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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