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 서로 다른 동서양 / 외계인과 사랑에 빠진 설정/美에서도 흥행할 수 있을까

[서울=아트코리아방송] = TV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의  중국열풍은 주연 배우 김수현과 전지현의 주가는 물론 한국산 치킨과 맥주, 라면, 의류, 화장품 등 관련 기업의 매출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런데 정식으로 TV 채널을 통해 방영된 것도 아닌 이 드라마가 왜 그토록 중국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일각에서는 초능력을 가진 꽃미남 외계인과 슈퍼스타의 사랑이라는 ‘별그대’의 스토리가 중국이 간직해온 도교적 정서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라고 분석한다. 

400년 전 조선에 온 ‘도민준’은 영원히 늙지 않는 아름다운 외모에 400년간 축적한 엄청난 재력,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얻은 방대한 지식과 연륜은 물론 매의 시력과 늑대의 청력, 순간이동 능력, 누군가의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일을 볼 수 있는 초능력까지 갖췄다. 게다가 400년간 한결같이 한 여인만을 사랑하는  도민준의 순애보는 말 그대로 인간세상에서는 볼 수 없는 동양 고전소설 속 영웅의 모습 그대로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서사구조와 천상세계에 살다가 죄를 짓고 인간 세상에 내려온 신선이라는 설정은 도교적 요소를 내포한 중국 고전문학의 전형으로 중국인들의 정서에 가장 부합하는 스토리구조다. 홍콩에서 영화로 제작된 ‘천녀유혼’, ‘백사전’ 등과 장예모 감독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진용’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고전문학과 설화에서도 천상세계에 살다가 죄를 짓고 인간으로 환생해 지상으로 하강한 신선과 선녀의 이야기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이처럼 동양에서는 다른 세계에서 온 존재들이 그다지 위협적으로 그려져 있지 않다. 도교에서 생각하는 외계인은 인간 세상에 도움을 주는 선남선녀 또는 영웅의 모습을 하고 있다. 반면 서양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외계인은 한결같이 흉측한 괴물이거나 인간의 탈을 쓰고 인류를 멸망시키려는 위협적인 악당의 존재로 묘사된다. 인간의 몸에 기생하는 외계인이 등장하는 ‘에일리언 시리즈’, 인간으로 변장한 파충류 외계인들의 지구 침공을 그린 ‘V시리즈’, 화성인의 지구침공을 다룬 ‘우주전쟁’ 등이 대표적이다.

동서양이 생각하는 외계인의 외모와 성격이 이처럼 상반된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클러크혼 부부는 서로 다른 사회의 가치지향성을 비교하기 위해  인간의 기본문제에 대한 질문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에서 서양은 자연을 지배하고자 하는 특성을 보이는 반면, 동양은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 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서양문화에서 외계에서 온 존재는 대결을 통해 정복해야할 대상이기에 사악하고 흉측한 괴물로 그려지지만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동양의 경우는 외계인이 인간을 돕거나 인간에게 유익한 존재로 여겨진다.
 
최근 미국 최대 지상파 방송인 ABC가 ‘별그대’를  리메이크 하기로 결정했다. 외계인을 대결과 정복의 대상으로 보는 미국에서 꽃미남 외계인과의 러브스토리가 흥행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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