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트코리아방송] = 파리의 드골 공항은 엄청 컸다. 영업용 택시를 잡아타고 공항을 빠져 나오는 데만 5분 정도 걸린 것 같았다.

파리 시내에 있는 우리들 숙소는 특이한 구조의 아파트였다. 오래된 아파트 건물에 있는 유닛(Unit)들을 개인들에게 임대해 준 거였는데 샤워장이 상당히 작은 편이었고 세면대는 엄청 작아서 그야말로 얼굴 크기만 했다. 그리고 화장실은 뚝 떨어져 이 집에서 나가는 문 입구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었다. 부엌도 아주 작았는데 주방도구가 있을 건 다 있어서 매일 아침 프라이팬에 구워 먹는 마늘 구이는 잘 해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다음날 아침, 프라이팬에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마늘을 올려놓고 구우면서 ‘화개장터‘ 노래에다 곡을 만들어 ’밥해 먹기 힘들어도 있을 건 다 있어요. 파리 생활!‘ 하면서 들썩들썩 흥을 내 보았다.

이 집에 있는 동안 화장실 변기 사건도 일어났다. 변기 물을 내리는 시스템이 쇠줄로 된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물이 내려가게 되어 있는 거였는데 어느 날 혜리 화가가 그 줄을 너무 세게 잡아 당겨서 맨 위에 고리를 잡아주는 플라스틱이 그만 끊어지고 말았다. 눈앞이 캄캄해진 혜리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데 조그만 창문 사이로 보이는 옆집 지붕 위에서 비둘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구구거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망가진 수세식 변기물통을 자세히 연구해 본 후, 우리는 그 다음 사용부터 매번 손을 물통에 집어넣어 고리를 수동으로 잡아당겨야만 했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이곳을 떠나면서 주인에게 어차피 한번은 작살날 플라스틱이라고 변명을 하면서 수리비조로 20불을 주고 마무리 지었다.

이 집 주인은 기타를 치고 작곡도 하는 젊은 음악가인데 불경기가 오자 여행객들에게 자기 집을 빌려 주고 받는 돈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은 건너편에 산다는 여자 친구 집에서 숙식을 해결한다고 했다. 주인이 음악가인 덕분에 우리는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면 거실에 비치되어있는 수백 장의 CD 중 괜찮은 걸 골라서 틀어놓고 음악을 들으면서 휴식을 취 할 수 있어서 좋았다.

4박 5일 파리에 있는 동안 우리는 루브르 박물관, 에펠 탑, 개선문, 노트르담 성당 그리고 베르사이유 궁전 등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관광지들을 모두 돌아보았다. 또 배를 타고 센 강(la Seine)을 돌면서 파리의 중심가를 둘러보는 관광도 했다.

파리 시내를 돌아다니는 동안 지하철을 자주 이용했었는데 오래된 역사들이라서 그런지 역마다 비좁고 깨끗하지 않아서 실망이 컸다. 특히 어떤 지하철역들 내에서는 소변 냄새가 진동을 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곳들이 많았다. 아마도 경제가 나빠지면서 파리 시의 재정악화로 인한 여파가 아닌가 싶었다. 어쨌든 선진국의 지하철 시설이라고 하기에는 턱도 없었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의 표정들도 생활이 고달픈지 그다지 밝지 않았는데 다행히 우리가 길을 물어 보면 누구나 열심히 가르쳐주었다. 외국인에 대한 친절 하나는 가히 선진국이라 할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주인과 여자 친구를 숙소 건너편에 있는 인도 음식점으로 초대해서 같이 저녁을 먹는 기회를 가졌다. 와인 한잔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파리지엔들의 생활상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국적이나 피부색이 달라도 사람끼리의 인정은 어디나 다 똑같다는 걸 다시 한 번 인식한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여행사에 오래 근무했다는 여자 친구가 스페인에 가면 꼭 코르도바를 가보라고 우리에게 권하면서 관련 내용을 자세하게 일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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